드디어 '장기하와 얼굴들' 정규앨범 1집이 나왔습니다.

그들의 싱글앨범 '싸구려 커피'를 들으면서 산울림과 송골매가 떠올랐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신중현까지 떠오르더군요.

한국 락의 3대 레젼드가 한꺼번에 느껴진다,

라고 말하면 과장된 표현일지 몰라도 적어도 제게는 그랬어요.

실제로 그는 수많은 인터뷰에서 조금의 멈칫거림도 없이 신중현, 산울림, 송골매를 존경하는 뮤지션으로 꼽더군요.

간만에 만난 언행이 일치하는 음악하는 친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단박에 알 수 있잖아요.


장기하씨는 소위 말하는 '한국적인 락'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요.

그의 선배들이 어떤 음악을 하고 싶었고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는지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죠.

곡뿐만 아니라 가사, 노래 부를 때의 발음과 액센트 까지도 어떻게 구사해야 하는지 알고 있을 정돕니다.

지금 올린 이 곡만 해도 그래요.

누가 되었어도 전주를 듣는 순간 '아, 이건 신중현 스타일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거예요.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도 신중현을 떠올리게 만들죠.)


어디 그뿐인가요.

그는 한국인의 정서까지도 계산해두고 곡을 쓰고 있어요.

보편적이고, 전통적이기까지한 한국인의 핏속에 흐르고 있는 정서를 알고 있단 말입니다.

이를테면 이번 앨범의 '멱살 한번 잡힙시다' '나를 받아주오'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 등이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네요.
(사실 이번 앨범의 전 곡을 관통하는 정서지 싶고, 앞으로 장기하씨는 이런 정서를 꾸준히 밀고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해학이 뭔지도 아는 친구죠.

정규앨범이 발표되기 전부터 방송이나 공연에서 불렀던 노래인 '아무거도 없잖아'가 그런 노래가 아닐까 싶네요.

이건 뭐 누가 들어도 지금 정부의 헛지랄을 노래했다고 생각할겁니다.
(설마 저만 그렇게 곡해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일단 저는 이번 장기하와 얼굴들 1집이 너무 좋아요.

한동안 끊기다 시피했던 전통적인 한국락의 화법을 제대로 구사하는 친구가 나타났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그들의 이번 앨범이 얼마나 독창적이냐 라고 물어보면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어요...

어떤분들은 그저 옛것을 그리워 하는 정서를 잘 포착한 얄팍한 친구들이라 평가하기도 해요.

하지만 이제 정규앨범 1집을 낸 젊은 친구들입니다.

저는 그들에게서 가능성을 읽고, 희망을 읽고 있어요.

주변부로 밀려났던 한국락의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말이죠.





:: 어떻게 필터링을 피해서 한 곡을 올리긴 했습니다만, 문제가 된다면 즉시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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