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MA Art 50mm F1.4 DG HSM

from Review 2015. 1. 12. 14:54


대구경 표준 렌즈의 역사를 새로 쓴다


SIGMA Art 50mm F1.4 DG HSM



이쯤 되면 할 말이 없어진다. 독기를 품었다는 말조차 식상한 수식어가 될 뿐이다

시그마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렌즈가 아니라 일본 광학업체를 통틀어 최고 수준의 렌즈라 칭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그렇다. 이번에 시그마에서 새로 발표한 Art 50mm F1.4 DG HSM(이하 Art 50mm F1.4)를 두고 하는 말이다

흔히들 50mm 렌즈야말로 누구나 쉽게 설계하고 누구나 쉽게 생산할 수 있는 렌즈라고 말한다

하지만 몇 가지 조건이 붙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구경의 밝은 F값을 갖는 동시에 최대개방에서도 선예도는 무너지지 않을 것

그 외에도 여러 단서가 있겠지만 일단 이 두가지 만이라도 충족시키는 렌즈를 찾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시그마가 그런 렌즈를 만들어냈다

Art 50mm F1.4는 대구경임에도 불구하고 해상력, 선예도, 콘트라스트, 주변부 화질 등 각종 세부 사항이 합격점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렌즈구성         8군 13매

  최소조리개         F16

  필터 크기                          φ77㎜

  화각         46.8 °

  최단 촬영 거리         40cm

  최대 지름 × 전체 길이 Φ85.4 ㎜ × 99.9 ㎜

  조리개 날개 매수 9 매 (원형 조리개)

  최대 배율                 01:05.6

  후드         포함(LH830-02)

  무게         815g

  AF 마운트 대응         SIGMA/CANON/NIKON/SONYα

  가격         119만원






시그마의 역사를 담는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시그마는 에너지로 가득 찬 광학회사였다. 

1961년 창사 이래 안분지족하며 가만히 있은 적이 없었다.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해왔고 그것이 대중에게 어필을 하건 안하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끊임없이 신제품 개발을 해 왔지만 때로는 역량 부족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모하리만큼 밀어붙이는 도전정신 만큼은 에너지가 넘쳤다. 

그렇다. 사실 과거의 시그마는 열심히 하는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똑부러지게 잘한다고 칭찬만 받을 수 있는 브랜드는 아니었다. 

한 때는 저렴한, 가성비 좋은 렌즈를 만들어 내는 고만고만한 서드파티 회사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랬던 시그마가 달라졌다. 달라진 정도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회사로 태어났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바뀌었다. 

사실 시그마의 변화는 2000년대 후반부터 관찰됐다. 



미러리스 카메라가 대세로 자리 잡기 전인 2008년에 대형 센서를 장착한 콤팩트 카메라인 DP1을 발매해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것. 

비록 카메라의 기계적인 성능은 조금 떨어졌을지 몰라도 사진 본연에 충실한 퀄리티로 좋은 평을 들었다. 

그리고 지난 2013년 시그마는 서드파티 회사라는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고 

세계적인 광학전문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글로벌 비전 렌즈’라인을 새롭게 발표했다. 

렌즈 외관부터 성능까지 모두 다 새롭게 바꾼 노력때문이었을까? 

글로벌 비전 렌즈 시리즈는 전문가부터 아마추어까지 대다수 사진가들에게 호평 받으며 새로운 렌즈가 나올 때 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시그마의 글로벌 비전 렌즈 시리즈가 본궤도에 안착했다는 평이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발표한 렌즈가 바로 Art 50mm F1.4 DG HSM이다. 



그런데 이 렌즈는 첫인상부터가 범상치 않다. 

우선 렌즈를 들었을 때 예상치 못한 무게에 깜짝 놀라게 된다. 

정확한 무게는 815g. 타사 50mm F1.2렌즈 보다 330g 이나 무겁고 24-70mm F2.8 줌렌즈보다는 10g 정도 더나간다. 

이쯤 되면 대체 얼마나 좋은 사진을 만들어 내기에 이 같은 무게를 사용자에게 짊어지웠을지 의문스러워지기 마련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렌즈를 카메라에 마운트 하면 또 한 번 놀란다. 

기존의 시그마 렌즈에서 만날 수 없었던 고급스러운 외관 때문. 

대다수 서드파티 렌즈가 꾸준히 지적 받아 왔던 모자란 듯 한 디자인이 말끔하게 해결된 느낌이 든다. 

사실 서드파티 렌즈 디자인은 여러모로 최대한 평범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동일 디자인으로 여러 종의 바디에 마운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비전 렌즈 라인은 어느 브랜드의 바디에 마운트를 해도 일체감을 느낄 수 있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최대개방에서도 선명하다

만약 무게 때문에 손사래를 쳤던 사람이라면 일단 직접 촬영해보기를 권한다. 결과물을 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선 AF 구동음이 상당히 정숙하다. HSM(하이퍼소닉 모터)를 사용한 덕분이다. 

이제 셔터를 눌러 사진을 확인할 차례인데, 정확한 이미지 퀄리티를 확인하려면 몇 가지를 유념하는 게 좋다. 

조리개 최대개방에서 최단 촬영거리에 피사체를 뒀을 경우 생각보다 꽤 심도가 얕게 표현된다. 

따라서 결과물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라이뷰모드에서 초점 맞출 부분을 확대해 정밀하게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 

그리고 고화소 센서가 장착된 카메라라면 삼각대를 이용하거나 안정적인 셔터스피드를 확보하는 것을 추천한다.

결과물을 확인하는 순간 우선 눈을 의심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최대개방 상태에서 네 귀퉁이에 비네팅이 현저히 낮게 나타나고 보케는 단정하면서도 개성 있게 표현된다. 

원본 크기로 크게 확대해서 보면 더 놀랍다. 

중앙이 아닌 좌우 끝에 가까운 곳에 피사체를 놓고 사진을 찍어 확대해보면 중앙부 못지 않은 정밀한 표현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초점 맞은 부분만 따로 보면 중앙부인지 주변부인지 알기 힘들 정도도 점과 선이 살아 있다. 

앞흐림 또한 자연스럽고 정돈된 모습으로 나타나 사용자의 표현 범위를 한 층 더 넓혀주고 있다. 



따라서 만약 최대개방 상태에서 이 렌즈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퍼포먼스를 확인하고 싶다면 라이브뷰로 확대 후 MF로 촬영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찍은 결과물을 봐야 Art 50mm F1.4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다시 한 번 시그마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AF/MF 조작 버튼이 눈에 띄게 디자인 되어 있기 때문. 

상황에 따라, 혹은 카메라 기종에 따라 AF보다 MF 조작을 신뢰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망설이지 말고 MF로 촬영해보자. 

Art 50mm F1.4은 결코 사용자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단언컨대 현재까지 나온 AF를 지원하는 50mm F1.4렌즈 중 최상의 퍼포먼스를 지닌 렌즈라고 볼 수 있다.

혹자는 너무 사진이 잘 나오면 재미가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Art 50mm F1.4는 폭넓은 심도표현 범위를 갖추고 있고 정직한 동시에 개정적인 보케를 표현해줘 이와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최대개방 촬영을 즐기는 사람에게도, 적당히 조여 깊은 심도를 즐기는 사람에게도 모두 만족스러운 렌즈다. 








가격대 성능비를 논하는 것 자체가 실례

서드파티 렌즈를 수식하는 대표적인 단어는 가성비였다. 

그러나 이제 시그마의 글로벌 비전 렌즈는 예외로 둬야 할 것 같다. 

다양한 사진표현을 위한 강력한 퍼포먼스를 중심에 두고 사용자를 최우선적으로 배려한, 

그야말로 고급렌즈가 지녀야 할 모든 것들을 갖췄기 때문이다. 



Art 50mm F1.4 렌즈의 경우 고성능을 추구하다 보니 물리적인 크기나 무게를 차선 과제로 둔 것이 아쉬운 면일 수 있다. 

그러나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오로지 최상의 결과물을 만드는 데만 집중한 것은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하다. 

따라서 이 렌즈에 가성비를 논하는 것은 실례에 가깝다. 

물론 사용자에 따라 이 렌즈의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카메라 제조사에서 발매한 비슷한 성능의 렌즈를 떠올려 본다면 결코 납득할 수 없는 가격은 아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시그마가 그동안 걸어온 길을 조금 더 이야기 해보자. 

그들이 단지 괴짜였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에서는 결코 시도하지 않았던 제품을 만든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시대를 앞서간 카메라나 렌즈를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다만 과거에는 그 열정과 에너지가 무르익지 못했을 뿐이었다. 

이제 시그마는 지난 50여년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술력을 응집한 제품이 글로벌 비전 렌즈고 그 중심에 바로 Art 50mm F1.4 렌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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