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길상사를 다녀왔다.


자야의 소녀같은 감성이 아직도 남아 있는 절.


그녀는 북에 있는 백석을 그리워 하며 평생을 홀로 지냈다.


단언컨데, 그녀의 불심보다 백석을 향한 사랑이 더 컸을테다.



그래서 말인데 길상사에 다녀오면 항상 아쉬움이 크다.


이 절에 법정스님의 글구는 여기저기 많이 보이는데,


백석의 시 한 편 보이지 않는 게 참 아쉽더라.



이 절이 자야의 시주로 만들어졌다면,


그녀가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았던 사람이 누구인지 안다면,


그녀의 공덕비 바로 옆에 백석의 시 한 편이 같이 서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왕이면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로 말이다.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


                        白石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燒酒(소주)를 마신다


燒酒(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밤 힌당나귀타고


산골로가쟈 출출이 우는 깊은산골로가 마가리에살쟈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리 없다


언제벌서 내속에 고조곤히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것은 세상한데 지는것이아니다


세상같은건 더러워 버리는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힌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 응앙 울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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