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눈으로 만나는 사람의 세상
Leica M TYP 240
세상에는 참 많은 카메라가 있다. 물론 그 모든 카메라는 언제든 좋은 사진을 찍을 준비가 되어 있다. 심지어 휴대폰에 박힌 카메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그 모든 카메라가 특정 순간을 동일하게 찍지는 못한다. 브랜드별, 카메라별로 기능이나 성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진을 찍는 순간, 결과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찍는 사람의 눈과 피사체를 가장 먼저 대면하게 해주는 뷰파인더다. 라이카의 M시스템 카메라는 레인지파인더(이하 RF)를 장착한, M마운트 렌즈를 제대로 쓸 수 있는 유일한 풀프레임 디지털 카메라다. 바로 그 지점이 라이카의 존재 이유이자 타사 카메라와의 차별점이다.
제품 사양 <가격 925만원>
유효 화소수 2400만 화소
이미지 센서 1:1 풀프레임 CMOS 센서
셔터 스피드 60초~1/4000초
렌즈 마운트 6bit 코딩 센서 M바이요넷 마운트
지원 감도 자동, ISO 200~6400
노출 셋팅 매뉴얼 모드, 조리개 우선 모드
동영상 싱글 프레임 비디오 압축, 퀵타임 / 1080p, 720p, 640x480
셀프 타이머 2초, 12초
저장 매체 SD카드
뷰파인더 광학 레인지 뷰파인더, 라이브뷰
뷰파인더 배율 0.68X
후면 액정 92만 픽셀 3인치 TFT 디스플레이
크기 139X42X80mm
무게 680g
작동 온도 0~40℃
왜 라이카 M인가?
라이카는 세계 최초로 35mm 판형 카메라를 만든 회사다. 당연히 현존하는 모든 카메라 제조사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그리고 라이카에서 생산되는 카메라는 그 역사에 걸맞는 단단하고 완성도 높은 만듦새를 자랑한다. 물론 세상의 모든 명품이 그러하듯 M 시스템은 고가를 자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야기들이 라이카 M Typ 240을 설명하는 한 조각이 될 지언정 핵심적인 키워드가 될 수는 없다. 라이카가 왜 전설이 되었는가, 그리고 그 전설이 아직까지 전세계 수많은 사용자와 함께 살아숨쉬고 있는 이유는 뭔가에 대한 답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라이카 M Typ 240이 가지는 최고의 장점이자 라이카 M Typ 240만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바로 그 어떤 디지털 카메라에서도 만날 수 없는 광학 레인지 파인더 시스템(거리계 연동 시스템, 이하 RF시스템)이다. 최근 미러리스의 약진으로 EVF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디지털이 그러하듯 EVF의 최종 목적은 얼마나 OVF를 완벽히 재현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그 비교대상은 DSLR 카메라에 국한되어 있다. 예를 들자면 EVF의 시야율 100%라는 장점은 기존의 SLR 시스템과 비교하기 위한 문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라이카 M Typ 240의 RF 초점방식은 현재의 EVF나 DSLR 카메라가 추구하는 방식과 개념이 다르다.
거리계연동방식이라 부르기도 하는 RF시스템은 거리계(range finder)와 카메라의 초점기구를 연동시킨 방식이다. 초창기 카메라는 거리계를 통해 삼각측량법으로 산출한 거리를 렌즈에 따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는 꽤나 불편한 방식이었고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는 등 현장의 모습을 즉각적으로 담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 렌즈의 초점링을 돌리면 뷰파인더를 통해 초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RF카메라다.
라이카 M Typ 240의 뷰파인더를 바라보면 잘 닦인 맑은 유리창을 너머로 대상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사진이 찍히는 구간을 표시한 프레임라인과 간단한 노출 정보, 그리고 한가운데 작은 포커스존 외에는 뷰파인더에 표시되는 정보가 없다. 이 단순하고 직관적인 뷰파인더를 위해 얼마나 많은 기술이 적용됐는지를 굳이 알 필요는 없다. 다만 이 뷰파인더가 익숙해지는 순간 라이카 M Typ 240의 RF 시스템이 21세기에도 왜 유효한지 알게 된다.
(박스)라이카 M Typ 240 뷰파인더는?
RF 카메라는 대부분 이중상합치 방식으로 초점을 맞춘다. 뷰파인더의 정중앙에 자리한 밝은 직사각형이 포커스존이다. 이곳을 자세히 보면 똑같은 상이 좌우로 흩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포커스링을 돌리면 상이 하나로 합쳐지게 되는데 그 때가 바로 초점이 맞는 순간이다.
프레임 라인은 어떤 렌즈를 마운트했는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화각에 따라 전체 뷰파인더상에 프레임라인이 더 크게 그려지기도 하고 더 작게 그려지기도 한다. 또한 초점을 맞춘 거리에 따라 좌측하단에서부터 우측상단까지 대각선으로 프레임 라인이 이동한다. 이는 일종의 시도보정장치로 더욱 정확한 프레이밍을 돕는다.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세상에 완벽한 기계는 없다.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건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RF 방식을 탑재한 라이카 M Typ 240의 뷰파인더도 마찬가지다. SLR과 달리 고정적인 형태로 제작된 뷰파인더는 망원계열이나 초광각계열의 렌즈 교환시 불편함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은 각종 불편함을 상쇄시키고도 남는 장점을 제공한다. 바로 모든 상황에 대한 예측이다.
DSLR 카메라의 뷰파인더는 무조건 가장 얕은 심도로 대상을 바라보게 한다. 즉 프레이밍하고 있는 영역 중에서도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부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프레임 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를 놓칠수도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심도 미리보기 등을 이용해 원하는 심도의 화면을 볼 수 있긴 하지만 급격히 파인더가 어두워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초점잡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미러리스의 EVF는 상황이 조금 낫다. 조리개 수치를 바꿔 원하는 심도를 확인할 수 있고 이때 화면이 어두워 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러리스 카메라가 뷰파인더 안의 모든 상황을 직관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어차피 미러리스 카메라의 뷰파인더도 초점을 잡는 영역에 집중하도록 고안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RF 방식의 라이카 M Typ 240은 투명한 유리를 통해 오롯이 사람의 눈으로 직접 대상을 바라보게 된다. 미러나 이미지 센서 등을 거치지 않고 날것 그대로의 상황을 대면할 수 있다는 것은 꽤나 큰 장점이다. 거기에 더해 세상의 그 어떤 렌즈보다 심도가 깊은, 사람의 눈으로 직접 피사체를 볼 수 있어 얕은 심도에 매몰되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또한 초점을 잡는 중에도 뷰파인더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즉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고 각종 불확실한 상황도 미리 통제할 수 있게 된다.
RF 방식의 뷰파인더가 단지 프레임 영역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만 장점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프레임 밖에서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사물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예를 들자면 DSLR 카메라나 미러리스 카메라의 뷰파인더는 정확하게 제한된 공간만 제공한다. 이 경우 프레임은 카메라의 뷰파인더 가장 바깥쪽과 동일하다. 따라서 셔터를 누르기 직전에 프레임 안으로 갑자기 침범하게 되는 각종 상황들을 예측하기 힘들다. 줌렌즈를 이용해 광각 영역에서 관찰하다가 원하는 화각으로 좁혀 사진촬영을 하는 방법이 있겠으나 불편한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RF카메라는 전혀 다르다. 뷰파인더 안쪽으로 프레임 라인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비록 프레임라인과 뷰파인더 가장자리의 거리가 얼마 되지 않다 하더라도 사진을 찍는 순간에는 꽤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RF 카메라의 초점방식을 디지털로 구현하고자하는 노력이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시도는 반쪽짜리가 될 수 밖에 없다. 미러리스의 프레임 라인은 렌즈가 보여주는 화각인 동시에 뷰파인더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 화면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디지털 방식으로는 RF 카메라가 보여주는 여유있는 프레임 라인을 구현하는 것의 거의 불가능하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카메라
아프리카 대자연의 야생동물을 찍을 때에는 당연히 라이카 M 시스템은 부적합한 장비다. 커다란 망원렌즈로 멀리서 찍는 게 답이고 DSLR 카메라와 궁합이 맞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라이카 M Typ 240과 궁합이 맞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것은 바로 사람을 만나는 순간이다.
일단 바디가 크지 않은데다 부피가 작은 단렌즈 위주로 조합하게 돼 피사체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는다. 물론 그와 같은 조건을 지닌 많은 콤팩트 카메라와 미러리스 카메라가 있으나 풀프레임 센서를 장착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여기에 더해 정숙한 셔터음이라는 강점까지 추가되면 라이카 M 시스템 외의 대안을 찾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때론 카메라를 총이나 칼과 같은 무기처럼 느끼는 사람이 있다. 피사체가 되어 느끼는 그 감정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카메라는 언제든지 무기가 될 수 있는, 폭력성을 지닌 기계다. 예컨대 길거리에서 시커멓고 커다란 줌렌즈를 들고 어딘가를 향해 셔터를 누른다면 많은 사람의 시선이 그리로 몰려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라이카 M Typ 240은 있는 듯 없는 듯한 크기와 정숙성으로 자연스러운 상황들을 스냅으로 담아낼 수 있다.
사진을 담아내는 매체만 디지털로 옮겨왔을 뿐인 라이카 M Typ 240은 사진을 찍는 대부분의 순간이 아날로그와 맞닿아 있다. 렌즈의 조리개링과 포커스링을 수동으로 직접 조작해야 하고 뷰파인더의 이중상을 하나로 맞춰야 한다. ‘삐릭’하는 AF 컨펌음도 없고 ‘철컥’하는 미러 구동음도 없다. 차분하게 파인더를 보며 피사체와 교감할 수 있는 카메라가 바로 라이카 M Typ 240이다.
여기에 더해 매뉴얼 포커싱의 신뢰도와 신속성이 라이카 M Typ 240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렌즈 바디에 각인된 심도표를 보고 조리개를 조절한 다음 미리 의도한 거리 쯤으로 포커스링을 돌려 놓으면 AF 카메라 못지 않은 신속성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스냅사진은 그 특성상 2미터 이상 거리를 둔 피사체를 찍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포커스링이 움직이는 폭이 그다지 넓지 않다. 조리개를 8정도로 조인 상황이라면 물흐르듯 흘러가버리는 상황을 초점 걱정 없이 빠르게 낚아챌 수 있다. RF 카메라의 특성상 망원계열 렌즈보다는 광각렌즈에 특화된 라이카 M Typ 240은 광각렌즈를 마운트 했을 때 깊은 심도 덕에 메뉴얼 포커싱의 신속성과 신뢰성이 더욱 높아진다.
진보적인 그러나 진중한 발걸음
물론 라이카 M Typ 240은 최신 기술이 집약된 기기가 아니다. 세계 최고의 AF를 탑재한 것도 아니고 최고화소의 센서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최신 기기’가 아닐지라도 ‘최고 카메라’라는 타이틀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앞서 설명한 라이카만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사진을 찍는 순간에 충실한 진짜 카메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라이카 M Typ 240이 디지털 시대에 역행하는 카메라인가 하면 그런 아니다. 일단 세대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진보하고 있는 뷰파인더의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띈다. 처음 전원을 켜고 바라본 라이카 M Typ 240의 뷰파인더는 기존의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맑고 투명하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유난히 밝고 선명해진 프레임라인에 시선이 빼앗긴다. LED를 삽입해 밝기를 높인 것. 프레임 라인의 색깔을 붉은색으로 바꿀 수도 있다. 이처럼 밝아진 프레임 라인은 쨍하게 맑은 날 야외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기능은 라이브뷰다. 후면 액정 옆 메뉴중 가장 상단에 위치한 LV 버튼을 누르면 셔터가 열리면서 라이브뷰 모드로 촬영이 가능해진다. 렌즈 포커싱링을 돌리면 자동으로 초점이 맞은 부분이 빨간 색으로 표시되는 컬러 피킹 기능이 작동 된다. 바디 우측 상단 후면에 위치한 다이얼을 돌리면 최고 10배까지 확대해서 정밀하게 초점을 맞출수도 있다. 다만 확대 영역은 정중앙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 아쉽다.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INFO 버튼을 둘러싼 십자 버튼으로 확대 영역을 옮길 수 있기를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여기에 더해 이전 기종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동영상 기능이 라이카 M Typ 240에서는 지원되는 것도 눈여겨볼만하다. 이러한 여러 가지 새로운 기능을 지원하게 된 이면에는 이미지 센서 교체가 큰 몫을 했다. 기존의 CCD 방식의 센서에서 CMOS방식으로 교체됐으며 이를 통해 고감도 노이즈 억제 향상, 더욱 높아진 화소수 등 디지털 카메라가 지녀야할 기본기도 충분히 갖추게 됐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한 후부터 얼마나 많은 최신 기능이 탑재됐는가가 카메라를 고르는 기준이 됐다. 하루가 다르게 급격히 기술 발전을 이루던 초창기 디지털 카메라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2000년대 초반의 디지털 카메라가 담보할 수 있었던 화소를 생각해보자. 카메라의 기계적인 기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센서의 한계가 너무도 명확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웬만한 DSLR로 사진을 찍어도 얼마든지 원하는 크기로 크게 인화할 수 있다. 고감도에서 만날 수 있는 깔끔한 이미지는 그저 감탄을 내뱉게 만들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카메라를 고르는 기준이 조금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얼마나 많은 기능을 담고 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면 카메라를 고르는 기준과 컴퓨터를 고르는 기준이 뭐가 다르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라이카 M Typ 240의 가격을 두고 그정도 금전적 가치를 지니는 카메라인지 묻고는 한다. 물론 어떤 사진을 찍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만약 RF 카메라의 파인더가 가지는 가치를 알고 있다면, 피사체와의 심리적 거리나 교감에 신경써야 한다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도구로써 카메라가 필요하다면, 결국 선택지에는 단 하나의 카메라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