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from 기타 등등 2010. 1. 3. 12:22

1.
12월31일 늦음 밤, 귀가를 하며 있었던 일이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우르르 몰려서는 카운트 다운을 하고 있었다.

8, 7, 6, 5, 4, .....

어떤 녀석은 뭐가 그리 급한지 다른 친구들 보다 숫자를 빨리 세더라.

3, 2, 1! 땡!

환호하는 소리가 골목길 사이사이로 울려 퍼졌다.

나이 듦을 즐거워했던 때가 언제던가.



2.
나를 한살 더 먹는 다는 건, 사실 참 슬픈일이다.

숫자1의 무게가 가장 무거운 것이 바로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 무게를 겨우 버텨냈다 싶으면 또 한살을 더 먹는데 그때 밀려오는 느낌은

억울함과 답답함과 두려움과 아주 약간의 기대감?

그 약간의 기대감은 한살 더 먹었으니 뭔가 좀 더 철든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가당찮은 기대감?



3.
많은 친구들이 시집을 갔고 장가를 갔다.

내년 봄이면 또 몇몇이 결혼을 한다.

1, 2년 사이에 남은 사람이 부쩍 줄었다.

부모님, 죄송합니다.

철없는 아들은 정초부터 실연했습니다.



4.
주변의,

누군가는 해돋이를 구경하고,

누군가는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고,

누군가는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또 누군가는 꿈꿔온 일을 하기 위해 대전으로 발령이 나고,

또 누군가는 꿈을 이루기 위해 시험을 준비하고,

그러나 나는 뭔가 계속 정체되어 있고.



5.
이상은 비밀이 없는 것 만큼 서글픈 일이 없다 말했다.
 
그 친구 일찍 죽어서 그런 말을 했던 것일지도.

김해경 이친구야, 비밀이 없는 것 보다 나이를 먹는 게 더 서글픈 일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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