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염소와 오리가 풍기는 냄새를 맡으며 수다만 떨었다. 식물원은 벌써 구경을 끝냈고, 식물원 후문으로 나온 우리는 하릴없이 염소의 눈을 쳐다보며 쓸데없는 이야기만 주절거렸다. 염소는 눈이 왜 저렇다니? 아니, 염소랑 사슴이랑 같은 우리에 있네. 원숭이는 안에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아요. 우리에 개가 들어가있는 건 또 첨보네. 그러다가 난 무심코 하늘을 봤다. 앙상한 나뭇가지가 파란 하늘에 혈관처럼 뻗어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비둘기 한떼가 푸드득 날아올랐다. 파란 하늘에, 검은 혈관, 한떼의 비둘기 무리. 난 갑자기 내 삶이 조금은 엉뚱하게 풀려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Bessa R + CS21mm Kodak Gold 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