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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문시장속 작은 미술교실 8 2011.07.14

엄마, 이거 진짜 엄마가 만든거야?




화요일 오후 한시가 되면 남문시장 한켠에 마련된 시장발전소에 미술교실 수업이 열린다. 자바르떼에서 실시하고 있는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문화학교 수업중에 평균연령이 가장 낮은 교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수업 내용의 영향인지 가장 조용하고 나긋나긋 하게 진행된다.
“처음부터 본격적인 미술을 진행하기 보단 실제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들고 그려내는 수업들을 진행했어요. 실용적인 것들을 만들어 내면서 나에게 이런 소질이 있구나, 라는 걸 자각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되면 자연스레 더 깊이 있는 작업들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술교실을 담당하는 김묵원 강사의 말이다. 실제로 여섯 번의 수업동안 참가 상인들은 천연화장품과 천연비누, 가방 등을 직접 만들면서 일상 속에서의 미술을 경험했다.







“오늘은 작은 간판을 만들건데요, 이 합판은 샌딩기로 골고루 갈아줘야 해요. 대충하지 마시고 골고루 전체적으로 다 해주셔야 나중에 물감이 잘 먹어요.” 미술교실 김묵원 강사의 지시에 따라 각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미술교실 수업을 듣기 전에 따로 교육을 받을 적도 없는 분들이라는데 손재주가 보통이 아니다. 미술교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강사는 전반적인 과정과 대략적인 방법만 조언할 뿐 대부분의 과정은 상인의 몫이다. 그런데도 한 시간 남짓의 수업시간 동안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간판이 만들어졌다.

“저번에 만들어 놓은 에센스가 촉촉허니 참 좋은 거 같어. 사서 쓰는 화장품 안좋다고들 하잖아. 그러면 뭐해. 내가 언제 화장품을 만들어봤어야지. 배워보니 직접 만드는 게 어렵지도 않고 재료비도 비싸지 않아서 지금 쓰고 있는 게 다 떨어지면 또 만들어서 쓰려고.” 짱구네 아줌마는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아이템인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쓰게 된 수업이 꽤나 마음에 드신듯했다.


다른 수업과 달리 미술교실은 수업이 끝나면 손에 쥐고 돌아갈 수 있는 가시적인 결과물이 생기게 마련이다. 미술교실 참가자들은 결과물을 구경한 주변인의 부러워하는 눈길에 어깨를 으슥하게 된다고.

“다들 자기도 미술교실 수업을 신청할 걸 그랬다면서 후회해요. 곧 2기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하니까 그때 같이 수업을 들으면 되겠죠?”

동진과일 아줌마는 가방을 만들어서 집에 들고 간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염색물감으로 직접 그림을 그려 넣은 가방을 집에 들고 갔더니 딸애가 그러는 거예요. 이거 진짜 엄마가 만든 거 맞아? 그렇다 그랬더니 글쎄 다음날 그 가방을 메고 학원을 가서는 친구들한테 자랑한 거 있죠. 기분이 너무 좋더라구요.”






김묵원 강사의 말에 의하면 수업에 참가하신 분들의 열정뿐 아니라 재능도 대단하다고.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수강하시는 분들에 대해 짐작할 수 있는 기대치가 있잖아요. 미술에 대한 배움이 전혀 없었던 분들이라 그 기대치를 낮게 잡고 있었는데 수업을 진행하면서 깜짝 놀랐어요. 다들 감각이 있으셔서 어떤 수업이든 훌륭한 결과를 보여주세요. 항상 기대치를 뛰어넘으시죠.”
미술수업을 듣는 상인들도 스스로 잠재되어 있던 재능이 발휘되는 것에 놀라긴 마찬가지다. 무의미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인데 스스로 알지 못했던 재능을 발견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하지만 그녀들은 아직 배가 고프다.
“1기 수업이 끝나면 다음엔 좀 더 심화된 내용으로 수업이 진행되면 좋겠어요.”
미술교실을 수강하고 있는 그녀들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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