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다고 아름답진 않더라

C Mount 어댑터를 장창한 NEX와 Fujian 35mm f1.7 렌즈

정말 제대로 큰 장비를 써보지 않았거나, 크고도 아름다운 장비를 써보지 않아서 하는 말일수도 있겠으나 크다고 마냥 아름다운 건 아니더군요. 물론 규모의 아름다움이 있겠으나 세상 모든 사물에 적용되는 것도 아닐 테고 경우에 따라 크기와 아름다움의 비율은 값을 달리하곤 합니다. 지금부터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렌즈에 대한 주절거림은 SONY NEX에 국한된 이야기임을 미리 밝혀두고자 합니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장점 중에 하나는 바로 ‘콤팩트’한 크기임을 상기해본다면 NEX에 장착하는 렌즈는 작을수록 아름답기 마련입니다.
짧은 플랜지백 거리 덕에 수많은 마운트와의 이종교배가 가능한 장비라고는 하지만 직접 여러 렌즈와의 이종교배를 시도해본 결과 NEX의 바디크기와 이질감이 크지 않게 접목시킬 수 있는 렌즈는 RF카메라의 렌즈였습니다. 어댑터의 길이가 짧고 렌즈들의 크기도 대부분 작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RF카메라의 렌즈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더라구요. 문제는 최단촬영거리였습니다. 작고 화질도 선명한데 당최 최단 촬영거리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RF카메라의 특성상 대부분의 렌즈는 0.7m~1m가 한계였습니다. 그러자고 SLR렌즈들을 쓰자니 어댑터 길이가 너무 길어져 휴대성이 떨어지고. 그러던 중에 C마운트 렌즈가 어댑터를 통해 NEX에 장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2. 모든 C mount 렌즈가 NEX에 장착이 되는 건 아니더라

사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시작을 알린 건 마이크로포서드 진영이었죠. 그리고 이미 많은 마이크로포서드 카메라 유저들은 어댑터를 이용하여 C마운트 렌즈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른쪽 도표에서 직사각형은 이미지 센서의 크기를, 원은 C마운트 렌즈의 화각별 이미지서클 크기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해당 도표를 대략적으로 읽어보자면 이렇습니다.  4/3”으로 표현된 마이크로포서드 카메라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대략 22mm 이상의 렌즈부터 소위말하는 동굴현상, 즉 새까만 비네팅 현상이 나타나지 않게 된다는 걸 말해주고 있지요.

문제는 NEX에 과연 몇 mm의 C마운트 렌즈부터 동굴현상이 나타나지 않는가입니다. 오른쪽 도표에서 aps-c사이즈로 그려진 직사각형이 NEX의 이미지 센서 크기입니다. 대략 30mm 초반부터 아슬아슬하게 사진의 네 귀퉁이에 새까만 비네팅이 생기지 않는 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구할 수 있는 30mm 초반의 C마운트 렌즈는 35mm 밖에 없습니다. 1:1 풀프레임으로 환산하면 대략 50mm 초반의 표준렌즈가 되는 화각이고 말이죠. 물론, 매우 아쉽게도 그 이하의 광각렌즈에서는 동굴현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예컨데 25mm C마운트 렌즈를 NEX에 장착할 경우엔 사진의 네 귀퉁이에 새까만 비네팅이 나타납니다. 크롭바디 전용 렌즈를 풀프레임 바디에 썼을 때 나타나는 현상과 동일하죠.




3. C mount 렌즈, 이렇게 비싸도 되는거니!

ANGENIEUX 25MM f 0.95 렌즈. 상태에 따라 1,000달러를 호가한다.

이제, 대략 어느정도의 화각부터 안전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알게 됐으니 렌즈를 고르는 일은 확실히 쉬워졌습니다만, 그래도 문제가 여럿 있습니다. 우선 대체 C마운트 렌즈가 뭐냐 이거죠.

C마운트 렌즈는 최초, 16mm 무비카메라용으로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이게 여러 이름으로 불립니다. m25 렌즈, CCTV렌즈, TV렌즈, Bolex 렌즈까지 꽤나 골치 아파보입니다만 NEX에 물릴 심산이라면 생산 시기만 다를 뿐이지 결론적으로 거의 동일한 마운트의 렌즈라 보셔도 무방합니다. 렌즈 마운트면을 깎느니 하는 수고를 들일 필요도 없고 말이죠. 어쨌거나 위의 단어로 이베이에서 검색해서 튀어나온 모든 렌즈는 어댑터 하나만 있으면 물리적으로 NEX와 간단히 결합이 가능합니다. 물론 35mm 보다 광각인 렌즈는 동굴현상이 생기겠죠.

그런데 직접 이베이에서 검색을 해보시면 알겠지만 C마운트 렌즈의 가격이 만만찮습니다. 특히 Bolex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16mm 무비카메라용 렌즈들은 서민의 주머니 사정을 초월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그리고 그 이후에 생산되었다고는 하나 메이저 카메라 회사에서 만든 TV렌즈(대부분 일본카메라 회사에서 생산)도 비싸긴 매한가지입니다.

서민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주는 C마운트 렌즈는 정녕 없는가, 라고 낙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회사에서 만든 CCTV용 렌즈들은 가격이 참 착하거든요. 그리고 그 CCTV용 렌즈중에 오늘의 주인공인 Fujian 35mm f1.7렌즈가 있습니다.




4. Fujian 35mm f1.7의 MTF 차트?



상단의 사진은 Fujian 35mm f1.7을 NEX-5에 장착하여 촬영했습니다. 평소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보다 조금 큰 사이즈로 리사이징했어요. 사진이 좀 커야 다들 장비리뷰에서 말하는 화질을 좀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

다들 짐작하셨겠지만, 애석하게도(?) Fujian 35mm f1.7의 MTF 차트 같은 건 없어요. 그냥 결과물을 보고 대략적인 감을 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장비의 객관적인 수치에 목매는 인간이 아니라 남들 다하는 별별 테스트 사진은 안찍었어요. 아니, 못찍었어요. 그런 테스트 촬영을 위한 준비물이 없거든요. 쩝.

여튼, 상단의 사진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보시면 단박에 주변부 화질에 문제가 있음을 눈치챌 수 있을겁니다. 이미지서클은 APS-C 사이즈의 센서를 커버할지 모르겠지만 이 렌즈는 CCTV를 위해 설계된 렌즈이기 때문입니다. 휠을 굴려 2번챕터에서 다뤘던 도표를 한번 다시 봐주시기 바랍니다. 원래 Fujian 35mm f1.7은 16mm라고 표시된 녹색 직사각형에 들어갈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렌즈입니다. 그러니 그 범위를 벗어나는 부분의 화질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설계된 것이죠.

그래서 중앙부분을 100% 트리밍해서 보면 사실 못쓸 정도의 렌즈가 아닌 걸 알 수 있죠. 낚시대의 끝부분까지 잘 묘사하고 있거든요. 상단의 이미지에서 그나마 선명하게 표현된 부분을 흰색선으로 영역을 그려봤습니다. 딱 저정도가 Fujian 35mm f1.7렌즈가 표현할 수 있는 선명한 이미지의 한계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주변부를 자세히 보면 화질저하 현상이 꽤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시계방향으로 차례대로 원본사진의 좌측 상단, 상단, 좌측 하단을 100% 트리밍했는데 비슷한 거리에 놓여있는 피사체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으로 갈 수록 화질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될 것은 그저 재미없이 뿌옇게 흐려지는 결과물을 얻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방파제 부분을 자세히 보면 형태를 유지하면서 보케로 표현되고 있거든요. 바로 이게 Fujian 35mm f1.7 렌즈의 특징입니다. 수치의 논리로 이야기하면 저급한 렌즈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이 렌즈 만의 개성적인 표현이 가능하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 것이죠.

우리는 일종의 편법으로 Fujian 35mm f1.7 렌즈를 NEX에 물려서 쓰게 되는 것이고 주변부 화질 저하는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어요. 이런 사실이 엄청나게 신경쓰이고 당최 사진찍을 맛이 나지 않을 것 같으면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Fujian 35mm f1.7 렌즈는 영입하지 않는 게 답입니다. 조리개를 아무리 조여도 주변부 화질이 좋아지지 않거든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화질이 좋다느니 선예도가 칼같다느니 하는 방식의 리뷰는 렌즈 생산회사의 몫이 아닐까 싶어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이 렌즈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어떤 표현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여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Fujian 35mm f1.7 렌즈의 결과물을 주욱 붙여나갈까 합니다. 제가 언급한 이렌즈만의 독특한 주변부 화질저하 현상을 주목해서 보시면 좋겠어요. 적당한 거리로 구도를 잡아 약간의 꼼수를 부리듯 중앙부 근처부터 주변부까지 자연스럽게 보케가 맺히게 찍은 사진들도 있으니 오해는 마시구요.




5. Fujian 35mm f1.7 결과물














































































































































6. 마치며

이쯤되면, CCTV용으로 나온 이 렌즈를 어디서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데 말이죠. 제가 이 렌즈를 구할 때만 해도 국내엔 이 렌즈를 취급하는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베이를 통해 구매하는 방법 외에 답이 없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최근엔 이베이에서 Fujian 35mm로 검색을 하면 아예 상품이 뜨질 않아요. 그럴 경우엔 c mount 35mm로 검색한 다음에 가장 저렴한 가격의 렌즈를 구매하시면 됩니다. 그게 바로 제가 지금 쓰고 있는 Fujian 35mm f1.7렌즈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국내에서도 어댑터를 포함해서 아주 저렴하게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판매되는 이름은 Fujian이 아닙니다.

원래 이 렌즈를 생산한 곳은 중국의 Fujian Forecam Optics사입니다. CCTV 장비 전문 생산 업체지요. 이런 생산 공장에서 OEM으로 상품을 제작하는 일은 흔합니다. 현재 동일한 렌즈로 추정되는 상품을 호루스벤누 35mm f1.7 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제가 보기엔 99.99% 동일한 렌즈입니다.

NEX시리즈, 혹은 마이크로 포서드에 C마운트 렌즈를 장착하는 유저가 많아지자 국내의 카메라 주변기기 업체인 이 회사가  OEM으로 주문한듯 해요. 괜히 골치 아프게 시간버려가면서 이베이를 알아볼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국내 쇼핑몰 최저가 검색으로 어댑터와 함께 질러주시면 되겠습니다.

아, 참고로 이 렌즈는 개체별로 외관의 완성도, 내구성에서 부터 결과물까지 약간의 편차가 있는 편입니다. 소위말하는 뽑기운이 따라야 한다는 거죠.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으니 그정도는 감수하셔야할 듯 합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데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제품이라면 구매한 곳에 반품이나 교환을 요청해도 되겠습니다. 국내에서 구매하면 그런 점이 좋더군요. 저 처럼 이베이로 주문했는데 불량품을 받아드신 분은 허탈한 웃음으로 허허 웃는 것 외엔 딱히 방법이 없더라구요. 허허허허.

그리고 C마운트 렌즈를 추가로 구매할 의향이 있으신 분들을 위한 팁. 단렌즈는 35mm 이상을 알아보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만, 줌렌즈는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극소수의 일부 렌즈를 제외한 대부분의 줌렌즈는 이미지 서클이 좁아요. 줌렌즈의 화각이 35mm 이상을 지원한다해서 덥석 지르시면 동굴현상때문에 눈물을 흘리실지도 모릅니다.

아직 NEX에 물려서 쓸만한 제대로 된 E마운트 단렌즈가 없기 때문에 임시 방편으로 이종교배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압니다. 하지만, 우수한 화질의 밝고 쨍쨍한 렌즈가 발매되었을 때 이종교배를 통한 C mount 렌즈 사용이 사라질거라 생각하진 않아요. 왜냐면 C mount 렌즈가 표현해주는 독특함이 있거든요. 이러한 독특한 렌즈는 평균 이상의 렌즈질을 담보해야 하는 대기업에서 결코 생산될 수 없죠. 수치적으로는 분명 이미지서클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은 저급한 렌즈니까요.

Fujian 35mm f1.7 렌즈가 가지는 한계는 분명합니다. 동시에 이 렌즈만이 표현할 수 있는 장점도 있어요. 더불어 작고 가볍고 밝다는 기계적인 장점도 있습니다. 물론 만듦새는 떨어지죠.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 생각해요. 어떤 사진을 찍고자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스스로의 몫인 것 처럼 말이죠.

여기까지가 제가 준비한  Fujian 35mm f1.7렌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렴한 장비에 대한 짧은 리뷰였는데, 도움이 되셨으려나 모르겠네요. 제 리뷰가 여러분의 즐거운 사진 생활에 작은 활력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이만 총총.



2010.12.21 EastRain 東雨






:: 주변부 화질저하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의견은 http://eastrain.co.kr/1117에 자세히 적어두었습니다.
이 리뷰에서 언급하면 중복될 것 같아 생략했습니다. 해당 링크를 꼭 한 번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본 리뷰는 어떤한 목적의 펌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링크로 연결해주시기 바랍니다.






,

:: 최신 DSLR에 '토이카메라' 효과가?

최근에 조금 심도깊게 고민해볼만한 질문을 들었어요.
'토이카메라, 작년 쯤 부터 유행이었던 것 같은데 그 유행이 언제까지 계속 될 것 같으세요?'
라는 질문을 들었는데 것 참, 그냥 흘려들을 질문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하긴, 다들 궁금해 할 법도 합니다. 최신 DSLR에 토이카메라 효과 같은 메뉴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시대가 왔으니 말이죠.

세상에나. 언제나 선예도가 어떻고 화질이 어떠하고 화소는 또 얼마나 높은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광고하는 디지털 카메라들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토이카메라'효과를 집어 넣었다는 군요. 실제로 그 카메라를 써보지 않았지만 기사를 보면 주변부를 어둡게 만드는 비네팅 효과를 주는 것 같은데 말이죠. 그건 기존의 디지털 카메라들이 지향하던 것과는 정 반대방향에 있는 기능이 아니던가요? 비네팅은 싸구려와 저질을 지칭하는 또다른 단어 아니던가요?

어떤 기업이든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트렌드를 유심히 살펴본 뒤에 상품을 내놓기 마련입니다. 카메라 회사라고 별다를 건 없겠지요. 즉 디지털 카메라에 '토이카메라' 효과를 떡하니 집어 넣었다는 건 많은 유저들이 그 기능을 원하고 있거나 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겠지요. 이쯤 되면 우리는 토이카메라가 '유행'이구나, 라고 쉽게 유추하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 '토이카메라'는 그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질, 한번 '빵'하고 터지고 말 단순한 유행일까요?





:: 토이카메라는 LOMO LC-A의 아류?
티스토리 사진편집 화면싸이월드 사진편집 화면

토이카메라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홀가

위의 두 화면은 각각 티스토리와 싸이월드의 이미지 업로더 편집창입니다. '로모'라는 글자가 눈에 띄는군요. 예, Lomo LC-A로 대표되는 비네팅 효과를 인위적으로 덧씌우는 기능입니다. Lomo LC-A, 토이카메라 등의 특징인 비네팅 현상을 웹에서 손쉽게(그러나 어설프게) 구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이미 다들 알고 있겠지만 국내에서는 Lomo LC-A에 덕에 비네팅이라는 단어가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수많은 말들이 오고 갑니다. 성능이 떨어지는 렌즈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성능이 문제가 아니라 이미지가 주는 느낌이 중요하다 등등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구태의연한 설전을 벌이고 있지요. 사실 전 그런 문제로 왜 싸워야 하나 싶어요. 다 사실이잖아요. 렌즈의 광학적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고, Lomo LC-A가 만들어주는 이미지가 독특하고 매력적인 것도 사실이잖아요.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격이요? 가격이 문제가 된다면 안쓰면 그만이고 가격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왜 다른 사람의 취향을 무시하거나 깎아 내려야만 하는지 모르겠군요. 이야기가 잠시 엉뚱한 곳으로 흘렀네요. 다시 토이카메라로 돌아가서 말이죠,

토이카메라는 과연 작년 즈음해서 갑자기 폭발한, 그저 스치고 지나갈 유행일 뿐일까요? 글쎄, 저는 그렇게 쉽게 단정짓기 힘들다고 봐요. 그저 지금의 상황들만 놓고 보면 정말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듯 보일 수도 있고, 토이카메라들이 Lomo LC-A의 저렴한 대안인 것 처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그렇게 간단히 결정지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수 있어요. 국내의 토이카메라 1세대로 칭할 수 있는 유저들은 국내에 Lomo LC-A가 막 상륙하던 시절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Lomo LC-A 뿐 아니라 홀가, 다이아나(복각이전 오리지널 모델), 러시안 토이카메라 등을 두루 섭렵하며 점점 매니아층을 늘여나갑니다. 90년대 중후반의 일입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Lomo LC-A는 로모그래피의 홍보 공세로 급격히 시장을 넓혀나갔고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지금,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많은 토이카메라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LOMO LC-A의 대중적 인기는 홍보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쯤에서 우리는 일부 호사가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이 과연 신빙성이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과연 그들의 주장처럼 토이카메라는 Lomo LC-A의 아류, 혹은 적자 쯤의 위치에 놓인 소위 말하는 어설픈 '짝퉁'에 불과할 뿐일까요? 사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무리는 아닙니다. Lomo LC-A가 대중적으로 먼저 알려졌고 그 이면에는 선동적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홍보 공세가 있었기 때문이죠. 사실 초기의 토이카메라 1세대들은 딱히 특정 토이카메라만 골라서 사용했다고 보기 힘들어요.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카메라들을 가리지 않고 사용했습니다. Lomo LC-A가 아니더라도 독특한 느낌의 비네팅과 주변부 화질저하현상을 지닌 토이카메라들을 두루 사용했던 것이지요. 다만 로모그래피의 홍보 공세(?) 때문에 몇년간 균형있게 시장이 발전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봐요. 그리고 이제야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독특한 이미지들을 만들어주는 다른 카메라들도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지요. 즉 단순히 Lomo LC-A의 아류다, 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 닭이 먼저인가, 알이 먼저인가

베를린장병이 무너질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 처럼, 우리는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세계에 살고 있다

우리는 가끔 닭이 먼저인가, 알이 먼저인가 라는 명제에서 곤혹스러워 하지만 어떤 일이건 그 근원이 되는, 우선되었던 일이 있게 마련입니다. LOMO LC-A의 인기가 로모이즘이니하는 말들로 포장되고 그 자체로써 온전히 오리지널리티를 획득한 문화인양 자리잡고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LOMO LC-A 이전에, 토이카메라들이 지금의 위치를 가지기 이전에 그 문화적 양분이 되고 토대가 되는 근본적인 문화현상이 있었다고 보는 게 옳습니다. Lomo LC-A의 대중적 인기가 아무리 홍보의 승리라 하더라도 설득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없었겠지요. 그렇다면 그 설득력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요?

모더니즘이니, 포스트모더니즘이니 하는 골치아픈 문예사조사를 들먹거리지 않겠습니다.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이야기 해보자구요. 냉전 이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는 정말이지 어떻게 정의내려야 될지 모를 정도로 급격히 변화해갑니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가를 명확히 할 수도 없는 국가간 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어느날 갑자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하루 아침에 누군가는 로또로 부자가 되고, 누군가는 급락한 주식에 목을 메고 마는, 정말 당장 1분 1초도 쉽게 내다볼 수 없는 세계속에 살게 된 것이지요. 이러한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과연 어떤 사진을 찍고 싶어했을까요. 정확하게 프레이밍을 하고, 노출을 정확히 재고, 딱딱 칼같이 맞아 떨어지는 사진을 찍고 싶었을까요? 이토록 불확실한 것들로만 가득찬 세계에서?

1960년대에 만들어진 DIANA 오리지널 모델


젊은이들은 오래전에 만들어졌던 DIANA라는 어설픈 중형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와 비슷한 형태의 홀가와 같은 카메라뿐 아니라 구소련에서 생산된 콤팩트 카메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그러한 카메라들이 지니는 특성은 최신 카메라들에 비해 당최 결과를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그 카메라들이 만들어주는 이미지는 명징한 것 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렇게 기존의 이미지와 차별성을 지니는 카메라를 사용하는 유저들이 점점 늘기 시작했고 1990년대 초반 오스트리아의 몇몇 젊은이들은 그것이 훌륭한 사업 아이템이 될것으로 판단, Lomography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Lomo LC-A라는 구소련에서 생산되었던 콤팩트 카메라를 판매하게 됩니다.(첨언하자면 Lomography와 LOMO는 별개의 회사입니다.)

2009년 현재 토이카메라의 인기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은 게 아니라는 걸 말하기 위해 조금 많은 이야기를 해버렸나요? 예, 그렇습니다. 토이카메라의 인기는 Lomo LC-A의 유명세에 편승해 급작스레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 거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시대의 커다란 문화속에서 조금씩 뿌리를 뻗어왔고 이제야 조금씩 잎을 틔우고 있는 상황이랄까요. Lomo LC-A건, 토이카메라건 대중에게 이만큼 알려지고 수많은 유저를 양산하고 있다는 건 그 카메라들이 지금 이 시대의 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것이죠.



:: 당신의 일상담기, 비록 내일을 모를지라도

제가 조금 쓸데없이 복잡하게 이야기를 한 것 같군요. 불활실성이니 어쩌니 해도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어느 시대에 살았건 당장 내일일을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겠지요. 물론 예측범위라는 것이 있다지만 사람 사는 게 어디 자신의 의지대로, 예측대로만 굴러가던가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바로 이 순간이 중요한 거죠. 1분 1초가 모여 하루가 되는 거 잖아요.

토이카메라는 바로 그 순간을 기억하게 해주는 데 훌륭한 도구가 아닐까 싶어요. 기계적 특성상 조금의 제약이 있다지만 셔터를 누르기 위해 복잡하게 생각 할 필요도 없고 어디든 부담없이 들고 나갈 수 있고 금전적인 부담감도 덜한 편이고. 일상을 담아내기에 토이카메라만큼 편하게 집어들 수 있는 카메라는 드문 것 같네요.

예, 비록 내일 당장 세계의 종말이 오건 로또 대박을 맞건간에 저는 소소한 일상을 사진으로 담아내렵니다. 그리고 가방한켠에는 항상 토이카메라 한대가 들어 있겠지요. 여러분도 가방에 토이카메라 한대 대충 구겨 넣고 다니면서 순간순간의 일상을 담아보시는 건 어떠세요?



2009.4.17
EastRain




,


예전에 toycamerablog.com을 통해 포스팅 되었던 글입니다.

좀 늦었지만 제가 썼던 글이라 여기에도 올려봅니다.

긁어다 붙여넣기가 어째 좀 이상해서 캡춰를 한 이미지를 이어 붙였습니다.

따라서 몇몇 이미지들은 toycamerablog.com에 있는 원본을 보시는 게 더 좋을 수 있습니다.










,

여름 선유도

from FILM/TOY 2008. 2. 12. 00:23

0


중앙과 주변부의 화질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그것이 Eximus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아니,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Eximus만의 매력이다.



Eximus

Fuji AutoAuto 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