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Y NEX에 날개달기

from Review 2010. 8. 27. 17:28

1. NEX에 번들렌즈만 쓰는 건....

NEX발표와 함께 공개된 16mm 2.8 단렌즈, 18mm-55mm 줌렌즈

언제던가 포스팅하긴 했습니다만, 제가 NEX를 선택한 첫번째 이유는 확장성 때문이었죠.(http://eastrain.co.kr/2073) 새로운 디지털 장비를 들이자니 거기에 맞는 새로운 렌즈들을 추가로 들여야하는 불상사가 생길 게 뻔했기에 제게 디지털 장비는 언제나 요원한 꿈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쓰던 기존의 메인장비에 장착하는 렌즈들을 물릴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가 있긴 합니다만, 초큼 비쌉니다. 소위 말하는 카메라계의 명품, Leica M 디지털 장비들을 들여야 했는데 제겐 얼토당토 않은 장비였죠. 일단 제가 소유하고 있는 렌즈들이 라이카 장비로 치자면 서드파티군에 해당하는, COSINA사의 렌즈거나 오래된 러시아 렌즈, 올드 케논 스크류 마운트 렌즈거든요. 제 장비를 죄다 팔아치워도 M9는 절대 넘볼 수 없는 장비죠. 암요.

물론 NEX 이전에 몇몇 대안이 있긴 했습니다. 저라고 해서 삽질 한 번 안해봤겠습니까. 지금의 저는 무수한 삽질로 단련된, 삽질머신의 최종진화형이라 봐도 무방한, 그야말로 삽질계의 최종병기입니다. 저를 만만히 보시면 안됩;;;

서설이 너무 길었네요. 일단 제가 넥스를 선택한 이유와 몇번의 삽질 경험담은 http://eastrain.co.kr/2073에서 확인을 하시고,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이 단락의 제목처럼, NEX에 현재까지 나온 번들렌즈만 사용하는 건 또다른 삽질의 연장이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조금 과격하게 들리신다면, 엄... 조금 다르게 표현을 해보겠습니다. 번들렌즈만 사용하는 건, NEX를 50%만 사용하고 있다, 라고 말하죠. 아니, 그걸로는 2% 부족하고. 거세했다, 라고 말하기엔 있는 걸 띠어낸 느낌이고. 탈옥 안한 아이폰이다, 라고 말하면 무슨 어둠의 방법을 시전하지 않은 것 같고. 음... 요거 좋네요. 어른들의 복잡 미묘한 세계를 모르는 미성년자와 같다. 요걸로 감을 잡으시면 되겠습니다.

사실 NEX 시리즈는 카메라의 태생 자체가 헤비유저 타깃이 아닙니다. 프로페셔널용도 아니고 말이죠. 작은 사이즈, 손쉬운 사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DSLR에 버금가는 퀄러티를 내세운, 그야말로 초심자를 타깃으로 한 카메라가 맞습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소니가 공식적으로 말하고 있는 부분일 뿐이고. 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군요. 자, 그럼 이제 NEX에 날개를 달아주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저 위의 타이틀 이미지 날개 근처로 '팔락'거리는 텍스트가 보이십니까, 저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귀가 '팔랑'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후훗.


2. 미러리스 카메라?

DSLR과 NEX의 측면도(출처:DPREVIEW)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우선 NEX가 표방하고 있는, 소위말하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뭔지에 대해 조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주 쉽게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많은 분들이 쓰고 있는 디지털 똑딱이의 최종진화 버전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일반적인 똑딱이들과의 차이점이라면 렌즈교환이 가능하고,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크다는 점이겠지요. 일반 똑딱이 카메라와 유사한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DSLR과 비교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사실 미러리스 카메라가 나오기 전까지는 '확장성'과 '고급결과물'이라는 단어는 거의 DSLR의 전유물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여튼, 미러리스 카메라들은 카메라 바디 중앙의 거울을 버린 덕택에 우측의 이미지와 같은 컴팩트함을 취할 수 있게됩니다. 바디중앙의 미러박스가 차지하고 있던 부피뿐 아니라 상단의 팬타프리즘과 파인더까지 과감히 생략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런 미러리스 카메라들을 각종 카메라 회사에서 너도나도 출시하게 되자 저처럼 허황된 꿈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사는 부류의 사람들이 잔득 기대를 하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이종교배'의 폭이 확 넓어지게 되었거든요. 즉 미러리스 카메라에 타사 마운트 렌즈를 장착해서 사용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엄청나게 다양해졌다는 겁니다.

사실 필름 SLR시절에도 이종교배는 있어왔습니다만, 반쪽에 불과했습니다. 무슨 말이냐, 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다음 챕터로 넘어가겠습니다. 


3. 이종교배?!


M42 마운트 렌즈

사진을 취미로 하시는 분들은 종종 '이종교배'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는 타사 마운트 렌즈를 마운트하여 쓰는 경우 지칭하는데, 쉽게 말씀드리자면 제가 케논 EOS마운트 사용자인데 이 카메라에 니콘렌즈를 물려서 쓰게 되는 경우를 '이종교배'라고들 말합니다.

최근의 바이요넷 마운트 이전, Universal screw mount라 불리는 M42 스크류마운트 시절의 SLR카메라들은 이종교배를 위해 딱히 다른 준비가 필요 없었습니다. 그 당시 대부분의 카메라 회사는 같은 규격, 즉 마운트의 직경이 42mm인 스크류마운트를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즉 내가 팬탁스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하여도 칼자이스에서 생산된 렌즈를 아무런 추가 부품 없이 그대로 사용해도 호환이 되던 시절이 있었단 말이죠. SLR의 경우는 M42마운트가 유니버셜 마운트였다면 RF카메라의 경우는 M39시절부터 지금의 M마운트까지 거의 모든 카메라 회사에서 같은 규격의 마운트 렌즈를 만들었습니다. 워낙에 Leica의 파워가 막강했기 때문일텐데요. 다만 몇몇 예외적인 기종이 있긴합니다. CONTAX 기종들인데, 아주 예전의 올드 CONTAX부터 비교적 근래의 G마운트까지 이어지는 렌즈들은 M39, 혹은 M마운트와는 전혀 호환이 되지 않습니다.
 
여튼 이러한 일종의 유니버셜 마운트 시대는 길지 못했습니다. 모든 카메라 회사들이 제각각의 마운트로 렌즈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렌즈 마운트 구경부터 플랜지백 거리까지 모두 회사별로 천차만별인,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것이지요. 얼마나 다양했는지는 일일이 설명하기엔 너무 방대하므로 아래의 표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렌즈 마운트 리스트(출처:위키피디아)



4.Flange focal distance, 플렌지 백 거리?

위의 표에 표기된 게 뭔가 너무 많아서 골치아파 보이시나요? 그렇다면 다른 건 다 패스하시고, 표의 제일 오른쪽, Flange focal distance 부분만 유심히 살펴보시면 되겠습니다. Flange focal distance, 즉 흔히 말하는 플렌지백 거리란 렌즈의 마운트가 시작되는 부분부터 결상점(필름면이나 이미지센서면)까지의 거리를 말하는데 이종교배를 위해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위에서 미러리스 카메라를 설명하기 위해 썼던 이미지를 다시소환하겠습니다. 다만 이해를 돕기 위해 NEX 그림을 뒤로 좀 빼서 이미지센서의 위치를 일직선상에 놓이게 했습니다.

우측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두 카메라는 플렌지백 거리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렌즈의 설계 자체가 다를 수 밖에 없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붉은 선으로 표시된 부분을 확인해 보면 렌즈를 통해 비춰진 상이 이미지 센서에 들어가기 위한 각도 자체가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무런 장치 없이 두 기종의 렌즈를 서로 호환되게 쓴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전혀 초점이 맞지 않겠지요. 다만 , 아래의 카메라는 플랜지백 길이가 짧기 때문에 차이가 나는 길이만큼 어댑터 만들어 장착하면 아무런 문제없이 쓸 수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SONY 에서는 NEX에 기존 알파 마운트 렌즈를 쓸 수 있는 어댑터를 발매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발매하지 않았습니다. 뭐 이유야 당연히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RF카메라인 Zeiss ikon의 마운트 부분

자, 이제는 제가 NEX가 발매되기 전의 '이종교배'가 반쪽이었다고 말한 이유가 수긍이 가시나요? NEX 이전의 SLR, DSLR 시절에는 SLR카메라끼리는 어느정도 이종교배가 가능했습니다만 그보다 플랜지 백이 짧은 RF카메라 렌즈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억지로 마운트만 맞게 어댑테가 나오긴 했으나 그 어댑터를 이용하면 RF렌즈들은 졸지에 접사렌즈로 변하고 말았지요. 플렌지백 거리가 맞지를 않았으니까 말이죠.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 즉 RF카메라에 SLR렌즈를 쓰는 건 어땠을까요. 이 또한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플랜지백 거리를 길게 맞춰 어댑터를 만든다해도 초점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좌측의 사진은 RF카메라의 마운트면입니다. 대부분의 렌즈교환식 RF카메라들은 렌즈 후면의 헬리코이드가 앞뒤로 이동하며 사진에 보이는 마운트 상단에 있는 작은 원형 장치를 앞뒤로 움직이게 해줍니다. 그리고 이는 파인더의 거리계와 연동이 되게 되는데 플랜지백 거리를 맞춰 어댑터를 만든다해도 저 거리연동장치를 작동시킬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NEX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보이는대로 찍을 수 있다는 SLR카메라의 장점을 후면 LCD로 차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기존의 RF카메라와 달리 플랜지백 거리만 맞춰주면 사진을 찍는데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죠.


4. 그렇다면 NEX와 어울리는 렌즈는?

NEX에 m39스크류마운트 Jupiter-3를 마운트한 모습

일단 복습(?) 차원에서 앞서 한 이야기들을 간략히 정리하는 동시에 '이종교배'시 NEX의 장점도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1. 카메라들은 생산된 회사 마다 마운트 구경도 다르고 플랜지백 거리도 다르다.
2. 어댑터링을 이용해 이종교배를 할 경우 플랜지백의 거리가 짧은 카메라가 훨씬 유리하다.
3. NEX의 경우 지금까지 생산된 렌즈 교환식 디지털 카메라중 가장 짧은 플랜지백으로 생산되었다.
4. 플랜지백이 극단적으로 짧으므로 기존 RF카메라의 렌즈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SLR렌즈들도 손쉽게 사용이 가능하다.
4. 넥스 이전에 생산된 마이크로 포서드 계열의 미러리스 카메라보다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크므로 기존 35mm 카메라의 렌즈를 어댑터를 이용해 사용할 경우 화각 손실이 훨씬 적다.

자, 그렇다면 NEX에 어울리는 렌즈는 뭐가 있을까요!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참 많은 썰을 풀었습니다. 허허허. 그리고 본격적인 렌즈이야기는 2회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숨차요. ㅠ_ㅠ


2부 - 본격적으로 타사 렌즈를 마운트해보자! 바로 가기
http://eastrain.co.kr/2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