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한가득입니다. 참고하세요.
이 영화는 결코 소년 소녀의 풋풋한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아요.
한 소년의 풋풋한 첫사랑과,
닳을 대로 닳은 한 여인의 몇번째일지 모르는 연애에 대한 이야기겠지요.
영화의 마지막, 기차간에서 상자위로 톡톡거리며 대화를 나누는 저 연인의 말로는
이미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다지요.
오스칼도 결국 어떤이의 피를 구해오다가 자신의 얼굴에 염산을 뿌리며 죽어가겠지요.
오스칼이 혐오했던, 훔쳤으리라 생각했던 돈과 보석은
이엘리가 그간 만나왔던 수많은 연인들이 선물로 준 것들이겠지요.
불쌍한 오스칼.
이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걸,
모든 상황에서 이엘리가 지켜줄 수 없다는 걸,
아니 이엘리가 지켜줄 수 있는 상황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겠지요.
영화를 보고난 후,
제 머릿속에서 강하게 남아있는 장면들은 소년 소녀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흉측해진 얼굴로 이엘리를 맞이하던,
그 중년 남자의 헌신적인 사랑이었습니다.
예, 그의 얼굴은 나이를 먹어 늙어가고 있었지만,
심지어 염산을 얼굴에 부어 흉측하게 변했지만,
마음만은 변치 않았다구요.
하지만 이엘리는 피를 구해오지 못하는 그에게 어떻게 대했던가요.
나이를 먹지 않고 외모는 열두살에서 그대로 머물러 있지만,
그녀의 마음은 어떻게 변해버렸나요.
오스칼과 이엘리,
비극으로 끝맺을 그들의 사랑의 도피는 화사한 햇살속에서 시작되고 있더군요.
그래요. 그렇게 시작이 따뜻하고 부드러워야 그래야 제대로 비극을 맞이하죠.
간만에 연애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영화한편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