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근래 들어 친분관계가 두터워지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뭐랄까요, 항상 느껴오던 바였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오프라인에서 완성된다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백날 온라인에서 '님'자 붙여가며 만나 봐야 하루 날잡아서 오프라인에서 얼굴보고 술한잔 털어 넣는 것 보다 더 가까워 질 수 없지요.
2.
언제던가 진정성 운운했던 것 같은데,
그 이야기를 끝내지요.
대상에 대한 애정, 그리고 진정성이 결여된 결과물은 장르를 막론하고,
그다지 대면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결과물을 만들어낸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이 블로그가 사진이랍시고 이것저것 올리고 있으니
사진에 대해 좀 이야기 하죠.
사실 제가 이론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사진을 배우지는 않았습니다.
어디서 주워 듣고, 어디서 주워 읽고, 그러면서 사진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웹의 모든 정보가 제 스승인 셈입니다.
그건 그거고.
진정성 이야기를 좀 더 하죠.
저는 사실 아직 당당하게 카메라를 들고 이런 저런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담아낼 자신이 없습니다.
누군가의 눈 앞에 보란듯이 렌즈를 들이밀고 사진을 찍을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니 맨날 찍는 사진이 풀떼기 사진, 애인 사진, 친구 사진, 주변사람 사진, 그리고 간혹 모르는 사람 뒷모습.
뭐 항상 고만고만한 사진 뿐입니다만,
그런 사진을 찍는 전들 누군가의 결정적인 순간을 남아내고 싶지 않겠습니까.
제 주변의 누군가는 다큐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달동네를 돌아다니고, 그곳의 일상을 흑백필름에 담아내곤 합니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그곳을 기록다큐로 남긴다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친구의 그런 작업이 그다지 탐탁치 않아 보입니다.
왜냐면 그친구에게서 조금의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근래에 있었던 일을 예로 들자면 이런 겁니다.
촛불집회에 나가서 사진을 찍어 왔다고 너스레를 떠는데,
그의 말 속에는 촛불집회와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 대한 어떤 애정도,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그저 한다는 이야이가 물대포가 장관이고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게 멋지지 않느냐는,
언제 또 그런 순간을 사진으로 찍겠느냐는 말 뿐이었지요.
그것이 그 친구의 인식의 한계겠지요.
그 친구가 사라져가는 달동네를 찍고 그곳의 사람을 찍는다지만,
저는 그의 파인더에 보였던 순간을 믿지 않습니다. 아니 믿을 수 없습니다.
3.
사진이건, 어떤 장르의 예술이건 간에,
그 결과물은 세상에 나오는 순간 혼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이 세상과 숨쉬면서 같이 존재하겠지요.
예, 어려워요.
하지만 사진은 그런 자신의 내면의 깊이를 다른 방법으로 쉽게 포장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4.
저는 아직 사진으로 자위중인 유아기적인 블로거인지도 몰라요.
그래서 사진이 그저 요모양 요꼴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사진을 찍을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저는 위에 말한 그 친구를 욕할 자격조차 없을 지도요.
5.
무거운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고,
조만간 출사공지 한번 올릴까 생각 중입니다.
곧 휴가인데,
딱히 멀리 피서 가고 어쩌고 할 돈도 없고 하여,
제 블로그에 들러 주시는 여러 손님들과 함께 출사를 가는 건 어떨까 생각중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모든 대인관계는 오프라인으로 귀결되는 법이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