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피터잭슨의 데드얼라이브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디스트릭트9은 좀비영화의 상당부분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이리저리 잘려나가는 몸뚱이와 뜨끈하게 흐르는 피와 살의 향연은 둘째치고라도

약자, 의 귀환이라는 점은 눈여겨볼만 합니다.


무덤에서 썩어문드러진 손을 싹틔우며 올라오는 좀비들이

당시 사회의 뒷켠, 어두운 곳에서 은둔하고 있던 약자들(예컨데 성적소수자라던가)이 사회 전면으로 귀환하고 있음을

장엄한 화면(?)과 심도깊은 주제의식(?)으로 표현하고 있다면,

디스트릭트9의 외계인들은 신자유주의 속에서 억압받는 모든 민중을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이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남아공이라는 영화의 배경,

MNU라는 다국적 무기기업,

돈 때문에 사위를 배신하며 산산히 조각나는 가족,

외계인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실험하는 인간,

강제로 디스트릭트9을 떠나야 하는 외계인,

외계인과의 섹스로 감염되었다고 억울한 누명을 쓴 비커스,

그리고 결국 외계인들의 손에 사지가 절단나는 쿠버스.

지금 열거한 한줄 한줄 외에도

영화에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대입하여 읽어낼 부분이 많습니다.



그나저나, 달이 네개나 뜬다는 그들의 별,

그곳에 외계인 부자는 무사히 도착했을까요.










Comic-Con 2009 - Day 2 - District 9 Panel Discussion

그냥 하는 말인데,

이 아저씨 센스는 확실히 무시 못할 듯 합니다. ㅋ


Comic-Con 2009 - Day 2 - District 9 Panel Discussion

오른쪽에 저 친구가 디스트릭트9의 감독인데,

다음 영화가 상당히 기대됩니다.

첫 장편이 이정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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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80년대를 이렇게 냉정하게 잡아내는 영화는 존재할 수 없을까.

80년대를 관통해 21세기인 지금까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그 미묘한 민족주의를 냉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는 없을까.


물론 영화에서 원조 스킨해드를 자처하던 그 양반들과는 조금 과가 다르긴 하지만,

한국의 어설픈 민족주의자들이 스스로가 진보좌파인양 깝죽거리는 거 보면

참 가엾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편을 가르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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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한가득입니다. 참고하세요.


이 영화는 결코 소년 소녀의 풋풋한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아요.

한 소년의 풋풋한 첫사랑과,

닳을 대로 닳은 한 여인의 몇번째일지 모르는 연애에 대한 이야기겠지요.


영화의 마지막, 기차간에서 상자위로 톡톡거리며 대화를 나누는 저 연인의 말로는

이미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다지요.

오스칼도 결국 어떤이의 피를 구해오다가 자신의 얼굴에 염산을 뿌리며 죽어가겠지요.

오스칼이 혐오했던, 훔쳤으리라 생각했던 돈과 보석은

이엘리가 그간 만나왔던 수많은 연인들이 선물로 준 것들이겠지요.


불쌍한 오스칼.

이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걸,

모든 상황에서 이엘리가 지켜줄 수 없다는 걸,

아니 이엘리가 지켜줄 수 있는 상황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겠지요.


영화를 보고난 후,

제 머릿속에서 강하게 남아있는 장면들은 소년 소녀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흉측해진 얼굴로 이엘리를 맞이하던,

그 중년 남자의  헌신적인 사랑이었습니다.

예, 그의 얼굴은 나이를 먹어 늙어가고 있었지만,

심지어 염산을 얼굴에 부어 흉측하게 변했지만,

마음만은 변치 않았다구요.

하지만 이엘리는 피를 구해오지 못하는 그에게 어떻게 대했던가요.

나이를 먹지 않고 외모는 열두살에서 그대로 머물러 있지만,

그녀의 마음은 어떻게 변해버렸나요.


오스칼과 이엘리,

비극으로 끝맺을 그들의 사랑의 도피는 화사한 햇살속에서 시작되고 있더군요.

그래요. 그렇게 시작이 따뜻하고 부드러워야 그래야 제대로 비극을 맞이하죠.


간만에 연애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영화한편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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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from FILM/RF 2008. 4. 15. 02:06










이래저래 참 다른 구석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참 잘어울린다.


고운과, 영화.




Zeiss ikon + Canon 50mm f1.2

Lucky Color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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