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포맷 HOLGA의 탄생
사실, 누가 뭐래도 토이카메라의 왕은 홀가가 맞습니다. 이렇게 단언하면 로모 LC-A가 왕 아니냐, 라고 테클 거시는 분이 둬분 계시는데 죄송하지만 로모 LC-A는 토이카메라가 아닙니다. 엄연히 코팅 유리렌즈를 탑재하고 전자식 노출계와 전자식 셔터를 사용하고 있는 로모 LC-A는 토이카메라의 범주에 들지 않는답니다.(안끼워주는 게 아니라 못끼워주는 겁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말이죠. 매력적인 비네팅과 보는 이로 하여금 멍때리게 만드는 몽환적인 이미지, 개성적인 색감까지 누가 봐도 홀가 120시리즈는 매력 만점의 토이카메라입니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진입장벽이 존재하고 있으니 그것은 바로 필름 포맷이죠. 홀가는 기본적으로 120 중형 필름을 사용하는 토이카메라입니다. 톡 까놓고 말해서 120 중형 필름은 일반적인 취미사진용으로는 잘 쓰이지 않죠. 그래서 120 필름을 제대로 취급하는 현상소도 드물구요. 현실이 이러하다보니 '편의성'의 문제때문에 홀가에 대한 애타는 마음을 고이 접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은 유저에게도, 생산자에게도 그다지 달가운 상황이 아니였죠. 2007년 초반, HOLGA사는 135 필름을 사용할 수 있는 시리즈 개발에 착수하기 시작했고 그해 말,  완성 제품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당연히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세상에, 135필름을 사용하는 홀가라뇨. 상상도 못할 일이었거든요.


HOLGA 135 시리즈의 종류와 특징
HOLGA 135는 135, 135 BC, 135PC. 이렇게 총 3개의 시리즈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셋의 차이는 이렇습니다.

HOLGA 135    : 135 시리즈의 베이스가 되는 기종.
HOLGA 135BC: 135에 비네팅 효과를 더한 기종
HOLGA 135PC: 기본 렌즈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 핀홀렌즈를 붙인 기종

표로 설명을 하는 게 좀더 이해하기 편할 것 같네요.

  비네팅 렌즈
 B셔터 일반셔터
조리개 조절
 HOLGA 135
 X
 플라스틱렌즈
47mm f8
 O
 O O
 HOLGA 135 BC
 O  플라스틱렌즈
47mm f8
 O  O
O
 HOLGA 135 PC
 O  핀홀렌즈
f175
 O  X X

일단 자신의 취향이 비네팅이 있는 사진을 선호한다면 BC나  PC를 선택하면 될것 같군요. 물론 PC의 비네팅은 핀홀 카메라 특유의 느낌이라 일반적인 토이카메라에서 볼 수 있는 느낌과는 다릅니다. 기존의 다른 핀홀 카메라들이 만들어주는 이미지를 참고하면 될 것 같네요.

세 기종 모두 카메라의 기본적인 외형은 같으며 B셔터의 사용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어두운 곳이나 흐린날에도 장노출로 사진을 찍는 것이 가능합니다.(PC는 기본적으로 B셔터로만 촬영이 가능)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바디의 기본 만듦새가 같기 때문에 모두 셔터릴리즈를 사용할 수 있으며 플레쉬 장착도 가능합니다.

135와 135BC는 동일한 렌즈를 사용합니다. 즉 135BC의 렌즈가 비네팅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바디 내부에서 제어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카메라 뒷판을 열어 렌즈부 쪽을 보면 가장자리 부분을 가리고 있는 플라스틱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그 부품이 비네팅을 만들어주게 됩니다.

왼쪽이 f8, 오른쪽이 f11

둘의 조리개 설정 기능도 동일합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PC를 제외한 홀가 135 시리즈는 2단계로 조리개 조절이 가능합니다. 좌측이 f8의 상태이며 우측이 f11의 상태입니다. 기존의 홀가 120에서는 조리개 조절 버튼이 있어도 실제로는 작동을 하지 않았지만 135 시리즈는 눈으로 보기에도 분명히 빛의 양을 조절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의외로 꽤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토이카메라의 특성상 감도 200 이상의 필름을 종종 사용하게 되는데 아주 맑은 날에는 f8로 노출이 오버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렇게 한 단계만 노출을 줄여줘도 좀더 나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이지요.

셔터릴리즈는  확연히 기존의 홀가 120 시리즈보다 발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존의 홀가 120 시리즈는 카메라 자체에 셔터릴리즈를 장착할 수 없었습니다. 개조를 하거나, 홀가 전용 부품을 따로 구매하여 렌즈부에 장착을 해야만 셔터릴리즈를 사용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모든 135 시리즈들은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셔터부에 바로 릴리즈를 꽂아서 쓸 수 있습니다. B셔터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매 부품 없이는 불안한 장노출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던 홀가 120 시리즈 보다 확실히 개선된 부분입니다. 장노출 사진을 찍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릴리즈를 사용한 사진과 사용하지 않은 사진은 큰 차이를 나타냅니다. 아주 약간의 움직임이라 하더라고 사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장노출 사진은 안정성이 관건이라 할 수 있는데 릴리즈는 그중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이처럼 홀가 135 시리즈들은 기존 120 시리즈의 단순 축소판이 아니라 각종 기능과 편의성에 있어서 한단계 더 나아간 카메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신경을 많이 쓴 카메라인 것이지요.




HOLGA 135 시리즈도 King of toycamera가 될 수 있을까
사실 120 필름을 쓰는 토이카메라중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카메라는 그 종류가 다양하지 않습니다. 홀가 120 시리즈와 재생산되는 다이아나 정도가 다일겁니다. 하지만 135 판형으로 눈을 돌리면 춘추 전국시대라 불러도 될만큼 다양한 토이카메라가 존재합니다.

과연 그 속에서 홀가 135 시리즈들은 '왕'의 칭호를 물려 받을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충분히 그런 칭호를 들을 만큼 신경쓴 135 토이카메라 같습니다. 일단 만듦새가 좋은 편입니다. 다른 토이카메라에 비해 고장률도 낮은 편이구요. 목측식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으며 손쉬운 다중노출과 B셔터 기능까지 토이카메라들 중에서는 꽤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카메라를 고를 수 있도록 3종으로 소개되기도 했구요. 잘만들어진 토이카메라임이 확실합니다.


작례사진
HOLGA 135

























HOLGA 135BC




























:: HOLGA 135BC의 작례 사진은 초기 프로토 타입으로 촬영하여 비네팅이 과도한 편입니다.
   현재 판매중인 HOLGA 135BC는 이보다 비네팅이 덜하며 자연스럽게 나타납니다.
:: HOLGA 135PC는 사용해보지 않아 작례 사진이 없어요. ㅠ_ㅠ
   그러나 보통의 핀홀 카메라가 보여주듯 몽환적인 느낌의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기존의 핀홀카메라와 차이점이라 한다면 사용이 훨씬 편리하고 플레쉬 핫슈가 달려있어 플레쉬 촬영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이건 좀 아쉽다
1. 47mm 렌즈의 화각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이건 좀 아쉽습니다. 47mm는 분명 표준렌즈에 가깝고 이는 다른 토이카메라에서는 보기 힘든 스팩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로인해 조금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예요. 표준 화각에 가깝다보니 목측으로 촬영하는 것이 조금 불편할 때가 있어요. 물론 f8의 밝기이기 때문에 아주 까다로운 건 아니지만 35mm 정도 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홀가 120 시리즈의 렌즈는 60mm 인데, 이를 135 필름 카메라의 경우로 환산하면 37mm 정도가 됩니다. 앞서 말했듯 HOLGA 135 시리즈는 47mm렌즈를 탑재하고 있어 결과물이 조금 좁아보이는 건 사실이거든요. 그리고 35mm 정도였다면 목측촬영에도 큰 부담감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광각으로 갈 수록 심도가 깊어져 대충 찍어도 초점이 맞거든요.

2. 셔터잠금
여성 유저들 중에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가방속에 대충 넣고 다니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사실 홀가 135시리즈는 그런 환경에서 조금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가방 속에서 셔터가 마구 눌러지는 상황 말이죠. 홀가 135 시리즈는 필름 장전을 하지 않아도 셔텨를 원하는 만큼 계속 누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손쉽게 다중노출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는 분명 편한 매커니즘이긴 한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셔터가 눌러지면 조금 엉뚱한 사진이 나와버릴 수 있죠. 예컨데 가방 속에서 셔터가 눌러지거나 했을 경우 원치 않는 다중노출 촬영이 될 수 있잖아요. 셔터 잠금 장치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두가지 단점은 평소 촬영시 아주 크게 문제가 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47mm의 렌즈 덕에 기존의 토이 카메라보다 심토 표현이 더 자유로울 수 있고 홀가 135 시리즈의 셔터는 생각만큼 그렇게 쉽게 눌러지지도 않거든요. 그래도 조금 조심한다고 해서 나쁠 건 없지 않겠어요? 목측촬영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카메라를 취급할 때 셔터부 위에 아무 것도 올려지지 않은 상태로 보관한다면 원치 않는 다중노출 사진을 찍을 염려도 없구요.


사진찍는 즐거움, HOLGA 135 Series
홀가 135 시리즈는 홀가 120 시리즈가 보여주는 특유의 결과물을 그대로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120 중형 필름을 쓰는 홀가가 부담으로 다가온다면 충분히 그 대용으로 쓸만한 카메라입니다. 취미로 사진을 찍으면서 편의성을 무시할 순 없으니까요. 어디서 현상을 해야 하나 고민해야 하고 필름 구매에 신경을 쓰는 것이 압박으로 다가온다면 굳이 홀가 120 시리즈를 사용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즐겁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 아니던가요? 홀가 135 시리즈는 그 즐거움을 배가 시켜줄 수 있는 카메라라고 생각해요. 꽤나 즐거운 카메라죠. 장난치듯 셔터를 계속 눌러가며 다중노출을 즐길 수 있고, 조금이라도 빛이 모자란 상황에서는 B셔터 촬영이 필수기도 하구요. 카메라를 손에 쥔 사람이 즐겁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유도 하는 느낌이 든달까요. 분명한 건 홀가 135 시리즈는 '홀가' 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멋진 녀석이라는 거죠. HOLGA HOLIC은 꼭 중형 필름을 쓰란 법이 있나요? 이젠 135 필름을 쓰더라도 충분히 홀가 홀릭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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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하라 제작소와 長城 PF-1

장성PF-1의 모태가 된FUJICA ST-F (출처:www.fotografovani.cz)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長城 PF-1은 중국제 카메라입니다. 1983년 출시되었으며 발매당시 270위엔(현재 한화로 20만원)을 호가하던 카메라였지요. 현재는 생산이 중지되었지만 아직까지 창고에 남아있던 물량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長城 PF-1은 일본의 Fujica ST-F 모델을 카피한 카메라입니다. Fujica ST-F는 1979년에 생산된 노출계와 플래시를 내장한 세계 최초의 SLR 카메라며 아직까지도 일본 내에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직접 카메라 상판을 뜯어 도금이 벗겨진 펜타프리즘 내부를 다시 은도금하는 유저도 있을 정도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으나 長城 PF-1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조금 먼저 알려진 편입니다. 그러나 의외로 장성 PF-1이 만들어지고 꽤나 시간이 흐른 후에 소개가 되었죠. 2003년 4월 일본의 야스하라 제작소에서 본격적으로 장성 PF-1을 수입, 15,000엔에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일본인들에게 알려집니다. 참고로 야스하라 제작소는 1인 카메라 제작사로 단 두종류(一式, 秋月)의 RF 카메라만 생산하였으며 2004년에 문을 닫은 세계에서 가작 작은 카메라 회사입니다.

야스하라 제작소 최초의 카메라 T981(출처:www.plaza.rakuten.co.jp/utsurundesu/)

야스하라 제작소의 ‘야스하라 신’씨는 카메라의 설계만 맡았고 본격적인 생산은 중국의 피닉스사에 의뢰했습니다. 참고로 야스하라 一式의 기본렌즈로 탑재된 50mm 2.8렌즈는 Phenix 205에 쓰인 렌즈와 같은 구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정황을 미루어볼 때 야스하라 제작소와 여러 중국 카메라 회사와의 교류를 충분히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야스하라 제작소는 長城 PF-1뿐만 아니라 Phenix 205 시리즈, WIDEPAN PRO 등의 중국제 카메라를 일본 내의 카메라 유저들에게 소개했습니다. 카메라와 렌즈에 있어서 세계 최고임을 자부하는 나라인 일본에서 중국의 여러 카메라가 대중들에게 소개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지요. 카메라와 관련된 폭넓은 스펙트럼과 그들의 열린 사고방식이 부럽게 느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長城 PF-1은?
長城 PF-1은 Fujica ST-F의 기본 컨셉트를 충실히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노출계도 비교적 정확하고 플래시도 잘 터지며 스플릿 스크린도 그럭저럭 봐줄만 합니다. 하지만 셔터스피드 부분은 똑바로 옮기지 못한 것 같습니다. 長城 PF-1은 조리개를 16으로 두어야만 셔터스피드가 1/370초로 변환되며 그 외의 모든 조리개 구간에서는 셔터스피드가 1/60초로 고정됩니다. 내가 원하는 조리개 값으로 촬영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셈입니다. 1/60초 고정 셔터스피드 우선모드라고나 할까요. 당시 중국의 기술로는 미러가 올라갔다 내려가는 순간을 셔터로 쓰는 미러 셔터식 카메라를 만들기 위한 기술이 조금 모자랐던 모양입니다.

AA건전지 두 개로 노출계의 전력과 플래시 전력을 모두 이용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배터리가 없어도 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노출값을 알 수 없고 플래시가 작동되지 않습니다.

長城 PF-1은 SLR임에도 불구하고 렌즈가 교환되지 않습니다. 40mm F2.8렌즈 고정입니다. 하지만 파인더에 보이는 그대로 사진이 찍힌다는 장점은 경험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토이카메라나 저가의 붙박이 렌즈가 달린 RF카메라는 파인더에서 보이는 그대로 사진이 찍히지 않습니다. 파인더로 보이는 피사체와 렌즈로 들어와 필름에 맺히는 상에 시차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성은 내가 원하는 구도 그대로 사진이 찍힙니다. 뿐만 아니라 접사필터 등의 악세사리를 이용하여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SLR카메라인덕에 미러쇼크가 있습니다. 요즘 생산되는 SLR과 비교하면 미러쇼크 조금 큰 편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1/60초 이하의 서텨스피드가 없기 때문에 미러쇼크 때문에 사진이 흔들릴 확률은 낮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長城 PF-1의 결과물
80년대 초반, 중국에서 만들어진 카메라지만 長城 PF-1의 결과물은 2000년대 한국 젊은이들의 감성을 강하게 자극하고도 남을 듯합니다.

長城 PF-1의 무게는 가벼울지 모르나 결과물의 느낌은 꽤나 묵직합니다. 최근에 생산되는 렌즈들의 날카롭고 선명한 느낌은 모자라지만 특유의 진득한 색감과 묘한 뒷흐림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長城 PF-1의 기계적 특성상 감도 100의 필름을 넣고 맑은 날 야외에서 촬영하게 되면 조리개 8이상에서 사진이 찍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에서는 심도가 얕게 표현이 됩니다. 즉 뒤가 꽤 흐려진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지요. 또한 올드 렌즈에서 맛볼 수 있는 회오리처럼 어지럽게 나타나는 뒷흐림 또한 長城 PF-1의 매력중의 하나입니다.
뿐만 아니라 주변부가 어두워지는 비네팅 현상은 長城 PF-1의 진득한 색감과 절묘하게 어울립니다.

長 城 PF-1은 분명 그 한계가 뚜렷한 카메라입니다. 단일 셔터스피드, 조금은 크다 싶은 미러쇼크, 어두운 파인더까지 단점이 많아 일반 수동카메라에 비해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상황도 많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長城 PF-1의 결과물은 그러한 수많은 단점을 덮어버리기에 충분합니다. 맑은 날이라면 長城 PF-1을 집에 두고 밖으로 나설 이유가 전혀 없지요. 가볍게 떠나고 싶은 날, 하지만 사진은 가볍고 싶지 않다면 長城 PF-1만한 카메라도 없을 듯합니다.



























































































:: 작례사진 중에는 접사 필터와 Fisheye For HOLGA를 이용해서 찍은 사진들이 있습니다.

요건 TIP!
① 베터리실이 좀 빡빡하긴 합니다만 일반적인 베터리를 사용하실 때는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다만, 충전지는 아주 많이 빡빡하니 되도록이면 사용을 자제해주세요.
필름장전 기어를 돌리는 중에 셔터는 건드리지 마세요.
   살짝이라도 셔터를 누르게 되면 셔터가 잠기는 고장의 원인이 됩니다. 수리가 힘든 증상은 아니지만 조심하는 게 좋겠죠?
필터 구경은 49mm입니다. 구경에 맞게 접사필터 등의 각종 필터를 사용하면됩니다. 업링이나 다운링도 마찬가지구요.


그리고 소소한 이야기


알고 보니 박찬욱 감독님도 長城 PF-1 유저시더군요. 묘하게 반가웠더랬습니다. 長城 PF-1이 만들어주는 개성적이고 감각적인 사진들이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그나저나 참 궁금한게 배두나씨가 쓰는 카메라들은 중고가격이 오르던데, 어째 박감독님이 쓰시는 장성은 오를 생각을 안하나 모르겠습니다. 흐흣.

이 세상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보다 훠얼씬 많은 종류의 카메라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카메라들은 제각각 자신만의 매력을 뽐냅니다. 그중에 많은 사람으로 부터 인정받고 검증된 카메라들은 '명기'라 칭송받곤해요. 그런데 말이죠, 사실 누구나 자신만의 명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 그런 카메라뿐 아니라 자신의 손에서 손때가 묻고, 자신의 눈과 함께 세상을 바라본, 자신에게 익숙한 명기 말이죠.

長城 PF-1 이야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명기 타령이냐 하시면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만, 혹시 압니까. 長城 PF-1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명기로 빛나줄지. 아,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명기일지. 그건 정말 아무도 모르는 거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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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이 어떻게 밥만먹고 사니

사람이 어떻게 밥만 먹고 삽니까. 가끔 빵도먹고 면도 먹고 해야죠. 어린시절 특별한 날에나 먹었던, 그당시 모든 소년 소녀의 로망 그 자체였던 자장면처럼 뭔가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죠. 그러나, 철지난 유행가 가사처럼 '어머니는 자장면이 싫다'고 하는, 금전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면 그저 포기하는 수 밖에 없지요. 무리하면서까지 외식이나 특식을 강행할 수 없는 노릇이잖아요.

이렇듯 밥만 먹고 사는 반복된 일상을 과감히 탈출하는 일은 그저 요원하기만 할까요. 아니죠. 쉽게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어머니는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지만 아마 짜파게티를 끓여달라 하면 흔쾌히 OK싸인을 날리실겁니다. 기분이 좋다면 그 위에 계란 후라이 하나를 올려주실지도 모르구요. 참기름도 몇방울 떨어뜨려주실지도 모릅니다.

짜파게티가 자장면으로 둔갑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짜파게티를 먹으며 어느정도 대리만족을 할 수 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엄밀히 따지자면 짜파게티, 짜짜로니 등의 자장라면은 자장면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음식입니다. 당연히 그들만의 개성이 있기 마련이죠. 자장라면이 자장면과 똑같은 맛일 수 없듯 자장면 또한 자장라면과 같은 맛일 수 없는 노릇입니다. 즉 각자의 개성이 있고 취향과 상황에 따라 선택이 가능한 것이죠.


엑시무스라는 카메라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해 썰이 길었습니다만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런겁니다.

50mm 표준렌즈는 슬슬 지겨워지고, 광각렌즈를 사용하고는 싶지만 금전적인 압박덕분에 카드 12개월 할부 신공을 펼칠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한 가장 저렴한 대안.

토이 카메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감성을 이왕이면 광각으로 느껴보고픈 분들을 위한 카메라
요 두가지가 바로 요점입니다. 엑시무스는 광각렌즈를 탑재한 가장 저렴한 카메라인 동시에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 만점의 사진을 찍어주는 토이카메라인 것이죠.




2. 토이카메라와 광각렌즈

현재 생산되고 있는 대부분의 토이카메라는 기본적으로 광각렌즈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광각렌즈일수록 심도가 깊어지게 되고 이는 곧 좀 더 쉽게 포커스 프리(Focus free)[각주:1] 카메라를 설계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거든요.

사실 광각렌즈의 설계가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닙니다. 광각렌즈가 붕어빵 찍어내듯 뚝딱뚝딱 쉽게 만들어지는 렌즈라면, 표준렌즈보다 고가에 발배 되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토이카메라에 장착되는 렌즈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복잡할 필요가 없거든요. 사진 주변부의 화질이 조금 떨어져도 상관 없고, 상이 조금 왜곡 되어도 됩니다. 주변부 광량저하 현상(비네팅현성)이 생겨도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구요.

원자재 절감과 동시에 설계의 단순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포커스 프리 시스템을 획득하기 위해서 내친 것이 바로 화질과 밝기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닌 것이죠.

당연한 이야기 겠지만 주변부 화질 저하현상[각주:2]과 주변부 광량저하 현상[각주:3]은 그 자체로 보면 광학적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토이카메라의 매력이고 많은 사람들이 토이카메라를 찾는 이유입니다.





3. 엑시무스만의 매력! 

엑시무스의 간단한 스팩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용필름: 135필름(35mm필름)
렌즈: 22mm F8(2군2매)
셔터 스피드: 약 1/100초
사이즈: 98x59x23mm
최단촬영거리: 약 0.5m


스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엑시무스는 22mm의 꽤나 넓은 광각렌즈를 탑재한 토이카메라입니다. 10mm대의 초광각렌즈나 어안렌즈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22mm 렌즈면 충분히 광각의 맛을 즐길 수 있죠.

더불어 더욱 넓어진 화각 덕분에 최단 촬영거리 또한 짧아졌습니다. 기존의 토이카메라들은 보통 1미터에서 부터 초점이 맞지만 엑시무스는 약 0.5미터 부터 초점이 맞습니다.

비네팅 현상과 독특한 플레어 또한 빠질 수 없는 매력이죠. 비네팅 현상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나타나며 독특한 플레어는 렌즈로 빛이 들어오는 각도나 빛의 양에 따라 조금씩 모양이 달라집니다.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역광에서는 거의 모든 사진에 플레어가 발견됩니다.

 


 
4. 엑시무스 100배 즐기기

① 엑시무스는 작고 슬림하다!
- 즉 어디를 가건 부담 없이 들고 나갈 수 있다는 말. 가끔 홀가분하게 나서고 싶을 때 엑시무스 하나면 충분!

② 맑은 날 야외라면 그냥 셔터만 누르자!
-  엑시무스의 조리개 값은 F8, 셔터스피드는 1/100초. 맑은 날 야외에서 필름 감도 ASA 100을 넣었을 때의 노출값과 딱 맞아 떨어진다.
   노출, 초점 모두 신경 끄고 찍고 싶은 순간만 놓치지 말자. 이제 당신도 '결정적 순간'을 담을 수 있다! :D

③ 광각에 익숙하지 않다면 모든 걸 다 담으려는 건 금물
- 파인더 안에 들어오는 22mm의 광활한 경치를 무턱대고 모두 담으려 한다면 당신은 '아마추어'
- 주제가 될 수 있는 피사체, 넓은 화면안에서 선명하게 부각 시킬 수 있는 피사체를 함께 담아내도록 하자.

④ 광각은 풍경에 최적화? NO!
- 엑시무스의 최단 촬영거리는 0.5m. 풍경만 찍으라고 있는 스팩이 아니다.
- 좀 더 생생하고 살아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면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기'를 열심히 연습하자.
- 광각렌즈로 촬영한 인물사진으로 '낮설게 하기'에 도전해보자!

⑤ 독특한 플레어를 만나고 싶다면 태양과 당당히 맞서라!
- 사진의 기본중에 기본이 역광 피하기, 즉 태양 피하기다. 그러나, 엑시무스라면 다르다.
- 모두 '태양을 피하는 법'을 외칠 때 당당히 태양과 맞서라.
  개성 넘치는 독특한 플레어가 당신의 사진에 생기를 불어 넣을 것이다.

⑥ 언제 손가락이 등장할 줄 모르니 방심하지 말것!
- 22mm 광각렌즈가 탑재된 카메라인만큼 카메라를 파지한 손가락이 사진에 나올 수 있으니 셔터를 누를 때는 언제나 조심!
- 조심 조심해도 손가락이 나온다면 파지법을 달리 해보자.

⑦ 흐린날에는 잠시 쉬어도 좋습니다
- 엑시무스는 조리개 값 F8, 셔터 스피드 1/100초 고정. 당연히 흐리거나 비오는 날, 어두운 실내에서는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 정 흐린날 사진을 찍고 싶다면 감도 400 이상의 필름을 사용하자.
- 빛이 잘 드는, 채광이 잘되는 실내라면 엑시무스가 쉬지 않아도 좋습니다. :D



5. 작례사진


































































































 


6. 엑시무스와 관련된 수많은 소문, 진실을 밝혀주마

좌측에 보이는 저 카메라는 무엇일까요? 엑시무스와 상당히 닮아 보입니다. 예, 저 카메라가 바로 엑시무스의 기원입니다. 엑시무스라고 해서 우리가 익히 보아온 여타 토이카메라와 다른 기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토이카메라의 기원을 알고 싶으시면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세요. http://toycamerablog.com/3)

무슨 말인고 하니, 엑시무스는 최초에 증정용 상품에 불과했습니다. 즉 홍보용이나 끼워팔기 용으로 생산된 카메라였던 것이죠. 그러나 이 카메라의 비범함을 알아본 회사가 있었으니 바로 서드파티 회사로 익히 알려진 Vivitar사였습니다.

Vivitar사는 좌측의 저 기본모델을 생산하는 중국 공장에 OEM을 넣어 대량으로 생산하게 됐고 전세계에 판매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가 쏟아지면서 당연하다는듯 생산중지에 이르르게 됐고 저 카메라는 서서히 잊혀져가게 됩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한국의 레드카메라에서 저 카메라의 생산 공장을 힘겹게 찾아내게 됩니다. 거의 발굴의 수준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조금 더 세련된 도장을 하고 패키징도 새롭게 하여 엑시무스라는 이름으로 발매가 시작됩니다. 복각판의 탄생이랄까요. 공장의 생산라인이 재가동 된 것이지요. 때마침 Vivitar사는 세계적인 토이카메라 붐에 발맞춰 다시 OEM 발주를 넣게 됐구요. 결국 두 회사의 카메라 판매시기는 얼추 비슷하게 됩니다.

이쯤에서 약간의 오해가 생기게 됩니다. 레드카메라에서 판매하는 엑시무스가 비비타 울트라 와이드 앤 슬림의 카피라는 그럴듯한 오해가 말이죠. 그러나 실상은 위에서 설명한 그대로입니다. 엑시무스, 비비타 울트라 와이드 앤 슬림은 모두 한공장에서 생산되는 같은 카메라입니다. 다만 색상 패키지 등의 소소한 디자인만 다를 뿐이지요. 최근에 일본에서 소량으로 판매되고 있는 하늘색의 뽀빠이 카메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7. 이런 건 좀 아쉽지만...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엑시무스가 장점만 가득한 카메라는 아닙니다. 이래저래 아쉬운 점이 있어요.
그중에 몇개만 추려보자면 이런 겁니다.

① 리와인드레버가 약합니다.
- 상식적인 수준에서 조금만 더 힘을 주게 되어도 리와인드 레버가 부러지곤 합니다.
- 그래도 다행인건 이 부품의 A/S가 무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랄까요.
- 골든하프의 리와인드 레버정도로 야무지게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② 어두운 곳에서의 촬영이 가능했으면 좋겠어요.
- 렌즈가 어둡다 보니 실내에서는 촬영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플레쉬가 들어간다면 엑시무스의 장점인 슬림함이 상쇄되어 버리니 플레쉬 핫슈를 단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③ 운신의 폭이 조금만 넓었으면 좋겠네요.
- 단일 셔터스피드, 단일 조리개는 운신의 폭이 조금 좁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 B셔터와 다중노출이 가능하다면 훨씬 실험적이고 다양한 촬영이 가능해질 것 같네요.
  최근에 생산된 홀가 135시리즈와 BBF가 기존의 토이카메라와 차별점을 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위에 열거된 사항들이 개선된 차기 모델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8. 당신에게 토이 카메라는 어떤 존재인가요

엑시무스를 쓰면서 종종 들었던 생각입니다. 과연 엑시무스는 그저 세컨드, 서드 바디일 뿐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만큼 사진이 만족스럽게 나와서 그런 생각이 들었겠지요.

단순히 토이카메라라는 이유만으로 메인바디가 되지 못한다면 이건 뭐 카메라계의 홍길동전, 카메라계의 연좌제, 카메라계의 카스트제도 뭐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카메라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사진이 그걸 증명해주죠. 간혹 운이 따르는 경우도 있고 운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정말 말그대로 '운'일 뿐이지요.  토이카메라가 됐건 수백만원짜리 DSLR이 됐건 사진이 좋고 나쁨은 결국 찍는 사람의 몫이라는 겁니다.

예, 그래서 이쯤에서 여러분들께 묻겠습니다. 당신에게 토이 카메라는 어떤 존재인가요? 그저 싸구려 플라스틱 렌즈가 달린, 재미 삼아 한번 쓰고 처박아두는 카메라는 설마 아니겠죠? :D







  1. 포커스 프리(Focus free)카메라: 별다른 조작 없이 1m 내외~무한대까지 초점이 맞도록 설계된 카메라. 렌즈가 광각일 수록, 조리개 수치가 어두울 수록 심도가 깊어져 초점이 맞는 범위가 넓어지는 현상을 이용한 포커스 시스템이다. [본문으로]
  2. 다음의 링크에 주변부 화질저하 현상에 대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총 3편이며 작례사진 등을 이용하여 쉽게 설명되어 있다. http://toycamerablog.com/5 [본문으로]
  3. 주변부 광량저하 현상: 비네팅 현상이라고도 한다. 사진의 주변부로 갈 수록 사진이 어두워지는 현상이며 대체로 저급한 렌즈에서 나타난다. 간혹 '터널이팩트'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이는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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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문의 구체화

2007년 부터였을 거예요. 135필름(35mm필름)을 쓰는 토이TLR 카메라가 개발중이라는 소문이 슬슬 퍼지기 사작한 게 아마도 그 쯤이었을 겁니다. 토이카메라 유저뿐 아니라 일반 카메라를 사용하는 유저들 사이에서도 단연 손에 꼽히는 기대작이었습니다. 일단 135필름을 쓰는 카메라의 신제품 자체가 흔치 않으니까요.

다들 아시겠지만 메이저 회사에서 필름 카메라 생산을 중지한 건 꽤나 오래전 일입니다. 물론 RF 카메라 쪽에서는 신제품이 간간히 발표되긴 했습니다만, 그것도 cosina사가 있었으니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싶어요. 후지필름의 네츄라 시리즈도 새로 나오고 있긴합니다만 필름회사에서 필름카메라를 만드는 건 좀 당연하다 싶은 부분이 있군요. 어찌되었건 가뭄에 콩나듯 새 필름 카메라가 나오는 상황이었고 토이카메라건 뭐건 일단 135판형의 TLR이 나온다는 사실에 모두들 흥분했습니다.

여튼, 일본의 Superheadz에서는 135 토이 TLR 생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출시가 계속 미뤄졌습니다. 나름의 소식통이 있어 BBF가 2008년 여름쯤에는 나올것이라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이죠. 저 뿐만 아니라 많은 토이카메라 유저들이 애태우며 이녀석의 출시를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2008년 10월말, 일본에서 BBF가 본격적으로 비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몇번의 출시 연기는 좀 당연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카메라의 모든 구동부와 렌즈를 온전히 새롭게 설계하고 그걸 실제 제품으로 내놓는 다는게 생각만큼 쉬운일은 아니잖아요. 현재 판매중인 대부분의 135 토이카메라는 구동시스템이 거의 동일합니다. 딱히 새롭다거나 한 부분이 없단 말이죠. 그에 반해 BBF는 필름 와인딩 부터 리와인딩까지 그 어떤 카메라도 참고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인 것이죠. 저도 아직 많은 필름을 넣고 촬영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이녀석의 뒷판을 열고 필름을 넣고 뺄 때에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 어떤 토이카메라에서도 보지 못한, 심지어는 그 어떤 TLR에서도 보지 못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여튼 소문만 무성했던 135 판형의 토이 TLR은 비행을 시작했고, 지금은 한국에서도 비행을 하고 있습니다. 지랄맞은 환율만 아니면 우리나라에서도 좀더 많은 분들이 이 카메라를 손에 들고 계실텐데, 계속 아쉽다는 생각 뿐입니다.



  2. BBF(Black Bird, Fly)는 어떤 카메라?

일단 BBF의 스팩은 다음과 같습니다.

타입: 35mm 2안 리플렉스 카메라
사용 필름 : 35mm 필름
렌즈: 뷰렌즈 / f7, 테이킹 렌즈 / f7
셔터 스피드: 1/125
조리개: f7(흐림),f11(맑은날)
렌즈 화각: 33mm
초점 방식: 목측식(0.8/1.5/2/2.5/3/4/5/10/∞)
촬영 사이즈: 24×24,24×36,36×36mm의3종류
무게: 210g(본체만)

차근차근 살펴보죠. BBF는 위아래 도합 2개의 렌즈가 장착된 TLR카메라입니다. 아래의 렌즈는 직접 필름면에 상이 맺히게 해주는 역할을 하며 위의 렌즈는 파인더에 상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TLR은 촬영자의 자세를 자연스럽게 좀더 낮추게 만들며 촬영자와 피촬영자가 서로 멀뚱멀뚱히 얼굴을 대면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피사체에게는 확실히 '사진에 찍힌다'는 부담감을 덜어주게 되고 좀더 자연스러운 사진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다만 BBF는 파인더를 통해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눈대중으로 거리를 조절하는 목측식입니다. 간혹 이러한 사실을 두고 TLR 카메라가 맞냐고 따지는 분이 계시는데, BBF는 엄연히 TLR입니다. BBF 이전에도 ARGUS, KODAK 등의 회사에서 목측식, 심지어는 포커스 프리의 TLR을 만든 전례도 있거든요.

필름은 135필름을 사용하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포맷의 필름입니다. 편의점에서도 구할 수 있지요. 사실 바로 그 지점이 BBF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는 필름이기 때문에 TLR에 쉽게 다가서지 못했던 분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지요.





세가지의 촬영 포맷또한 BBF의 빠뜨릴 수 없는 매력입니다. 좌측의 사진에 확인할 수 있듯이 BBF는 파인더 내에 세가지 촬영 포맷이 라인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외각의 가장큰 정사각형이 36X36, 안쪽의 정사각형이 24X24, 그리고 큰사각형과 작은 사각형 사이의 표시라인이 24X36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어떤 포맷으로 촬영을 하는가에 따라 내부의 홀더를 바꿔서 장착해야합니다. 즉 촬영중에는 교환이 불가능 하단 말이지요.

파인더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하자면 확실히 120 필름을 사용하는 TLR에 비해 파인더가 작고 좁은 느낌이 있습니다만, 예상외로 밝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느 TLR과 마찬가지로 상의 좌우가 반대로 보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구도잡기가 힘들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금방 익숙해질 수 있구요.

그 외에 카메라의 필름을 넣는 방법 촬영법 등은 레드카메라 상품 설명 페이지에 아주 자세히 나와 있기 때문에 링크로 대신하겠습니다.  상품설명페이지 바로가기



3. BBF는 언제 가장 아름답게 비행하는가

여느 토이카메라처럼 BBF는 확실히 스냅에 강합니다. 목측식이라는 시스템을 확실히 몸에 익히면 이보다 더 좋은 스냅머신을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더불어 BBF는 기존의 토이카메라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B셔터가 장착되어 있으며 손쉽게 다중노출을 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홀가 시리즈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기능인데 BBF는 홀가보다 좀더 가벼운 셔터감으로 이러한 기능들을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두운 곳에서도 장노출로 촬영이 가능하며 조금더 실험적이고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사실 2단계의 조리개 설정을 제외하면 딱히 별다른 노출 제어 시스템이 없는 관계로 BBF의 B셔터와 다중노출은 꽤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참고로 BBF와 함께 가장 아름다운 비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목측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한다.
- 거리감이 익숙치않으면 다른 카메라를 이용해 거리를 알아본다.

2. B셔터와 다중노출에 익숙해지도록 한다.

- 대략적인 노출값을 계산할 수 있도록 평소에 노출에 대한 공부를 조금 해두자.

3. 되도록이면 관용도가 넓은 네거티브 필름을 사용한다.

- 다중노출, B셔터 등으로 촬영시에 칼같은 노출을 잡아내기란 어려운법.
관용도가 넓은 네거티브 필름으로 승부로 보자.






  4. BBF의 결과물











































































제가 찍은 결과물에는 필름퍼포레이션까지 촬영이 되는 36X36의 사진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들 이용하는 FDI 등의 필름스캔 서비스는 퍼포레이션을 스캔해주지 않거든요.
자가스캔을 하시는 분이라면 BBF의 36X36 포맷을 직접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24X24포맷으로 찍은 사진은 FDI등의 현상소에서 쉽게 스캔이 가능합니다.
정방형 사진을 찍고 싶으나 자가스캔을 할 여력이 안되시는 분은 24x24 포맷으로 촬영을 하시면 될것 같습니다.

BBF가 만들어주는 사진의 느낌을 대충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36X36으로 찍지 않는 한 비네팅도 그리 강하지 않고, 최단촬영거리(0.8m)즈음에서는 뒷흐림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해와 맞짱을 뜨면 보도블록 모양의 플레어가 생기기도 합니다.
- 전체적으로 이미지의 질은 지금껏 나온 토이카메라 중에 단연 최상위급입니다.


5. 맺으며

제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BBF가 상당히 자유로운 카메라라는 겁니다.
물론 일반 TLR에 비해 스팩상 뒤떨어지는 부분이 많고,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러한 BBF의 모자람이  BBF를 좀더 자유롭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무슨 말인고 하니.

앞서 말씀드린 최소한의 제어장치, 즉 손쉬운 다중노출과 B셔터가 바로 BBF의 좌우 날개가 아닐까 싶어요. 이는 홀가 시리즈에서 먼저 만나본 기능이긴 하지만 BBF의 셔터감은 홀가 보단는 덜 묵직해요. B셔터에서 셔터가 닫히는 감도 확실합니다. 어느선까지 셔터를 내리고 있어야 하는지 쉽게 감을 익힐 수 있구요. 이러한 기능은 한없이 모자란 토이카메라의 스팩에 최소한인 동시에 최대한의 자유도를 부여해줍니다. 그 누가  되었건 BBF를 손에 들면 좀더 실험적이게 되고 좀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다고 생각해요.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그저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BBF에 집중하면 그런 느낌도 쉽게 극복이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가끔 제가 쓰고 있는 중형 TLR인 Mamiya C330이 한없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아, 원래 무거운 카메라이긴 합니다...) 그리고 여자친구가 쓰던 롤라이플렉스도 무겁다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사실 그때마다 느끼는 카메라의 무게는 물리적인 무게+ 심리적인 무게입니다. 결정으로 카메라를 밖에 데리고 나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 물리적인 무게가 아닌 심리적인 무게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BBF는 참 홀가분한 카메라임이 분명합니다. BBF가 근래 나온 카메라들중에 충분히 주목받을만한 이유가 있는 카메라라고 생각하는 건 저만의 착각은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135필름이라는 기록매체의 홀가분함 + 토이카메라 만의 자유로움  + BBF 특유의 결과물이 보여주는 매력까지.
무거운 카메라 가방은 집에 놔두고, 주머니에 필름 서너롤만 넣고서 BBF와 함께 가벼운 비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떠세요?
그동안 취미로 시작했던 사진에 중압감을 느끼고 있었다면 이번 비행에서 훌훌 털어버리면 될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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