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남문시장, 푸릇푸릇 꿈나무들이 자란다


8월,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학교와 학원으로 점철된 아이들의 일상에 조금의 숨통이 트인다. 시장발전소에서는 여름방학에 맞춰 8월10일, 11일 양일간 어린이들을 위해 ‘시장상상극장’을 기획, 두 가지 수업을 진행했다. 독산동 남문시장 꿈다방에서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무럭무럭 자라는 현장을 찾았다.



그동안의 스트레스, 점토로 날려버리렴
커다란 덩어리의 점토가 턱하니 책상위에 올라갔다. 아이들은 나무젓가락과 낚싯줄로 만든 도구를 이용해 한 번에 슥, 자신이 쓸 분량의 점도를 잘라냈다.

“자, 이제 자기 앞에 놓인 점토를 얇게, 빨리 저미는 놀이를 할 거에요. 누가 누가 빨리 하나, 이제 시~작!”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은 점토를 얇게 잘라내기 시작했다. 큰 점토를 만져본 적이 없었을 텐데도 아이들은 쉽게 흙과 친해져갔다. 비록 도시에서 나고 자라 흙과 함께 놀아 본 경험이 없다지만 몸이 반응하는 놀이는 경험의 유무와는 큰 상관이 없는 듯 했다.

‘점토를 평평하게 펼치고 그 위에 하고 싶은 말을 써보라’는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잠깐 고민을 하는 듯 했다. 그러나 곧 손가락으로 이런 저런 말을 써내려갔다. 실명을 밝히면 곤란해질(?) 소녀는 이렇게 썼더랬다. ‘엄마, 잔소리 좀 작작 하세요.’



자르기 놀이, 주사위 만들어서 힘껏 내려치기, 얇게 펼친 뒤에 구멍 내기, 흙 위에 하고 싶은 말 쓰기 등등. 두 시간 동안 조그마한 두 손이 모두 흙으로 뒤덮였지만 아이들은 개의치 않았다. 잠시도 쉬지 않고 흙을 만지고, 깔깔거리며 장난을 쳤다. 수업을 하기 전까지 억눌렸던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표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점토로 자신의 이름 만들기를 진행 했다.
“여러분은 모두가 소중한 사람이에요. 점토로 만들어진 이름이 보이죠? 자신은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길 바랍니다. 자, 이제 오늘 수업 끝!”

이 아이들이 이토록 큰 흙덩이를 가슴 앞에 두고 맘껏 주무른 적이 있었을까. 떼어내고 싶은 만큼 떼어내고, 마음에 숨겨둔 말을 흙 위에 쓰고, 또 힘껏 내려치고. 그런 시간이 있었을까. 수업을 끝낸 아이들의 얼굴과 머리에는 흙물이 튀어있고 손은 온통 점토 투성이였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를 않고 있었다.


모두를 즐겁게 만드는 사람이 되렴
수업이 시작되기 전 마술사 선생님에게 아이들의 질문 공세가 쏟아졌지만 이 말로 모든 상황을 정리됐다.

“그래요, 여러분들이 말하는 것처럼 마술은 속임수가 맞아요. 그렇지만 나와 상대방 모두가 즐거운 속임수는 마술 말고는 없어요. 잊지 마세요. 마술은 모두를 즐겁게 만드는 속임수입니다.”
‘시장상상극장’ 두 번째 시간, 아이들은 일상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소재로 쉽게 할 수 있는 마술을 배웠다. 길이가 다른 세 가지 끈의 길이를 같게 하는 마술, 찢어진 휴지가 다시 붙는 마술, 고무줄의 위치가 바뀌는 마술, 나무젓가락에 그려진 그림이 바뀌는 마술 등 하나하나 마술을 배워갈 때 마다 아이들의 얼굴에선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이날 배운 마술들은 대부분 방법이 간단한 마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손이 작은 탓에 속임수가 곧잘 드러나곤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부분을 개의치 않았다. 마술을 배운다는 것 자체를 기뻐했고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마술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어했다.


2시간가량 마술을 배운 아이들에게 마술사 선생님은 실습을 제안했다.
“이제 여러분들도 마술을 배운 마술사입니다. 시장에 가서 상인 아줌마 아저씨들에게 오늘 배운 마술을 보여주는 공연을 진행하도록 합시다. 자, 이제 시장으로 출발!”




아이들은 각자 차례를 정하고 시장 곳곳을 돌며 마술을 선보였다. 물론 마술은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상인들은 트릭이 눈에 빤히 보일 정도로 서투른 마술을 보며 즐거워했더랬다. 아이들은 상인들의 박수를 받으며 개선장군처럼 힘찬 발걸음으로 남문시장을 활보했다. 이날 공연으로 마술사 선생님의 말을 조금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의 마술은 속지 않아도 즐겁다’고.


아이들이 자라고 자라면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 이 아이들도 가정을 꾸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유년 시절 기억 중 시장에서 보낸 시간들을 인상 깊게 추억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낳은 아이들 손을 잡고 시장으로 향할 테다. 그래서 아이들과 시장이라는 공간의 만남이 중요한 것이다. 급격한 근대화로 시장을 향하는 발걸음이 급격히 줄었다. 세대와 세대의 단절이 결정적인 이유라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남문시장 시장 발전소의 이러한 노력은 강물로 회귀하는 연어가 다시 돌아오는 것과 같은 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 아이들의 꿈과 희망, 그리고 남문시장의 활기가 함께 무럭무럭 커갈 수 있도록 시장발전소의 꾸준한 노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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