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는 것들의 중심

from Review 2021. 6. 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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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핀다

from Review 2021. 4. 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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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렌즈의 귀환 

ZEISS Loxia 2/35



우리가 자이스를 칭송해 마지않는 대표적인 이유는 우수한 화질이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그 우수한 화질에 눈이 멀어 이면에 담긴 자이스의 또 다른 의도를 눈치 채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 다른 의도라함은 아름다운 결과물을 추구하고자하는 예술적 시선이다. 

즉 사물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동시에 작가의 예술적 의도까지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물이 자이스 렌즈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 현재 자이스는 보다 노골적으로 표현력을 앞세운 렌즈를 선보이고 있다. 

록시아(Loxia)라는 새로운 렌즈군이 바로 그 실험적인 행보의 전위부대다.






미래를 위한 과감한 배팅


2014년 9월 자이스는 록시아(Loxia)라는 새로운 렌즈군을 론칭했다. 

광학회사가 렌즈를 발매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냐 여길 수 있지만 록시아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여타 서드파티 렌즈 제조사에서는 분위기를 봐가며 발매를 미루고 있었던 α7 시리즈 마운트 렌즈였기 때문.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서드파티 제조사는 DSLR에 최적화된 렌즈를 설계하고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플랜지백이 매우 짧은 미러리스 카메라용 렌즈를 설계하고 대량으로 양산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α7 시리즈가 아시아 일부 국가와 유럽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사용자군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선뜻 렌즈를 발매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자이스는 조금 다르다. 

이미 α7 시리즈를 위한 AF렌즈에 들어가는 광학파트 제조에 협력한바 있고 

과거 필름시대에는 플랜지백이 짧은 RF 카메라인 Zeiss Ikon 시스템을 위한 다양한 렌즈군을 발매한바 있기 때문이다. 

타사보다 FE마운트 렌즈를 설계하고 생산하기 부담이 덜할 수밖에 없다. 

또한 단기간에 FE 렌즈를 발표한 것에서 현재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불고 있는 

미러리스 열풍에서 유리한 자리를 선점하고자 하는 자이스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여기까지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 렌즈의 발매를 유추해본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이 렌즈를 꼼꼼히 뜯어보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이 일어난다.











우선 렌즈 구성을 살펴보자. 

6군 9매로 설계됐는데 최신 렌즈라고 보기 어려운 렌즈 구성이다. 

대부분의 렌즈 제조사에서 사용하는, 자이스에서도 자랑스럽게 사용하고 있음을 밝히는 비구면 렌즈가 단 한 장도 들어가 있지 않다. 

대신 가장 앞에 위치한 렌즈를 이상 부분 분산 특수 유리로 제작했다. 

심지어 록시아 50mm의 경우는 해당 유리알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비구면 렌즈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함께 눈여겨 봐야하는 것이 바로 비오곤(Biogon) 설계다. 

비오곤은 자이스의 대표적인 광각계열 렌즈 설계이자 대표적인 대칭구조 설계다. 

익히 알려진 대로 대칭구조 설계는 왜곡과 색수차 억제에 유리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결정적인 장점이 있는데 이는 비구면렌즈 미사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바로 자연스러운 보케다. 

보케는 최근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꽤 중요한 키워드인데 이는 카메라 바디보다 렌즈 영향이 더 크다. 

록시아는 요즘 가장 핫한 이슈인 보케 표현에 모든 것을 건 렌즈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클래식 렌즈의 새로운 해석


최근 생산된 대부분의 렌즈는 비구면 렌즈에 광적으로 집착한다. 

그 이유는 각종 수차 억제가 용이하고 우수한 화질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만 화소 이상의 고화소 센서가 대중화돼 그만큼 우수한 해상력을 요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비구면 렌즈와 같은 특수 렌즈를 다량으로 사용하게 되면 

부드럽게 표현돼야 할보케까지 딱딱한 느낌으로 찍히는 것이 문제다. 

이는 록시아에 비구면 렌즈를 채택하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다.










비오곤 설계에 대한 이야기도 빠뜨릴 수 없다. 

최초의 비오곤은 1936년에 발표됐지만 지금과 같은 대칭형 설계 비오곤은 

1954년에 들어서야 양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록시아가 채택한 설계는 대칭형 비오곤으로 약 6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검증된 설계다. 

대칭형 설계덕분에 록시아는 부드럽고 화사한 자연스러운 보케를 얻을 수 있다.

자이스에서 공식 배포한 MTF 차트를 살펴보면 최대개방에서 주변부 화질은 현행렌즈라기 보다는 클래식 렌즈에 가깝다. 

그러나 F5.6부터는 중앙부부터 주변부까지 매우 고른 화질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수치화하기 힘든 보케 표현에 이 렌즈의 장점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설계 특징 덕분에 초점이 맞지 않은 부분에서 나타나는 보케가 매우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최근 발매된 렌즈에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표현이다. 

보케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부드러움에도 불구하고 뭉치거나 떡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자칫 뭉게지듯 표현될 수 있는데 빛망울 하나 하나가 살아 있다. 

선명함과 부드러움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하는 느낌이다.










 

렇다고해서 이 렌즈가 과거 클래식 렌즈에서 종종 나타나는 빛번짐이나 플레어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자이스가 자랑하는 T* 코팅 덕이다.

이 렌즈는 초점이나 조리개 조절 방식이 모두 수동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단순 어댑터를 이용한 MF렌즈를 사용하는 것 보다 여러 면에서 편리하다. 

렌즈 마운트면에 디지털 신호를 전송하는 접점이 있어 초점링을 돌리면 파인더가 자동으로 확대모드로 전환된다. 

또한 촬영 조리개 값도 전송돼 EXIF 정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소니에서 제공하는 렌즈보정 기능까지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최대 개방에서 나타날 수 있는 주변부 광량저하 현상이나 색수차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작금의 렌즈는 화질지상주의에 함몰돼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사진은 화질이 전부가 아니다. 

붓의 굵기에 따라 제각각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듯 렌즈에 따라 다른 표현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생산되고 있는 대부분의 렌즈는 개성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다. 

그런데 칼같은 선예도를 자랑하는 자이스가 록시아를 통해 이런 세태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 렌즈는 디지털 시대라고 해서, 

뜨악할 정도로 놀라운 고화소 센서를 장착했다고 해서 사진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온 몸으로 주장한다. 

만약 천편일률적인 렌즈 표현에 질렸다면 록시아를 마운트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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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7 + Fed Macro 50mm F3.5 테스트

from Review 2015. 1. 30. 10:17





간만에 새 렌즈를 질렀습니다.


그동안 웬만한 러시아 렌즈는 사서든 빌려서든 써봤는데


이 렌즈만은 인연이 닿지 않아 못써봤습니다.


사실 2005년이던가 2006년에 이 렌즈를 이베이를 통해 주문한 일이 있는데


배송이 잘못돼 결국 손에 넣지 못했더랬습니다.


(알고 봤더니 제가 주문한 그 렌즈, 옆집으로 배송됐었고 옆집 사람은 그걸 반송시켰더군요. 하....)


거의 10여년만에 제것이 된 이 렌즈는 언뜻보면 흔하디 흔한 Fed 렌즈입니다.


전형적인 엘마 카피지요.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이 렌즈의 정확한 이름은 Fed Macro 50mm F3.5인데 여기에 힌트가 있어요.


사실 요즘 관점으로 보면 이 렌즈는 매크로라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는,


최단 촬영거리가 50cm인 렌즈입니다.


이 렌즈는 M39 스크루 마운트인데 당시 생산된 대부분의 50mm M39 렌즈는


최단 촬영거리가 1m 정도에 불과하다는 걸 상기시켜보면 놀라운 스펙입니다.


사실, 당시에 이 렌즈를 쓰기는 꽤 불편했을 겁니다.


1m까지는 카메라 바디의 거리계와 연동돼 초점을 맞출 수 있지만 


그보다 짧은 거리에 있는 피사체는 대충 눈대중으로 맞춰야 했을테니까요.


거리가 가까워질 수록 심도도 얕아지니 최대개방에서 칼핀은 언감생심 꿈도 못꿨겠죠.


그러나 지금은 이 렌즈의 짧은 최단 촬영거리가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에 물리면 거리계따윈 상관 없이 최단 촬영거리까지 손쉽게 초점을 맞출 수 있지요.


그것도 아주 쉽게.


결과물은 제 맘에 딱 듭니다.


현행 렌즈의 칼같은 묘사력은 기대할 수 없지만 특유의 뭉근하고 따스한 느낌이 좋습니다.


그래도 중앙부 화질은 꽤 괜찮은 편이고 주변부로 갈 수록 화질이 떨어집니다.


최대개방으로 근거리에 있는 사물을 찍으면 배경에 회오리 보케가 생기기도합니다.


렌즈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결과물을 보시죠.


사진은 모두 SONY a7으로 촬영했습니다.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샘플사진의 컬러는 참고하지 마시고,

(라이트룸에서 VSCO Film으로 보정했습니다.)


흑백 사진을 눈여겨 보셨으면 합니다.




이 렌즈, 의외로 a7 바디와 외관 매칭도 좋은 편이고,


따로 헬리코이드 어댑터를 쓰지 않아도 단거리 촬영을 즐길 수 있으니


꽤나 유용한 장비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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