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문시장 4구역 한 귀퉁이, 원래 한 가게의 창고로 쓰이던 자투리 공간에 묘한 가게(?)가 문을 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곳은 가게가 아니다. 딱히 팔만한 물건도 없어 보이고, 주인으로 보이는 안경 낀 여성 또한 장사는 뒷전이니 상점은 아닌 것. 시장과 묘하게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곳은 대체 무얼 하는 공간일까. 한번 자세히 둘러보자. 외관은 이렇다. 녹색 페인트를 칠한 철제문, 그리고 문 위의 벽면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한글 초성이 그려져 있다. ㅅ ㅁ ㅅ. 궁금증은 더해만 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작은 책상 하나, 의자 두 개, 재봉틀 하나, 마네킹이 놓여 있다. 벽면에는 어느 공장에서 떼어 온 듯한 전광판이 떡하니 붙어있다.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이 공간의 주인장, 최영숙씨를 붙들고 하나하나 물어보는 수밖에.


대체 무엇을 하는 공간인가?
안녕하세요. 우선 이 공간이 어떤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인지 알고 싶습니다.

최영숙: 남문시장을 북적거리게 만들 아트워크를 진행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남문시장과 독산동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남문시장의 전성기라고 볼 수 있는 70~80년대의 주요 고객인 독산동 봉제산업 노동자들의 이야기와 시장의 이야기를 함께 엮어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어떤 프로젝트를 구상중인가요?
최영숙: 일단 지금의 남문시장은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봐요. 일단은 고객의 소비력이 급속히 떨어졌다는 거죠. 과거엔 공장의 월급날이 되면 시장이 미어터졌다고 하는데 봉제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든 지금엔 예전 같지 않아요. 두 번째로 대형마트의 공격적인 마케팅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전통시장으로 향하는 발길을 돌리게 됐어요. 이런 문제점들에서 고민이 시작됐고 결국 전통시장의 차별화가 급선무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냉정하게 말하면 전통시장의 미덕이라고 하는 ‘덤’은 대형마트의 물량 쏟아 붇기가 훨씬 파급력이 크죠. 예컨대 1+1행사가 대표적입니다. 그렇다면 ‘정’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데, 이 ‘정’이라는 건 물질로 환산할 수 있는 게 아니더란 말입니다. 그건 상인의 인생철학과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와 고객을 대하는 태도로 이어집니다. 상인들 스스로의 긍지, 자부심, 자신만의 철학, 경영 노하우 등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기본이라는 거죠.
그래서 현재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두 가지 질문으로 설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째, 당신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은? 둘째, 힘든 순간순간마다 나를 지탱해 주는 것은? 이런 설문조사가 끝나면 전통의상인 한복의 치마저고리를 형상화한 외형에 설문내용이 적힌 가방을 만들려고해요. 설문결과 하나당 가방 하나만 만들 예정입니다. 즉 120명의 상인이 설문조사에 응하면 120가지의 대답이 적힌 가방이 각각 하나씩 만들어지는 거죠. 따라서 상인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프로젝트입니다.


ㅅ ㅁ ㅅ의 의미는?
작업실의 이름이 ㅅ ㅁ ㅅ 인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거죠?

최영숙: ㅅ ㅁ ㅅ은 소량+맞춤+생산을 의미합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시장은 시장만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곰곰이 따져보면 그 어떤 거대 자본도 소량+맞춤+생산을 모두 충족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 않아요. 이는 전통시장만이 확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해요. 특히 시장은 마트와 달리 직접 생산한 제품을 파는 경우가 많잖아요. 상품의 생산 과정을 직접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고 자신만의 장인적인 능력, 제품의 특별함을 부각시킬 수 있으니 ‘생산’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맞춤’도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기분을 맞춰준다, 라고 말하듯 ‘맞춤 ’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분, 에너지 등의 복합적인 의미가 포함되거든요.

앞으로 또 다른 계획이 있다면?
최영숙: 박카스요. 박카스 디자인을 모티브로 고급스러운 드레스를 만들어볼 예정입니다. 남문시장 일대의 봉제공장들을 들렀을 때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보인 물건이 박카스였어요. 몇 백원짜리 박카스로 30년을 버텨오신 건데,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들을 그렇게 박카스, 재봉틀과 함께 하신 거잖아요. 박카스와 아름다운 드레스는 상충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겹쳐지는 부분도 있다고 봐요.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아요.

특별히 당부하거나 덧붙일 말씀이 있다면?
최영숙: 앞서 말씀드린 설문조사가 아직은 조금 미진한 편이예요. 설문조사에 참여한 상인분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니 꼭 설문지에 멋지게 답변해주세요!
아, 그리고 ㅅ ㅁ ㅅ 공방은 상점이 아니랍니다. 재봉틀이 보여서 수선집이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곳은 다양한 예술활동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거창하게 생각해서 거부감을 느끼거나 하실 필요는 없어요. 독산동의 오랜 역사와 이곳 주민들이 모두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으니까요. 앞으로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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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 놀이

from Digital 2011. 9. 21. 10:00












남문시장




NEX-5 + Fujian 35mm, 16mm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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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 오후 한시. 독산동 남문시장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시장상인, 지역주민과 함께 시장을 시장'통'으로 만드는 공연팀들이 그 주인공.


  생각해보면 언제부터인가 재래시장은 이름만 재래시장이었다. 그저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으로 전락해버린지 오래다. 하지만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시장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는 그 이상이다.

  시끌벅적한 공간, 사람과 사람의 살내음이 나는 공간, 서로의 안부를 묻는 공간 등등. 그렇다고 해서 시장의 자리를 꿰차버린 대형마트가 그러한 지점을 담보하거나 이어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형마트의 속성과 구조상 돈과 물건이 오가는 것 외에 그 어느 것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문시장 시장발전소는 잃어버린 시장의 모습을 복원하기 위해 남문시장에 문화를 긴급수혈하기 시작했다. 그 중 전통시장의 원형을 새롭게 재해석 하여 복원하는 작업이 바로 <반가운 손님> 문화 공연. 마술사, 차차차 댄서, 장구재비, 포크가수 등. 이런 반가운 손님이 매주 독산동 남문시장을 찾고 있다.


  장구재비의 공연은 나이가 지긋한 상인과 지역주민에게 인기가 많다. 여기저기서 추임새가 터져 나오고 장구재비는 더 힘차게 장구를 두드린다. 좁은 시장 골목을 신기하리만큼 넓게 쓰며 오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아마도 관객들은 전통시장의 잃어버린 ‘흥’이 되살아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차차차 댄서의 공연은 단순히 보여주는데서 끝나지 않는다. 우선 댄서들이 시범 공연을 보인 후에 시장상인, 시장을 찾은 주민까지 끌어들여 제대로 ‘판’을 만든다. 신발 속에서 발가락만 꼼지락 거리는 사람들을 용케 찾아내서는 손을 잡아당겨 한판 걸지게 놀기 시작한다. 시장에 모인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공연이 펼쳐지는 것이다.


  볼거리가 빠지면 섭섭하니 마술사도 등장한다. 주말이니 남녀노소 모두가 시장을 찾게 되는데 그 어느 연령대를 막론하고 인기가 높다. 무심히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 마술공연도 결코 마술사 혼자 진행되지 않는다. 누가 됐건 마술사의 보조로 서게 되고 마술은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정적인 공연도 빠뜨릴 수 없다. 비록 무명가수의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노래지만 그들의 공연은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전통시장이라는 공간과 아날로그 악기가 만드는 노래가 만났을 때 그 감동은 배가 된다.


  남문시장의 토요 공연은 잃어버린 전통시장의 제모습찾기다. 제각기 다른 재주를 가진 반가운 손님이 매주 독산동 남문시장을 찾는다면 근대화라는 미명하에 사라져간 시장의 제 기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 시끌벅적한 시장 문화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매주 토요일 한시. 독산동 남문시장을 찾으면 된다. 그곳에는 언제나 반가운 손님이 있다.





다들 아시겠지만,
전통시장 주무부처는 중소기업청입니다.
제가 요즘 남문시장과 관련된 포스팅을 종종하고 있는데,
이번 포스팅이 중소기업청 블로그에 실렸습니다.
http://blog.naver.com/bizinfo1357/40139195595

우리 전통시장, 종종 들러 주시고
좋은 상품뿐 아니라,
좋은 에너지도 듬뿍 받아서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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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시겠지만 전통시장은 서민문화의 중심이었으나 지금은 변방으로 밀려난지 오랩니다.

시장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었으나 이젠 단순히 돈과 물건만이 오가는 곳으로 전락해버렸지요.

그러나 요즘 전통시장의 원래 모습을 새롭게 되찾기 위한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중입니다.

제가 일전에 블로그에 소개시켜드렸던 남문시장의 문화공연도 그 일환중 하나입니다.


마침 시장경영진흥원에서 시장사진을 주제로 온라인 사진 공모전을 진행중이라,

남문시장 문화공연 사진 몇장을 투고했습니다.(위의 사진 세장)

현재 http://blog.naver.com/marketagency 에서

전통시장 온라인 사진 공모전 네티즌 심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네이버에 로그인 하신 후 사진에 댓글을 써서 심사에 참여해주시면 되구요,

댓글을 쓰신 분들 중 20명을 추첨해서 시장 상품권을 드린다고 하니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제 사진의 주소는

http://blog.naver.com/marketagency/80137405235
http://blog.naver.com/marketagency/80137405191
http://blog.naver.com/marketagency/80137405012

입니다. 댓글로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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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남문시장, 푸릇푸릇 꿈나무들이 자란다


8월,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학교와 학원으로 점철된 아이들의 일상에 조금의 숨통이 트인다. 시장발전소에서는 여름방학에 맞춰 8월10일, 11일 양일간 어린이들을 위해 ‘시장상상극장’을 기획, 두 가지 수업을 진행했다. 독산동 남문시장 꿈다방에서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무럭무럭 자라는 현장을 찾았다.



그동안의 스트레스, 점토로 날려버리렴
커다란 덩어리의 점토가 턱하니 책상위에 올라갔다. 아이들은 나무젓가락과 낚싯줄로 만든 도구를 이용해 한 번에 슥, 자신이 쓸 분량의 점도를 잘라냈다.

“자, 이제 자기 앞에 놓인 점토를 얇게, 빨리 저미는 놀이를 할 거에요. 누가 누가 빨리 하나, 이제 시~작!”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은 점토를 얇게 잘라내기 시작했다. 큰 점토를 만져본 적이 없었을 텐데도 아이들은 쉽게 흙과 친해져갔다. 비록 도시에서 나고 자라 흙과 함께 놀아 본 경험이 없다지만 몸이 반응하는 놀이는 경험의 유무와는 큰 상관이 없는 듯 했다.

‘점토를 평평하게 펼치고 그 위에 하고 싶은 말을 써보라’는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잠깐 고민을 하는 듯 했다. 그러나 곧 손가락으로 이런 저런 말을 써내려갔다. 실명을 밝히면 곤란해질(?) 소녀는 이렇게 썼더랬다. ‘엄마, 잔소리 좀 작작 하세요.’



자르기 놀이, 주사위 만들어서 힘껏 내려치기, 얇게 펼친 뒤에 구멍 내기, 흙 위에 하고 싶은 말 쓰기 등등. 두 시간 동안 조그마한 두 손이 모두 흙으로 뒤덮였지만 아이들은 개의치 않았다. 잠시도 쉬지 않고 흙을 만지고, 깔깔거리며 장난을 쳤다. 수업을 하기 전까지 억눌렸던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표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점토로 자신의 이름 만들기를 진행 했다.
“여러분은 모두가 소중한 사람이에요. 점토로 만들어진 이름이 보이죠? 자신은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길 바랍니다. 자, 이제 오늘 수업 끝!”

이 아이들이 이토록 큰 흙덩이를 가슴 앞에 두고 맘껏 주무른 적이 있었을까. 떼어내고 싶은 만큼 떼어내고, 마음에 숨겨둔 말을 흙 위에 쓰고, 또 힘껏 내려치고. 그런 시간이 있었을까. 수업을 끝낸 아이들의 얼굴과 머리에는 흙물이 튀어있고 손은 온통 점토 투성이였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를 않고 있었다.


모두를 즐겁게 만드는 사람이 되렴
수업이 시작되기 전 마술사 선생님에게 아이들의 질문 공세가 쏟아졌지만 이 말로 모든 상황을 정리됐다.

“그래요, 여러분들이 말하는 것처럼 마술은 속임수가 맞아요. 그렇지만 나와 상대방 모두가 즐거운 속임수는 마술 말고는 없어요. 잊지 마세요. 마술은 모두를 즐겁게 만드는 속임수입니다.”
‘시장상상극장’ 두 번째 시간, 아이들은 일상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소재로 쉽게 할 수 있는 마술을 배웠다. 길이가 다른 세 가지 끈의 길이를 같게 하는 마술, 찢어진 휴지가 다시 붙는 마술, 고무줄의 위치가 바뀌는 마술, 나무젓가락에 그려진 그림이 바뀌는 마술 등 하나하나 마술을 배워갈 때 마다 아이들의 얼굴에선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이날 배운 마술들은 대부분 방법이 간단한 마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손이 작은 탓에 속임수가 곧잘 드러나곤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부분을 개의치 않았다. 마술을 배운다는 것 자체를 기뻐했고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마술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어했다.


2시간가량 마술을 배운 아이들에게 마술사 선생님은 실습을 제안했다.
“이제 여러분들도 마술을 배운 마술사입니다. 시장에 가서 상인 아줌마 아저씨들에게 오늘 배운 마술을 보여주는 공연을 진행하도록 합시다. 자, 이제 시장으로 출발!”




아이들은 각자 차례를 정하고 시장 곳곳을 돌며 마술을 선보였다. 물론 마술은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상인들은 트릭이 눈에 빤히 보일 정도로 서투른 마술을 보며 즐거워했더랬다. 아이들은 상인들의 박수를 받으며 개선장군처럼 힘찬 발걸음으로 남문시장을 활보했다. 이날 공연으로 마술사 선생님의 말을 조금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의 마술은 속지 않아도 즐겁다’고.


아이들이 자라고 자라면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 이 아이들도 가정을 꾸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유년 시절 기억 중 시장에서 보낸 시간들을 인상 깊게 추억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낳은 아이들 손을 잡고 시장으로 향할 테다. 그래서 아이들과 시장이라는 공간의 만남이 중요한 것이다. 급격한 근대화로 시장을 향하는 발걸음이 급격히 줄었다. 세대와 세대의 단절이 결정적인 이유라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남문시장 시장 발전소의 이러한 노력은 강물로 회귀하는 연어가 다시 돌아오는 것과 같은 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 아이들의 꿈과 희망, 그리고 남문시장의 활기가 함께 무럭무럭 커갈 수 있도록 시장발전소의 꾸준한 노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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