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다고 아름답진 않더라
C Mount 어댑터를 장창한 NEX와 Fujian 35mm f1.7 렌즈
미러리스 카메라의 장점 중에 하나는 바로 ‘콤팩트’한 크기임을 상기해본다면 NEX에 장착하는 렌즈는 작을수록 아름답기 마련입니다.
짧은 플랜지백 거리 덕에 수많은 마운트와의 이종교배가 가능한 장비라고는 하지만 직접 여러 렌즈와의 이종교배를 시도해본 결과 NEX의 바디크기와 이질감이 크지 않게 접목시킬 수 있는 렌즈는 RF카메라의 렌즈였습니다. 어댑터의 길이가 짧고 렌즈들의 크기도 대부분 작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RF카메라의 렌즈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더라구요. 문제는 최단촬영거리였습니다. 작고 화질도 선명한데 당최 최단 촬영거리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RF카메라의 특성상 대부분의 렌즈는 0.7m~1m가 한계였습니다. 그러자고 SLR렌즈들을 쓰자니 어댑터 길이가 너무 길어져 휴대성이 떨어지고. 그러던 중에 C마운트 렌즈가 어댑터를 통해 NEX에 장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2. 모든 C mount 렌즈가 NEX에 장착이 되는 건 아니더라
문제는 NEX에 과연 몇 mm의 C마운트 렌즈부터 동굴현상이 나타나지 않는가입니다. 오른쪽 도표에서 aps-c사이즈로 그려진 직사각형이 NEX의 이미지 센서 크기입니다. 대략 30mm 초반부터 아슬아슬하게 사진의 네 귀퉁이에 새까만 비네팅이 생기지 않는 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구할 수 있는 30mm 초반의 C마운트 렌즈는 35mm 밖에 없습니다. 1:1 풀프레임으로 환산하면 대략 50mm 초반의 표준렌즈가 되는 화각이고 말이죠. 물론, 매우 아쉽게도 그 이하의 광각렌즈에서는 동굴현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예컨데 25mm C마운트 렌즈를 NEX에 장착할 경우엔 사진의 네 귀퉁이에 새까만 비네팅이 나타납니다. 크롭바디 전용 렌즈를 풀프레임 바디에 썼을 때 나타나는 현상과 동일하죠.
3. C mount 렌즈, 이렇게 비싸도 되는거니!
ANGENIEUX 25MM f 0.95 렌즈. 상태에 따라 1,000달러를 호가한다.
C마운트 렌즈는 최초, 16mm 무비카메라용으로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이게 여러 이름으로 불립니다. m25 렌즈, CCTV렌즈, TV렌즈, Bolex 렌즈까지 꽤나 골치 아파보입니다만 NEX에 물릴 심산이라면 생산 시기만 다를 뿐이지 결론적으로 거의 동일한 마운트의 렌즈라 보셔도 무방합니다. 렌즈 마운트면을 깎느니 하는 수고를 들일 필요도 없고 말이죠. 어쨌거나 위의 단어로 이베이에서 검색해서 튀어나온 모든 렌즈는 어댑터 하나만 있으면 물리적으로 NEX와 간단히 결합이 가능합니다. 물론 35mm 보다 광각인 렌즈는 동굴현상이 생기겠죠.
그런데 직접 이베이에서 검색을 해보시면 알겠지만 C마운트 렌즈의 가격이 만만찮습니다. 특히 Bolex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16mm 무비카메라용 렌즈들은 서민의 주머니 사정을 초월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그리고 그 이후에 생산되었다고는 하나 메이저 카메라 회사에서 만든 TV렌즈(대부분 일본카메라 회사에서 생산)도 비싸긴 매한가지입니다.
서민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주는 C마운트 렌즈는 정녕 없는가, 라고 낙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회사에서 만든 CCTV용 렌즈들은 가격이 참 착하거든요. 그리고 그 CCTV용 렌즈중에 오늘의 주인공인 Fujian 35mm f1.7렌즈가 있습니다.
4. Fujian 35mm f1.7의 MTF 차트?
다들 짐작하셨겠지만, 애석하게도(?) Fujian 35mm f1.7의 MTF 차트 같은 건 없어요. 그냥 결과물을 보고 대략적인 감을 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장비의 객관적인 수치에 목매는 인간이 아니라 남들 다하는 별별 테스트 사진은 안찍었어요. 아니, 못찍었어요. 그런 테스트 촬영을 위한 준비물이 없거든요. 쩝.
여튼, 상단의 사진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보시면 단박에 주변부 화질에 문제가 있음을 눈치챌 수 있을겁니다. 이미지서클은 APS-C 사이즈의 센서를 커버할지 모르겠지만 이 렌즈는 CCTV를 위해 설계된 렌즈이기 때문입니다. 휠을 굴려 2번챕터에서 다뤘던 도표를 한번 다시 봐주시기 바랍니다. 원래 Fujian 35mm f1.7은 16mm라고 표시된 녹색 직사각형에 들어갈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렌즈입니다. 그러니 그 범위를 벗어나는 부분의 화질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설계된 것이죠.
그래서 중앙부분을 100% 트리밍해서 보면 사실 못쓸 정도의 렌즈가 아닌 걸 알 수 있죠. 낚시대의 끝부분까지 잘 묘사하고 있거든요. 상단의 이미지에서 그나마 선명하게 표현된 부분을 흰색선으로 영역을 그려봤습니다. 딱 저정도가 Fujian 35mm f1.7렌즈가 표현할 수 있는 선명한 이미지의 한계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될 것은 그저 재미없이 뿌옇게 흐려지는 결과물을 얻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방파제 부분을 자세히 보면 형태를 유지하면서 보케로 표현되고 있거든요. 바로 이게 Fujian 35mm f1.7 렌즈의 특징입니다. 수치의 논리로 이야기하면 저급한 렌즈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이 렌즈 만의 개성적인 표현이 가능하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 것이죠.
우리는 일종의 편법으로 Fujian 35mm f1.7 렌즈를 NEX에 물려서 쓰게 되는 것이고 주변부 화질 저하는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어요. 이런 사실이 엄청나게 신경쓰이고 당최 사진찍을 맛이 나지 않을 것 같으면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Fujian 35mm f1.7 렌즈는 영입하지 않는 게 답입니다. 조리개를 아무리 조여도 주변부 화질이 좋아지지 않거든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화질이 좋다느니 선예도가 칼같다느니 하는 방식의 리뷰는 렌즈 생산회사의 몫이 아닐까 싶어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이 렌즈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어떤 표현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여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Fujian 35mm f1.7 렌즈의 결과물을 주욱 붙여나갈까 합니다. 제가 언급한 이렌즈만의 독특한 주변부 화질저하 현상을 주목해서 보시면 좋겠어요. 적당한 거리로 구도를 잡아 약간의 꼼수를 부리듯 중앙부 근처부터 주변부까지 자연스럽게 보케가 맺히게 찍은 사진들도 있으니 오해는 마시구요.
5. Fujian 35mm f1.7 결과물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최근엔 이베이에서 Fujian 35mm로 검색을 하면 아예 상품이 뜨질 않아요. 그럴 경우엔 c mount 35mm로 검색한 다음에 가장 저렴한 가격의 렌즈를 구매하시면 됩니다. 그게 바로 제가 지금 쓰고 있는 Fujian 35mm f1.7렌즈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국내에서도 어댑터를 포함해서 아주 저렴하게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판매되는 이름은 Fujian이 아닙니다.
원래 이 렌즈를 생산한 곳은 중국의 Fujian Forecam Optics사입니다. CCTV 장비 전문 생산 업체지요. 이런 생산 공장에서 OEM으로 상품을 제작하는 일은 흔합니다. 현재 동일한 렌즈로 추정되는 상품을 호루스벤누 35mm f1.7 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제가 보기엔 99.99% 동일한 렌즈입니다.
아, 참고로 이 렌즈는 개체별로 외관의 완성도, 내구성에서 부터 결과물까지 약간의 편차가 있는 편입니다. 소위말하는 뽑기운이 따라야 한다는 거죠.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으니 그정도는 감수하셔야할 듯 합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데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제품이라면 구매한 곳에 반품이나 교환을 요청해도 되겠습니다. 국내에서 구매하면 그런 점이 좋더군요. 저 처럼 이베이로 주문했는데 불량품을 받아드신 분은 허탈한 웃음으로 허허 웃는 것 외엔 딱히 방법이 없더라구요. 허허허허.
그리고 C마운트 렌즈를 추가로 구매할 의향이 있으신 분들을 위한 팁. 단렌즈는 35mm 이상을 알아보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만, 줌렌즈는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극소수의 일부 렌즈를 제외한 대부분의 줌렌즈는 이미지 서클이 좁아요. 줌렌즈의 화각이 35mm 이상을 지원한다해서 덥석 지르시면 동굴현상때문에 눈물을 흘리실지도 모릅니다.
Fujian 35mm f1.7 렌즈가 가지는 한계는 분명합니다. 동시에 이 렌즈만이 표현할 수 있는 장점도 있어요. 더불어 작고 가볍고 밝다는 기계적인 장점도 있습니다. 물론 만듦새는 떨어지죠.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 생각해요. 어떤 사진을 찍고자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스스로의 몫인 것 처럼 말이죠.
여기까지가 제가 준비한 Fujian 35mm f1.7렌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렴한 장비에 대한 짧은 리뷰였는데, 도움이 되셨으려나 모르겠네요. 제 리뷰가 여러분의 즐거운 사진 생활에 작은 활력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이만 총총.
이 리뷰에서 언급하면 중복될 것 같아 생략했습니다. 해당 링크를 꼭 한 번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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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기 잘 보고갑니다. 35mm같은경우는 1.5크랍까진 지원을 하기도 하는군요?
사실 저도 c마운트 렌즈가 몇가지 있기는 한데.. 얼마전엔 12.5mm f1.3이란 진귀한 렌즈도..(포서드 이미지 써클을 지원해서 진귀한 렌즈였죠..)
여튼 얼마전까진 블루오션이었던 c마운트 시장도 이제는 저가로 내려오니 집에있는 렌즈들은 묻어줘야 할까요.. ㅠㅠ
오, 그건 정말 레어하군요.
제가 마포바디를 가지고 있었다면 엄청 가지고 싶어했을 듯 합니다. 껄껄.
비밀댓글입니다
각자 자신이 잘 표현할 수 있는 어떤 상황이나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유레카님도 자신만의 훌륭한 순간을 잡아내시잖아요. :)
굳좝~! 나보다 형님이 신품지르려 하는 중. 나는 중고 넥삼이나 ㅋ
말만 말고 얼릉 지르라능. ㅋㅋㅋ
깔끔한 사용기, 감사합니다. ㅋㅋ
아휴, 항상 좋게 봐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크크크.
정말 머리좀 빗어주고 싶다
뭘. 매력적이고만.
비밀댓글입니다
오타지적 생유. ㅋㅋㅋ
쉽게 쓴다고 썼는데 ㅠ_ㅠ
여튼 잘 보고 배우도록. ㅋㅋㅋ
정말 멋지네요.. 저 렌즈 탐나는뎅?
저카메라렌즈면 허접한 제 블로그 살아나나요?ㅋㅋ
엄;;;; 하기 나름이겠죠? 흐흣
오왓! 드뎌 올라왔군!
쭉 읽어본바 뭐 아는건 하나도 없지만서도 사진은 정말 나만의 주관적인 오묘한 세계란 말이지.
기분이 어떠냐에 따라 이 렌즈 저 렌즈 써감서도 똑같은 사진을 봐도 이 순간엔 이게 그리 좋았다가 또 다른 순간엔 정말 보기 싫은 컷으로 여겨지고....
결국은 자신의 마음을 담는거라 그 결과물은 누구도 심판해서는 안될 것 같단 말이지. (순전히 이건 내 방어??!!? >.<)
완전 공감하며 자알 읽었어!
누구나 자신만의 관점이 있기마련인데,
자신의 시선을 사랑하는 만큼 다른이의 시선도 존중해야겠죠.
(라곤 하지만 취향의 문제는 사실 참 그래요. 그쵸? ㅋㅋㅋ)
안녕하세요..전번에 씨마운트렌즈리뷰 글을 올리셨을때
보정만이살길입니다!!
올려주신 후지안 1.7리뷰는 잘봤고
호벤본사 문의결과 후지안1.7과 호벤1.7은
같은 회사의 OEM이라고 하더라고요(후자 호벤 1.7)
전자는 예전 복건성에서 제작했고
후자 호벤1.7은 중국 심천에서 제작중이랍니다.
렌즈의 만듬새는 호벤본사 직원의 말에 의하면
후자가 더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결국은 이스트레인님만한 결과물의 사진은 나오지가 않더라구용..ㅋㅋ
리뷰감사하공...어떻게 이런 중앙부가 쨍한 결과물이 나오는지??
나름 보정비법이 있으신지???
고맙습니다. 자주 들를게용~
사실 저도 나중에 만들어진 개체를 직접 보기도 하고
제 카메라에 물려서 찍어보기도 했는데
외관은 사실 큰 차이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략 세개정도의 렌즈를 물려서 찍어봤는데
세개가 조금씩 결과에 편차가 있더군요.
저는 중앙부만 쨍하게 하는 뭐 그런 보정은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포토샵은 뭐 아예 안쓴다고 봐도 무방하고요.
라이트룸에서 간단한 화이트벨런스 조정등만 하고 있습니다.
와.사진정말 잘찍으시네요...감동먹었어요
특히 갈대숲에서 여자분사진.. 정말매력있어요
저렴한렌즈로 저런 결과물을 낸다는것도 정말 매력 ..대단하세요 +ㅁ+
저도 호벤 렌즈 보고있는데 너무초보라서..
35mm 50mm 에서 고민중이예요 ..휴휴..
전에 캐논 50mm 1.8 쓰고있었는데 <ㅡ 이정도 를 원하는데..ㅎ_ ㅎ
아직 잘몰라서 계속 공부중이랍니다 ..35나 50 둘중에 하나로 ㅎㅎ
기종은 gf1 사용자예요 +ㅁ= 잘보고갑니다 ..제블로그 도 시간되시면 들려주세요 ~
아. GF1이면 25미리가 더 나을 것 같네요. :)
e-p1 구입 후 c-mount 렌즈를 찾아보려고 검색하다가 이 글을 발견했네요.
주변부 화질이 뭉개지는게 너무 매력적인 거 같아요.
보케도 뭔가 불규칙한게 참 이쁘네요^^
요즘 렌즈들은 너무 깨끗해서 재미가 없는거 같아요.
맞습니다. 현행렌즈들의 쨍쨍한 맛은 정이 없는 것 처럼 느껴져요.
좋은 사진 많이 찍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