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가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은 이유가 단지 브랜드 파워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면 하나만 보고 둘은 못 본 것이다. 우선 라이카의 디지털 시장 진입 시점을 잘 살펴봐야 한다. M시리즈 최초의 디지털 바디인 M8이 발표된 해는 2006년. 단지 주변 상황에 떠밀려 디지털 바디를 출시했다고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기준이나 시선에 따라 다르지만 2000년대 초반을 필름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대세가 기운 시점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후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대부분의 카메라 제조사가 보급형 DSLR을 대거 찍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캐논의 5D를 시작으로 풀프레임 DSLR 경쟁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즉 2000년대 중반은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최고조로 무르익은 시점인 것이다. 이 말은 단지 카메라의 종류만 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디지털 이미지의 퀄리티가 필름이 담당했던 대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라이카는 바로 그 시점을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섣부르게 뛰어들기 보다는 디지털 매체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완성된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디지털바디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행보였지 대세에 이끌려가는 발걸음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2010년, 라이카는 서브바디 개념의 APS-C 사이즈 센서를 장착한 콤팩트 디카인 X1을 발매하기에 이른다.
이번에 소개할 X2는 X1의 후속기종으로 엘마릿 24미리 f2.8렌즈를 장착해 콤팩트함을 잃지 않은 동시에 최상의 화질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즉 빈번한 렌즈교환이 필요하지 않거나 환산화각 약 35mm의 초점거리를 즐겨 쓰는 경우라면 충분히 M을 대신해 필드를 뛸 수 있는 기종인 것. 작고 콤팩트한 크기에 DSLR급 화질을 제공하는 것도 X2의 매력이다. 사실 디지털 M 시스템은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필름바디 M시리즈보다 부담스러운 크기와 무게를 자랑한다. 따라서 M의 미니미처럼 보이지만 결과물은 M 못지않은 X2는 이래저래 매력적인 기기일 수 밖에 없다. 전작인 X1에 비해 AF속도 및 이미지 프로세싱이 월등히 좋아진 것도 메인급 서브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해주고 있다.
X2의 결과물은 누가 봐도 M디지털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컬러사진에서는 타사 제품의 사진에서 볼 수 없는 옅은 하늘색기운을 띠는 결과물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물론 화이트벨런스가 틀어진 결과는 아니다. 후보정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의 사진을 만들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과하지 않은 콘트라스트를 유지하지만 녹색과 노란색이 유독 강조되는데 이것도 라이카 디지털 카메라 대부분이 가진 특징이다.
감도 따라 달라지는 흑백모드의 매력
디지털 카메라의 단점으로 손꼽히는 것은 다름 아닌 흑백사진이다. 흑백필름 특유의 입자감과 풍부한 계조는 디지털이 오랜 시간 닮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X2는 어느 정도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낮은 감도에서는 부드럽고 풍부한 계조를 지닌 흑백 사진을 제공하고 고감도에서는 깔끔하면서도 뭉개짐이 없는 동시에 까끌까끌한 느낌의 흑백사진을 뽑아준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수많은 흑백 필름이 여러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는 하지만 확대해서 봤을 때 똑떨어지는 맛의 입자감이라기 보다는 너저분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X2는 디지털의 특성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 균일성을 최대한 감성적으로 끌어올려 필름에 뒤지지 않는, 어떤 면에 있어서는 더욱 개선된 듯한 결과물을 만들어준다. 예를 들자면 감도 1600의 흑백 필름은 특유의 거친 입자감과 콘트라스트가 장점이지만 입자가 굵어 디테일한 표현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X2는 고감도에서도 충분히 디테일이 살아있는 흑백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거칠면서도 섬세한, 동시에 균일성을 띤 입자감을 제공한다. 당연히 여러 면에서 사용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더욱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이처럼 ISO 설정에 따라 마치 다른 종류의 필름을 끼워 사진을 촬영하는 듯 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은 X2의 주목할만한 매력이다.
일상의 순간이 결정적 순간으로
아무리 스마트폰 카메라가 좋아졌다고는 하나 물리적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작고 가벼워 일상 어느 곳에서나 함께할 수 있어 이미 콤팩트카메라 시장의 상당부분을 스마트폰이 대체하지 오래지만 DSLR 등 대형 센서를 탑재한 디지털카메라 수효는 여전히 꾸준하다. X2는 크기가 작고 가볍다는 콤팩트카메라의 장점과 고화질 APS-C사이즈 센서를 탑재한 DSLR의 장점을 절묘하게 합친 카메라다. 여기에 라이카가 추구하는 우수한 광학적 성능과 기계적 완성도까지 더해졌다. 물론 가격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타사의 대형센서 장착 콤팩트카메라에 비해 불합리해 보이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X2에 장착된 렌즈와 비슷한 스펙의 라이카 렌즈가 얼마에 판매되는지 상기시켜본다면 납득이 갈만한 수준이다.
카메라의 성격에 따라 용도는 달라진다.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담거나 자연스러운 순간들을 포착하는데 렌즈 교환식 카메라는 때론 계륵 같은 장비가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크고 무거운 장비는 들고다녀야하는 사용자에게, 혹은 그런 카메라로 사진을 찍혀야 하는 피사체에게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도 있다. 그러나 X2라면 자연스럽게 순간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더불어 기존의 콤팩트카메라나 스마트폰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깊이감 있는 결과물을 기대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이 일상의 순간을 기록하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다. 그러나 만약 그 순간을 라이카 X2와 함께 했다면 일상의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큰 센서는 유효하고 라이카는 카메라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참 많은 카메라가 있다. 물론 그 모든 카메라는 언제든 좋은 사진을 찍을 준비가 되어 있다. 심지어 휴대폰에 박힌 카메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그 모든 카메라가 특정 순간을 동일하게 찍지는 못한다. 브랜드별, 카메라별로 기능이나 성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진을 찍는 순간, 결과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찍는 사람의 눈과 피사체를 가장 먼저 대면하게 해주는 뷰파인더다. 라이카의 M시스템 카메라는 레인지파인더(이하 RF)를 장착한, M마운트 렌즈를 제대로 쓸 수 있는 유일한 풀프레임 디지털 카메라다. 바로 그 지점이 라이카의 존재 이유이자 타사 카메라와의 차별점이다.
제품 사양 <가격 925만원>
유효 화소수2400만 화소
이미지 센서1:1 풀프레임 CMOS 센서
셔터 스피드60초~1/4000초
렌즈 마운트6bit 코딩 센서 M바이요넷 마운트
지원 감도자동, ISO 200~6400
노출 셋팅매뉴얼 모드, 조리개 우선 모드
동영상싱글 프레임 비디오 압축, 퀵타임 / 1080p, 720p, 640x480
셀프 타이머2초, 12초
저장 매체SD카드
뷰파인더광학 레인지 뷰파인더, 라이브뷰
뷰파인더 배율0.68X
후면 액정92만 픽셀 3인치 TFT 디스플레이
크기139X42X80mm
무게680g
작동 온도0~40℃
왜 라이카 M인가?
라이카는 세계 최초로 35mm 판형 카메라를 만든 회사다. 당연히 현존하는 모든 카메라 제조사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그리고 라이카에서 생산되는 카메라는 그 역사에 걸맞는 단단하고 완성도 높은 만듦새를 자랑한다. 물론 세상의 모든 명품이 그러하듯 M 시스템은 고가를 자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야기들이 라이카 M Typ 240을 설명하는 한 조각이 될 지언정 핵심적인 키워드가 될 수는 없다. 라이카가 왜 전설이 되었는가, 그리고 그 전설이 아직까지 전세계 수많은 사용자와 함께 살아숨쉬고 있는 이유는 뭔가에 대한 답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라이카 M Typ 240이 가지는 최고의 장점이자 라이카 M Typ 240만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바로 그 어떤 디지털 카메라에서도 만날 수 없는 광학 레인지 파인더 시스템(거리계 연동 시스템, 이하 RF시스템)이다. 최근 미러리스의 약진으로 EVF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디지털이 그러하듯 EVF의 최종 목적은 얼마나 OVF를 완벽히 재현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그 비교대상은 DSLR 카메라에 국한되어 있다. 예를 들자면 EVF의 시야율 100%라는 장점은 기존의 SLR 시스템과 비교하기 위한 문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라이카 M Typ 240의 RF 초점방식은 현재의 EVF나 DSLR 카메라가 추구하는 방식과 개념이 다르다.
거리계연동방식이라 부르기도 하는 RF시스템은 거리계(range finder)와 카메라의 초점기구를 연동시킨 방식이다. 초창기 카메라는 거리계를 통해 삼각측량법으로 산출한 거리를 렌즈에 따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는 꽤나 불편한 방식이었고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는 등 현장의 모습을 즉각적으로 담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 렌즈의 초점링을 돌리면 뷰파인더를 통해 초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RF카메라다.
라이카 M Typ 240의 뷰파인더를 바라보면 잘 닦인 맑은 유리창을 너머로 대상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사진이 찍히는 구간을 표시한 프레임라인과 간단한 노출 정보, 그리고 한가운데 작은 포커스존 외에는 뷰파인더에 표시되는 정보가 없다. 이 단순하고 직관적인 뷰파인더를 위해 얼마나 많은 기술이 적용됐는지를 굳이 알 필요는 없다. 다만 이 뷰파인더가 익숙해지는 순간 라이카 M Typ 240의 RF 시스템이 21세기에도 왜 유효한지 알게 된다.
(박스)라이카 M Typ 240 뷰파인더는?
RF 카메라는 대부분 이중상합치 방식으로 초점을 맞춘다. 뷰파인더의 정중앙에 자리한 밝은 직사각형이 포커스존이다. 이곳을 자세히 보면 똑같은 상이 좌우로 흩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포커스링을 돌리면 상이 하나로 합쳐지게 되는데 그 때가 바로 초점이 맞는 순간이다.
프레임 라인은 어떤 렌즈를 마운트했는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화각에 따라 전체 뷰파인더상에 프레임라인이 더 크게 그려지기도 하고 더 작게 그려지기도 한다. 또한 초점을 맞춘 거리에 따라 좌측하단에서부터 우측상단까지 대각선으로 프레임 라인이 이동한다. 이는 일종의 시도보정장치로 더욱 정확한 프레이밍을 돕는다.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세상에 완벽한 기계는 없다.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건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RF 방식을 탑재한 라이카 M Typ 240의 뷰파인더도 마찬가지다. SLR과 달리 고정적인 형태로 제작된 뷰파인더는 망원계열이나 초광각계열의 렌즈 교환시 불편함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은 각종 불편함을 상쇄시키고도 남는 장점을 제공한다. 바로 모든 상황에 대한 예측이다.
DSLR 카메라의 뷰파인더는 무조건 가장 얕은 심도로 대상을 바라보게 한다. 즉 프레이밍하고 있는 영역 중에서도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부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프레임 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를 놓칠수도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심도 미리보기 등을 이용해 원하는 심도의 화면을 볼 수 있긴 하지만 급격히 파인더가 어두워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초점잡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미러리스의 EVF는 상황이 조금 낫다. 조리개 수치를 바꿔 원하는 심도를 확인할 수 있고 이때 화면이 어두워 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러리스 카메라가 뷰파인더 안의 모든 상황을 직관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어차피 미러리스 카메라의 뷰파인더도 초점을 잡는 영역에 집중하도록 고안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RF 방식의 라이카 M Typ 240은 투명한 유리를 통해 오롯이 사람의 눈으로 직접 대상을 바라보게 된다. 미러나 이미지 센서 등을 거치지 않고 날것 그대로의 상황을 대면할 수 있다는 것은 꽤나 큰 장점이다. 거기에 더해 세상의 그 어떤 렌즈보다 심도가 깊은, 사람의 눈으로 직접 피사체를 볼 수 있어 얕은 심도에 매몰되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또한 초점을 잡는 중에도 뷰파인더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즉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고 각종 불확실한 상황도 미리 통제할 수 있게 된다.
RF 방식의 뷰파인더가 단지 프레임 영역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만 장점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프레임 밖에서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사물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예를 들자면 DSLR 카메라나 미러리스 카메라의 뷰파인더는 정확하게 제한된 공간만 제공한다. 이 경우 프레임은 카메라의 뷰파인더 가장 바깥쪽과 동일하다. 따라서 셔터를 누르기 직전에 프레임 안으로 갑자기 침범하게 되는 각종 상황들을 예측하기 힘들다. 줌렌즈를 이용해 광각 영역에서 관찰하다가 원하는 화각으로 좁혀 사진촬영을 하는 방법이 있겠으나 불편한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RF카메라는 전혀 다르다. 뷰파인더 안쪽으로 프레임 라인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비록 프레임라인과 뷰파인더 가장자리의 거리가 얼마 되지 않다 하더라도 사진을 찍는 순간에는 꽤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RF 카메라의 초점방식을 디지털로 구현하고자하는 노력이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시도는 반쪽짜리가 될 수 밖에 없다. 미러리스의 프레임 라인은 렌즈가 보여주는 화각인 동시에 뷰파인더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 화면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디지털 방식으로는 RF 카메라가 보여주는 여유있는 프레임 라인을 구현하는 것의 거의 불가능하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카메라
아프리카 대자연의 야생동물을 찍을 때에는 당연히 라이카 M 시스템은 부적합한 장비다. 커다란 망원렌즈로 멀리서 찍는 게 답이고 DSLR 카메라와 궁합이 맞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라이카 M Typ 240과 궁합이 맞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것은 바로 사람을 만나는 순간이다.
일단 바디가 크지 않은데다 부피가 작은 단렌즈 위주로 조합하게 돼 피사체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는다. 물론 그와 같은 조건을 지닌 많은 콤팩트 카메라와 미러리스 카메라가 있으나 풀프레임 센서를 장착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여기에 더해 정숙한 셔터음이라는 강점까지 추가되면 라이카 M 시스템 외의 대안을 찾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때론 카메라를 총이나 칼과 같은 무기처럼 느끼는 사람이 있다. 피사체가 되어 느끼는 그 감정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카메라는 언제든지 무기가 될 수 있는, 폭력성을 지닌 기계다. 예컨대 길거리에서 시커멓고 커다란 줌렌즈를 들고 어딘가를 향해 셔터를 누른다면 많은 사람의 시선이 그리로 몰려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라이카 M Typ 240은 있는 듯 없는 듯한 크기와 정숙성으로 자연스러운 상황들을 스냅으로 담아낼 수 있다.
사진을 담아내는 매체만 디지털로 옮겨왔을 뿐인 라이카 M Typ 240은 사진을 찍는 대부분의 순간이 아날로그와 맞닿아 있다. 렌즈의 조리개링과 포커스링을 수동으로 직접 조작해야 하고 뷰파인더의 이중상을 하나로 맞춰야 한다. ‘삐릭’하는 AF 컨펌음도 없고 ‘철컥’하는 미러 구동음도 없다. 차분하게 파인더를 보며 피사체와 교감할 수 있는 카메라가 바로 라이카 M Typ 240이다.
여기에 더해 매뉴얼 포커싱의 신뢰도와 신속성이 라이카 M Typ 240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렌즈 바디에 각인된 심도표를 보고 조리개를 조절한 다음 미리 의도한 거리 쯤으로 포커스링을 돌려 놓으면 AF 카메라 못지 않은 신속성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스냅사진은 그 특성상 2미터 이상 거리를 둔 피사체를 찍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포커스링이 움직이는 폭이 그다지 넓지 않다. 조리개를 8정도로 조인 상황이라면 물흐르듯 흘러가버리는 상황을 초점 걱정 없이 빠르게 낚아챌 수 있다. RF 카메라의 특성상 망원계열 렌즈보다는 광각렌즈에 특화된 라이카 M Typ 240은 광각렌즈를 마운트 했을 때 깊은 심도 덕에 메뉴얼 포커싱의 신속성과 신뢰성이 더욱 높아진다.
진보적인 그러나 진중한 발걸음
물론 라이카 M Typ 240은 최신 기술이 집약된 기기가 아니다. 세계 최고의 AF를 탑재한 것도 아니고 최고화소의 센서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최신 기기’가 아닐지라도 ‘최고 카메라’라는 타이틀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앞서 설명한 라이카만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사진을 찍는 순간에 충실한 진짜 카메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라이카 M Typ 240이 디지털 시대에 역행하는 카메라인가 하면 그런 아니다. 일단 세대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진보하고 있는 뷰파인더의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띈다. 처음 전원을 켜고 바라본 라이카 M Typ 240의 뷰파인더는 기존의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맑고 투명하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유난히 밝고 선명해진 프레임라인에 시선이 빼앗긴다. LED를 삽입해 밝기를 높인 것. 프레임 라인의 색깔을 붉은색으로 바꿀 수도 있다. 이처럼 밝아진 프레임 라인은 쨍하게 맑은 날 야외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기능은 라이브뷰다. 후면 액정 옆 메뉴중 가장 상단에 위치한 LV 버튼을 누르면 셔터가 열리면서 라이브뷰 모드로 촬영이 가능해진다. 렌즈 포커싱링을 돌리면 자동으로 초점이 맞은 부분이 빨간 색으로 표시되는 컬러 피킹 기능이 작동 된다. 바디 우측 상단 후면에 위치한 다이얼을 돌리면 최고 10배까지 확대해서 정밀하게 초점을 맞출수도 있다. 다만 확대 영역은 정중앙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 아쉽다.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INFO 버튼을 둘러싼 십자 버튼으로 확대 영역을 옮길 수 있기를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여기에 더해 이전 기종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동영상 기능이 라이카 M Typ 240에서는 지원되는 것도 눈여겨볼만하다. 이러한 여러 가지 새로운 기능을 지원하게 된 이면에는 이미지 센서 교체가 큰 몫을 했다. 기존의 CCD 방식의 센서에서 CMOS방식으로 교체됐으며 이를 통해 고감도 노이즈 억제 향상, 더욱 높아진 화소수 등 디지털 카메라가 지녀야할 기본기도 충분히 갖추게 됐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한 후부터 얼마나 많은 최신 기능이 탑재됐는가가 카메라를 고르는 기준이 됐다. 하루가 다르게 급격히 기술 발전을 이루던 초창기 디지털 카메라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2000년대 초반의 디지털 카메라가 담보할 수 있었던 화소를 생각해보자. 카메라의 기계적인 기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센서의 한계가 너무도 명확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웬만한 DSLR로 사진을 찍어도 얼마든지 원하는 크기로 크게 인화할 수 있다. 고감도에서 만날 수 있는 깔끔한 이미지는 그저 감탄을 내뱉게 만들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카메라를 고르는 기준이 조금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얼마나 많은 기능을 담고 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면 카메라를 고르는 기준과 컴퓨터를 고르는 기준이 뭐가 다르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라이카 M Typ 240의 가격을 두고 그정도 금전적 가치를 지니는 카메라인지 묻고는 한다. 물론 어떤 사진을 찍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만약 RF 카메라의 파인더가 가지는 가치를 알고 있다면, 피사체와의 심리적 거리나 교감에 신경써야 한다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도구로써 카메라가 필요하다면, 결국 선택지에는 단 하나의 카메라가 있을 뿐이다.
정말 제대로 큰 장비를 써보지 않았거나, 크고도 아름다운 장비를 써보지 않아서 하는 말일수도 있겠으나 크다고 마냥 아름다운 건 아니더군요. 물론 규모의 아름다움이 있겠으나 세상 모든 사물에 적용되는 것도 아닐 테고 경우에 따라 크기와 아름다움의 비율은 값을 달리하곤 합니다. 지금부터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렌즈에 대한 주절거림은 SONY NEX에 국한된 이야기임을 미리 밝혀두고자 합니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장점 중에 하나는 바로 ‘콤팩트’한 크기임을 상기해본다면 NEX에 장착하는 렌즈는 작을수록 아름답기 마련입니다.
짧은 플랜지백 거리 덕에 수많은 마운트와의 이종교배가 가능한 장비라고는 하지만 직접 여러 렌즈와의 이종교배를 시도해본 결과 NEX의 바디크기와 이질감이 크지 않게 접목시킬 수 있는 렌즈는 RF카메라의 렌즈였습니다. 어댑터의 길이가 짧고 렌즈들의 크기도 대부분 작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RF카메라의 렌즈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더라구요. 문제는 최단촬영거리였습니다. 작고 화질도 선명한데 당최 최단 촬영거리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RF카메라의 특성상 대부분의 렌즈는 0.7m~1m가 한계였습니다. 그러자고 SLR렌즈들을 쓰자니 어댑터 길이가 너무 길어져 휴대성이 떨어지고. 그러던 중에 C마운트 렌즈가 어댑터를 통해 NEX에 장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2. 모든 C mount 렌즈가 NEX에 장착이 되는 건 아니더라
사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시작을 알린 건 마이크로포서드 진영이었죠. 그리고 이미 많은 마이크로포서드 카메라 유저들은 어댑터를 이용하여 C마운트 렌즈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른쪽 도표에서 직사각형은 이미지 센서의 크기를, 원은 C마운트 렌즈의 화각별 이미지서클 크기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해당 도표를 대략적으로 읽어보자면 이렇습니다. 4/3”으로 표현된 마이크로포서드 카메라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대략 22mm 이상의 렌즈부터 소위말하는 동굴현상, 즉 새까만 비네팅 현상이 나타나지 않게 된다는 걸 말해주고 있지요.
문제는 NEX에 과연 몇 mm의 C마운트 렌즈부터 동굴현상이 나타나지 않는가입니다. 오른쪽 도표에서 aps-c사이즈로 그려진 직사각형이 NEX의 이미지 센서 크기입니다. 대략 30mm 초반부터 아슬아슬하게 사진의 네 귀퉁이에 새까만 비네팅이 생기지 않는 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구할 수 있는 30mm 초반의 C마운트 렌즈는 35mm 밖에 없습니다. 1:1 풀프레임으로 환산하면 대략 50mm 초반의 표준렌즈가 되는 화각이고 말이죠. 물론, 매우 아쉽게도 그 이하의 광각렌즈에서는 동굴현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예컨데 25mm C마운트 렌즈를 NEX에 장착할 경우엔 사진의 네 귀퉁이에 새까만 비네팅이 나타납니다. 크롭바디 전용 렌즈를 풀프레임 바디에 썼을 때 나타나는 현상과 동일하죠.
3. C mount 렌즈, 이렇게 비싸도 되는거니!
ANGENIEUX 25MM f 0.95 렌즈. 상태에 따라 1,000달러를 호가한다.
이제, 대략 어느정도의 화각부터 안전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알게 됐으니 렌즈를 고르는 일은 확실히 쉬워졌습니다만, 그래도 문제가 여럿 있습니다. 우선 대체 C마운트 렌즈가 뭐냐 이거죠.
C마운트 렌즈는 최초, 16mm 무비카메라용으로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이게 여러 이름으로 불립니다. m25 렌즈, CCTV렌즈, TV렌즈, Bolex 렌즈까지 꽤나 골치 아파보입니다만 NEX에 물릴 심산이라면 생산 시기만 다를 뿐이지 결론적으로 거의 동일한 마운트의 렌즈라 보셔도 무방합니다. 렌즈 마운트면을 깎느니 하는 수고를 들일 필요도 없고 말이죠. 어쨌거나 위의 단어로 이베이에서 검색해서 튀어나온 모든 렌즈는 어댑터 하나만 있으면 물리적으로 NEX와 간단히 결합이 가능합니다. 물론 35mm 보다 광각인 렌즈는 동굴현상이 생기겠죠.
그런데 직접 이베이에서 검색을 해보시면 알겠지만 C마운트 렌즈의 가격이 만만찮습니다. 특히 Bolex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16mm 무비카메라용 렌즈들은 서민의 주머니 사정을 초월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그리고 그 이후에 생산되었다고는 하나 메이저 카메라 회사에서 만든 TV렌즈(대부분 일본카메라 회사에서 생산)도 비싸긴 매한가지입니다.
서민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주는 C마운트 렌즈는 정녕 없는가, 라고 낙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회사에서 만든 CCTV용 렌즈들은 가격이 참 착하거든요. 그리고 그 CCTV용 렌즈중에 오늘의 주인공인 Fujian 35mm f1.7렌즈가 있습니다.
4. Fujian 35mm f1.7의 MTF 차트?
상단의 사진은 Fujian 35mm f1.7을 NEX-5에 장착하여 촬영했습니다. 평소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보다 조금 큰 사이즈로 리사이징했어요. 사진이 좀 커야 다들 장비리뷰에서 말하는 화질을 좀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
다들 짐작하셨겠지만, 애석하게도(?) Fujian 35mm f1.7의 MTF 차트 같은 건 없어요. 그냥 결과물을 보고 대략적인 감을 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장비의 객관적인 수치에 목매는 인간이 아니라 남들 다하는 별별 테스트 사진은 안찍었어요. 아니, 못찍었어요. 그런 테스트 촬영을 위한 준비물이 없거든요. 쩝.
여튼, 상단의 사진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보시면 단박에 주변부 화질에 문제가 있음을 눈치챌 수 있을겁니다. 이미지서클은 APS-C 사이즈의 센서를 커버할지 모르겠지만 이 렌즈는 CCTV를 위해 설계된 렌즈이기 때문입니다. 휠을 굴려 2번챕터에서 다뤘던 도표를 한번 다시 봐주시기 바랍니다. 원래 Fujian 35mm f1.7은 16mm라고 표시된 녹색 직사각형에 들어갈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렌즈입니다. 그러니 그 범위를 벗어나는 부분의 화질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설계된 것이죠.
그래서 중앙부분을 100% 트리밍해서 보면 사실 못쓸 정도의 렌즈가 아닌 걸 알 수 있죠. 낚시대의 끝부분까지 잘 묘사하고 있거든요. 상단의 이미지에서 그나마 선명하게 표현된 부분을 흰색선으로 영역을 그려봤습니다. 딱 저정도가 Fujian 35mm f1.7렌즈가 표현할 수 있는 선명한 이미지의 한계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주변부를 자세히 보면 화질저하 현상이 꽤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시계방향으로 차례대로 원본사진의 좌측 상단, 상단, 좌측 하단을 100% 트리밍했는데 비슷한 거리에 놓여있는 피사체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으로 갈 수록 화질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될 것은 그저 재미없이 뿌옇게 흐려지는 결과물을 얻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방파제 부분을 자세히 보면 형태를 유지하면서 보케로 표현되고 있거든요.바로 이게 Fujian 35mm f1.7 렌즈의 특징입니다. 수치의 논리로 이야기하면 저급한 렌즈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이 렌즈 만의 개성적인 표현이 가능하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 것이죠.
우리는 일종의 편법으로 Fujian 35mm f1.7 렌즈를 NEX에 물려서 쓰게 되는 것이고 주변부 화질 저하는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어요. 이런 사실이 엄청나게 신경쓰이고 당최 사진찍을 맛이 나지 않을 것 같으면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Fujian 35mm f1.7 렌즈는 영입하지 않는 게 답입니다. 조리개를 아무리 조여도 주변부 화질이 좋아지지 않거든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화질이 좋다느니 선예도가 칼같다느니 하는 방식의 리뷰는 렌즈 생산회사의 몫이 아닐까 싶어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이 렌즈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어떤 표현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여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Fujian 35mm f1.7 렌즈의 결과물을 주욱 붙여나갈까 합니다. 제가 언급한 이렌즈만의 독특한 주변부 화질저하 현상을 주목해서 보시면 좋겠어요. 적당한 거리로 구도를 잡아 약간의 꼼수를 부리듯 중앙부 근처부터 주변부까지 자연스럽게 보케가 맺히게 찍은 사진들도 있으니 오해는 마시구요.
5. Fujian 35mm f1.7 결과물
6. 마치며
이쯤되면, CCTV용으로 나온 이 렌즈를 어디서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데 말이죠. 제가 이 렌즈를 구할 때만 해도 국내엔 이 렌즈를 취급하는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베이를 통해 구매하는 방법 외에 답이 없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최근엔 이베이에서 Fujian 35mm로 검색을 하면 아예 상품이 뜨질 않아요. 그럴 경우엔 c mount 35mm로 검색한 다음에 가장 저렴한 가격의 렌즈를 구매하시면 됩니다. 그게 바로 제가 지금 쓰고 있는 Fujian 35mm f1.7렌즈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국내에서도 어댑터를 포함해서 아주 저렴하게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판매되는 이름은 Fujian이 아닙니다.
원래 이 렌즈를 생산한 곳은 중국의 Fujian Forecam Optics사입니다. CCTV 장비 전문 생산 업체지요. 이런 생산 공장에서 OEM으로 상품을 제작하는 일은 흔합니다. 현재 동일한 렌즈로 추정되는 상품을 호루스벤누 35mm f1.7 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제가 보기엔 99.99% 동일한 렌즈입니다.
NEX시리즈, 혹은 마이크로 포서드에 C마운트 렌즈를 장착하는 유저가 많아지자 국내의 카메라 주변기기 업체인 이 회사가 OEM으로 주문한듯 해요. 괜히 골치 아프게 시간버려가면서 이베이를 알아볼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국내 쇼핑몰 최저가 검색으로 어댑터와 함께 질러주시면 되겠습니다.
아, 참고로 이 렌즈는 개체별로 외관의 완성도, 내구성에서 부터 결과물까지 약간의 편차가 있는 편입니다. 소위말하는 뽑기운이 따라야 한다는 거죠.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으니 그정도는 감수하셔야할 듯 합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데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제품이라면 구매한 곳에 반품이나 교환을 요청해도 되겠습니다. 국내에서 구매하면 그런 점이 좋더군요. 저 처럼 이베이로 주문했는데 불량품을 받아드신 분은 허탈한 웃음으로 허허 웃는 것 외엔 딱히 방법이 없더라구요. 허허허허.
그리고 C마운트 렌즈를 추가로 구매할 의향이 있으신 분들을 위한 팁. 단렌즈는 35mm 이상을 알아보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만, 줌렌즈는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극소수의 일부 렌즈를 제외한 대부분의 줌렌즈는 이미지 서클이 좁아요. 줌렌즈의 화각이 35mm 이상을 지원한다해서 덥석 지르시면 동굴현상때문에 눈물을 흘리실지도 모릅니다.
아직 NEX에 물려서 쓸만한 제대로 된 E마운트 단렌즈가 없기 때문에 임시 방편으로 이종교배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압니다. 하지만, 우수한 화질의 밝고 쨍쨍한 렌즈가 발매되었을 때 이종교배를 통한 C mount 렌즈 사용이 사라질거라 생각하진 않아요. 왜냐면 C mount 렌즈가 표현해주는 독특함이 있거든요. 이러한 독특한 렌즈는 평균 이상의 렌즈질을 담보해야 하는 대기업에서 결코 생산될 수 없죠. 수치적으로는 분명 이미지서클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은 저급한 렌즈니까요.
Fujian 35mm f1.7 렌즈가 가지는 한계는 분명합니다. 동시에 이 렌즈만이 표현할 수 있는 장점도 있어요. 더불어 작고 가볍고 밝다는 기계적인 장점도 있습니다. 물론 만듦새는 떨어지죠.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 생각해요. 어떤 사진을 찍고자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스스로의 몫인 것 처럼 말이죠.
여기까지가 제가 준비한 Fujian 35mm f1.7렌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렴한 장비에 대한 짧은 리뷰였는데, 도움이 되셨으려나 모르겠네요. 제 리뷰가 여러분의 즐거운 사진 생활에 작은 활력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이만 총총.
2010.12.21 EastRain 東雨
:: 주변부 화질저하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의견은 http://eastrain.co.kr/1117에 자세히 적어두었습니다.
이 리뷰에서 언급하면 중복될 것 같아 생략했습니다. 해당 링크를 꼭 한 번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 중에 SX-70이라는 카메라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누가 됐건 SX-70을 한번 손에 쥐게 되면 독특하고도 실용적인 디자인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사진을 그자리에서 바로 만들어 준다는 사실에 반할 수 밖에 없었지요.
물론, 저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여느 취미사진가처럼 SX-70 한 대를 소유하게 됩니다. 그것도 Model2 White Version으로 말이죠. 그리고 왼쪽에 보이는 저런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죠. 그런데 어찌된 게 그 카메라에 물릴 수 있는 폴라로이드사의 필름들은 점점 가격이 뜁니다. 그리고 2008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폴라로이드사의 즉석필름 단종, 이라는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적인 뉴스였어요. 가격이 비싸도 좋으니(어차피 폴라로이드 필름을 매일 쓸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가끔씩이라도 펄럭, 하는 소리를 내며 SX-70을 펼쳐서는 철커덕 하는 셔터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말이죠. 한참을 망연자실했습니다.
그리고 얼마있지 않아 더욱 놀라운 뉴스를 듣게 됩니다. 바로 폴라로이드 필름을 생산하던 공자의 노동자들이 공장 설비를 인수, 새로운 필름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그리고 폴라로이드용 즉석필름을 만드는 프로젝트의 이름을 'IMPOSSIBLE project'라 명명했습니다. 사실 공장의 설비 인수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만, 문제는 필름을 생산하기 위한 원천기술이 문제였기 때문이죠. 폴라로이드사는 각종 특허와 관련된 것은 일절 넘기지 않았고 결국 모든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2. IMPOSSIBLE?!
IMPOSSIBLE project(http://www.the-impossible-project.com)가 시작되었다고는 하지만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필름이 생산될지는 아무도 몰랐죠. 그리하여 2008년부터 제 SX-70은 아름다운 자태를 접어두고 서랍속에서 잠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3월, 본격적으로 IMPOSSIBLE project의 첫 필름이 생산되기 시작했지요. 처음 발매된 필름은 오른쪽에 보이는 저 흑백필름이었습니다. 최초의 PX 필름과 관련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죠. 아무래도 백지상태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작업이다보니 완벽하지 못했고 현상액이 터진다거나 이미지가 사라져버린다거나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러한 치명적인 문제점은 고쳐졌고 이미지의 퀄러티또한 많이 안정화되었습니다.
그리고 IMPOSSIBLE project는 많은 유저들이 기다리고 있는 컬러필름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게 되고 그 첫번째 결과물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바로 PX 70 Color Shade Film / First Flush죠.
3. PX 70 Color Shade Film / First Flush
저는 이제부터 PX 70 Color Shade Film / First Flush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합니다. 일단 이 필름의 특성과 사전에 미리 알아둬야 할 사항에 대해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차칫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죠.
◆ PX 70 Color Shade Film 은 기존의 폴라로이드사에서 생산된 컬러필름과 동일한 컬러, 해상력, 안정성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 우리가 본 것과 같은 색을 찍어주지 않으며 전체적으로 푸른색 혹은 녹색베이스의 사진을 만들어냅니다. ◆ 필름의 감도는 125 정도이며 SX-70에서는 약간의 노출보정이 필요합니다. ◆ 안정성의 문제 때문에 사진을 찍고 난 직후에는 자외선에 상당히 약합니다. 찍는 즉시 필름 앞면을 뒤집어 자외선으로 부터 보호해야 합니다.
이 정도가 이 필름을 사용하기 전에 미리 알아두어야 할 사항입니다. 기존의 폴라로이드 필름에 비하여 까다로운 부분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결과물은 어떻게 나올까요? 일단 다음 챕터는 결과물만 올리겠습니다. 한번 쭉 보시죠.
4. PX 70 Color Shade Film / First Flush의 결과물
5. 선택은 유저의 몫
현재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사용이 가능한 유일한 필름은 PX 시리즈뿐입니다. 단서는 이것 하나,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꽤 많은 지점을 생각해야합니다.
우선 싫든 좋든 가지고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사용하기 위해선 PX필름밖에 대안이 없다는 것입니다. 즉 IMPOSSIBLE project의 PX 필름이 싫다면 결론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지 않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결론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PX 70 Color Shade Film이 만들어주는 사진에 대한 의견은 극과 극으로 나뉠 수 밖에 없습니다. 발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면 문제점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폴라로이드 유저로서, IMPOSSIBLE project의 과정을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유저라면 분명 다른 관점으로 이 필름을 사용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시장은 냉정합니다. 소비자의 시선은 날카롭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으로만 PX필름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앞으로 영영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사용할 수 없는 세상에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폴라로이드 필름이 사라지는 순간, 진정한 아날로그 사진은 자신의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지금 우리가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아날로그 사진을 즐길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폴라로이드 카메라이기 때문입니다. 찍는 순간부터 결과물을 받아드는 순간까지 단 한 번의 디지털 작업도 이루지지 않기 때문이죠.(일반적인 컬러필름은 인화를 하기전에 대부분 디지털 스캔작업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전, 이 푸르딩딩한 PX 70 Color Shade Film / First Flush 의 결과물이 애틋합니다. 지금 당장 선명한 색을 만들어주지 못하더라도 언젠간 기존의 폴라로이드 필름보다 훨씬 좋은 사진을 뽑아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뭐랄까요, 지금 PX 시리즈 필름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소비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각종 문제점을 테스트하고 모든 과정을 함께 하며 최종결과물을 뽑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Impossible Project 팀의 일원이라는 생각이 든달까요.
여튼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냉정한 소비자가 될 것인가, Impossible Project 팀의 일원이 될 것인가 하는 고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