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새 렌즈를 질렀습니다.
그동안 웬만한 러시아 렌즈는 사서든 빌려서든 써봤는데
이 렌즈만은 인연이 닿지 않아 못써봤습니다.
사실 2005년이던가 2006년에 이 렌즈를 이베이를 통해 주문한 일이 있는데
배송이 잘못돼 결국 손에 넣지 못했더랬습니다.
(알고 봤더니 제가 주문한 그 렌즈, 옆집으로 배송됐었고 옆집 사람은 그걸 반송시켰더군요. 하....)
거의 10여년만에 제것이 된 이 렌즈는 언뜻보면 흔하디 흔한 Fed 렌즈입니다.
전형적인 엘마 카피지요.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이 렌즈의 정확한 이름은 Fed Macro 50mm F3.5인데 여기에 힌트가 있어요.
사실 요즘 관점으로 보면 이 렌즈는 매크로라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는,
최단 촬영거리가 50cm인 렌즈입니다.
이 렌즈는 M39 스크루 마운트인데 당시 생산된 대부분의 50mm M39 렌즈는
최단 촬영거리가 1m 정도에 불과하다는 걸 상기시켜보면 놀라운 스펙입니다.
사실, 당시에 이 렌즈를 쓰기는 꽤 불편했을 겁니다.
1m까지는 카메라 바디의 거리계와 연동돼 초점을 맞출 수 있지만
그보다 짧은 거리에 있는 피사체는 대충 눈대중으로 맞춰야 했을테니까요.
거리가 가까워질 수록 심도도 얕아지니 최대개방에서 칼핀은 언감생심 꿈도 못꿨겠죠.
그러나 지금은 이 렌즈의 짧은 최단 촬영거리가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에 물리면 거리계따윈 상관 없이 최단 촬영거리까지 손쉽게 초점을 맞출 수 있지요.
그것도 아주 쉽게.
결과물은 제 맘에 딱 듭니다.
현행 렌즈의 칼같은 묘사력은 기대할 수 없지만 특유의 뭉근하고 따스한 느낌이 좋습니다.
그래도 중앙부 화질은 꽤 괜찮은 편이고 주변부로 갈 수록 화질이 떨어집니다.
최대개방으로 근거리에 있는 사물을 찍으면 배경에 회오리 보케가 생기기도합니다.
렌즈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결과물을 보시죠.
사진은 모두 SONY a7으로 촬영했습니다.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샘플사진의 컬러는 참고하지 마시고,
(라이트룸에서 VSCO Film으로 보정했습니다.)
흑백 사진을 눈여겨 보셨으면 합니다.
이 렌즈, 의외로 a7 바디와 외관 매칭도 좋은 편이고,
따로 헬리코이드 어댑터를 쓰지 않아도 단거리 촬영을 즐길 수 있으니
꽤나 유용한 장비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