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한강
Eximus
Conica Centuria 100
:: 최신 DSLR에 '토이카메라' 효과가?
최근에 조금 심도깊게 고민해볼만한 질문을 들었어요.
티스토리 사진편집 화면 | 싸이월드 사진편집 화면 |
토이카메라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홀가
위의 두 화면은 각각 티스토리와 싸이월드의 이미지 업로더 편집창입니다. '로모'라는 글자가 눈에 띄는군요. 예, Lomo LC-A로 대표되는 비네팅 효과를 인위적으로 덧씌우는 기능입니다. Lomo LC-A, 토이카메라 등의 특징인 비네팅 현상을 웹에서 손쉽게(그러나 어설프게) 구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이미 다들 알고 있겠지만 국내에서는 Lomo LC-A에 덕에 비네팅이라는 단어가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수많은 말들이 오고 갑니다. 성능이 떨어지는 렌즈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성능이 문제가 아니라 이미지가 주는 느낌이 중요하다 등등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구태의연한 설전을 벌이고 있지요. 사실 전 그런 문제로 왜 싸워야 하나 싶어요. 다 사실이잖아요. 렌즈의 광학적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고, Lomo LC-A가 만들어주는 이미지가 독특하고 매력적인 것도 사실이잖아요.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격이요? 가격이 문제가 된다면 안쓰면 그만이고 가격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왜 다른 사람의 취향을 무시하거나 깎아 내려야만 하는지 모르겠군요. 이야기가 잠시 엉뚱한 곳으로 흘렀네요. 다시 토이카메라로 돌아가서 말이죠,LOMO LC-A의 대중적 인기는 홍보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쯤에서 우리는 일부 호사가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이 과연 신빙성이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과연 그들의 주장처럼 토이카메라는 Lomo LC-A의 아류, 혹은 적자 쯤의 위치에 놓인 소위 말하는 어설픈 '짝퉁'에 불과할 뿐일까요? 사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무리는 아닙니다. Lomo LC-A가 대중적으로 먼저 알려졌고 그 이면에는 선동적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홍보 공세가 있었기 때문이죠. 사실 초기의 토이카메라 1세대들은 딱히 특정 토이카메라만 골라서 사용했다고 보기 힘들어요.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카메라들을 가리지 않고 사용했습니다. Lomo LC-A가 아니더라도 독특한 느낌의 비네팅과 주변부 화질저하현상을 지닌 토이카메라들을 두루 사용했던 것이지요. 다만 로모그래피의 홍보 공세(?) 때문에 몇년간 균형있게 시장이 발전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봐요. 그리고 이제야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독특한 이미지들을 만들어주는 다른 카메라들도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지요. 즉 단순히 Lomo LC-A의 아류다, 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베를린장병이 무너질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 처럼, 우리는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세계에 살고 있다
우리는 가끔 닭이 먼저인가, 알이 먼저인가 라는 명제에서 곤혹스러워 하지만 어떤 일이건 그 근원이 되는, 우선되었던 일이 있게 마련입니다. LOMO LC-A의 인기가 로모이즘이니하는 말들로 포장되고 그 자체로써 온전히 오리지널리티를 획득한 문화인양 자리잡고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LOMO LC-A 이전에, 토이카메라들이 지금의 위치를 가지기 이전에 그 문화적 양분이 되고 토대가 되는 근본적인 문화현상이 있었다고 보는 게 옳습니다. Lomo LC-A의 대중적 인기가 아무리 홍보의 승리라 하더라도 설득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없었겠지요. 그렇다면 그 설득력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요?1960년대에 만들어진 DIANA 오리지널 모델
제가 조금 쓸데없이 복잡하게 이야기를 한 것 같군요. 불활실성이니 어쩌니 해도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어느 시대에 살았건 당장 내일일을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겠지요. 물론 예측범위라는 것이 있다지만 사람 사는 게 어디 자신의 의지대로, 예측대로만 굴러가던가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바로 이 순간이 중요한 거죠. 1분 1초가 모여 하루가 되는 거 잖아요.
노출 측정을 비이커에 물을 담는 것과 비교해보자구요
숫자가 작을 수록 조리개는 개방됩니다
토이카메라는 고정노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토이카메라는 맑은날 야외에서 진가를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