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TAX LX + Biometar 80mm 2.8

Lucky Color 200





테스트한답시고

이리저리 대충 막 찍었습니다만,

일단 결과물 두장 올립니다.
(볼만한 사진은 차차 포스팅하겠습니다. 흐흣.)



역시 제가 의도한대로,

만족스럽게 심도 표현이 되더라구요.

특히.

그냥 냅다 블러만 먹인 이미지와는 다른 점을 위의 두사진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지요.

그건 바로, 뒤로 흐려진 부분의 몽글몽글한 보케인데요,

아아. 저 결과물을 받아 들고 얼마나 감동했는지 몰라요.

원경을 찍었는데 저런 결과물이 나오다니.



이 렌즈와 어댑터,

아주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흐흣.

다만 80미리가 좀 좁게 느껴져서...

45미리 렌즈를 추가로 지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게 흠이라면 흠.



간만에 가지고놀만한 장난감이 생기니

세상이 아름다워 보여요.

역시 남자는 나이를 처묵처묵해도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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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서 취향

from 기타 등등 2010. 1. 14. 14:36



열대우림 외곽에 위치한 사바나 기후는 독특한 건기가 특징. 수개월간 비 한방울 없이 계속되는 건기 동안 사바나의 생물들은 고통스러운 생존의 분투를 거듭한다. 가뭄과 불에도 죽지 않는 강인한 초지를 기반으로 수많은 야생 동물들이 번성하는 '야생의 천국'인 동시에, 혹독한 적자생존의 장이기도 하다. 이곳은 또한 고대 인류의 원시 문명이 발생한 지역이기도.

건조한, 절제된, 강인한 생명력. 이는 당신의 책 취향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 죽음의 건기를 대비하는:
    죽음의 건기를 대비하는 생물처럼, 치밀한 계획 하에 쓰여진 정교한 책을 선호. 책이란 무릇 간결하고 정확한 내용이어야 함.

  • 대초원 위의 야생동물 같은:
    사바나의 고양이과 육식 동물처럼 유유자적 고상한 취향. 과격하지도, 감정적이지도, 세속적이지도 않은 나름 고상한 선택 기준을 갖고 있음. 아마도 경험이나 교육에 의한 분별력으로 추정됨.

  • 절제된 현실주의:
    멍청한 감상주의, 값싼 온정주의, 상투적 가족주의, 이런 것들로 장사하려는 상업주의를 배격함. 문화적인 보수 성향이 있음. 지나치게 독창적인 책보다는, 절제력과 품격을 갖춘 것을 더 선호함.

당신은 출판시장에서 가장 보기 드문 취향 중 하나입니다. 분명한 취향 기준이 있음에도 워낙 점잖은 탓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당신의 취향은 다음과 같은 작가들에게 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움베르트 에코
로마의 원형 경기장 시절부터, 인류는 줄곧 잔인한 구경거리를 좋아했다. 이런 소름 끼치는 고문에 대한 최초의 묘사 중 하나는 오비디우스에서 발견된다. 여기서 그는 아폴론이 한 음악 경연에서 사티로스인 마르시아스를 패배시킨 후 산 채로 그의 가죽을 벗겼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실러는 소름 끼치는 것에 대한 이 "자연적 성향"을 아주 잘 정의했다. 그리고 시대를 막론하고 처형이 벌어질 때면, 사람들은 그 장면을 구경하려고 항상 흥분해서 달려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만약 오늘날 우리가 스스로를 "문명화"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다만 영화관에서 유혈 낭자한 "스플래터" 영화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기 때문일 텐데, 그 영화가 허구로서 제시되는 이상 관객들의 양심이 흔들릴 일은 없는 것이다.
- 추의 역사 中

김승옥
'바다가 가까이 있으니 항구로 발전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럴 조건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수심(水深)이 얕은데다가 그런 얕은 바다를 몇 백 리나 밖으로 나가야만 비로소 수평선이 보이는 진짜 바다다운 바다가 나오는 곳이니까요.'
'그럼 역시 농촌이군요.'
'그렇지만 이렇다 할 평야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 그 오륙만이 되는 인구가 어떻게들 살아가나요?'
'그러니까 그럭저럭 이란 말이 있는 게 아닙니까?'
그들은 점잖게 소리내어 웃었다
- 무진기행 中

J.D. 샐린저
"나는 특히 목사라는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내가 다닌 학교에는 모두 목사가 잇었는데 모두들 설교를 할 때마다 억지로 꾸민 거룩한 목소리를 냈다. 나는 그것이 역겨웠다. 그들은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내면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억지 소리를 내는 것이 더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또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설교가 모두 거짓으로 들린다는 것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 호밀밭의 파수꾼 中





결과를 보니

얼추 맞는 것 같긴합니다.

'멍청한 감상주의, 값싼 온정주의, 상투적 가족주의, 이런 것들로 장사하려는 상업주의를 배격함'

이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저기 열거된 세명의 작가 모두 제게 많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문학판에서는 막상 떠오르는 작가가 몇 없어요.

답답한 노릇이죠.

제가 답답한 것일 수도 있고요.




여튼, 여러분의 독서 취향은 어떠신가요?

http://book.idsolution.co.kr/ 이곳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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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from 기타 등등 2010. 1. 13. 17:46




1.
EastRain의 포토다이어리를 기다리고 계신분(이 별로 없을 줄 알지만.. 킁)을 위해서

새로운 주제를 정하고 한편 또 써볼까 합니다.

이번에는 RF카메라와 SLR카메라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주절거리거나,

트리밍(혹은 크롭)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합니다.


2.
예전에 대학다니던 시절,

존경하던 선배 소설가가 툭하면 하던 말이 있었습니다.

'소설은 혼자 쓰는 게 아니야'

소설나부랭이 써보겠답시고 문창과 들어가서 여러 선배들에게 들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충고가 아니었던가 싶어요.

물론 창작의 순간은 오롯히 팬대를 들고 있는 본인의 몫입니다만,

혼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지요.

취미로 사진을 찍으면서도 그 말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3.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혼자이겠지만

그 이후는 사실 온전히 개인의 몫이라 말하기 힘들지요.

자신의 사진을 꼭꼭 싸안고 골방에서 혼자 볼 게 아니라면,

엄연히 타인의 몫입니다.

더불어 '혼자'의 몫이 아니라는 건 다른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바로 혼자 잘날 수 없다는 겁니다.


4.
다 같이 잘나야 한다는 겁니다.

포토다이어리를 쓰는 이유는 바로 그겁니다.

같이 고민하고 같이 좀 더 나은 사진을 찍어보자,

뭐 그런 의미로 시작한 작업입니다.

제가 쓴 글과 사진이 조금 모자라더라도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시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잘'난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뭐 그런 생각인 것이지요.


5.
취미삼아 사진을 시작한 덕에

딱히 누구에게 사사 받거나 혹은 정규교육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그저 유명한 작가분들의 사진집 몇권 읽고,

기술적으로 모르는 부분은 인터넷을 뒤져서 공부했을 뿐입니다.

아마 제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많은 분들이 그러실겁니다.


그런데, 요즘 사진을 취미로 하시는 많은 분들을 보며 조금 안타까울 때가 있었습니다.

사진 그 자체에 대한 고민보다 장비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찬 분들을 뵙게 될때,

자신의 사진이 왜 한발짝도 앞으로 못나가고 있을까 하는 고민의 답을 장비로만 해결하려고 할때,

이건 좀 아니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답은 다른 곳에 있는데 말이죠...


어느날 제 글이 작더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4번째 주제로 글을 쓸 차례가 왔네요.


6.
강호는 넓고,

고수는 넘쳐납니다.

하지만 취미생활을 하면서까지 상대방을 깎아 내리거나 경쟁상대로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우리는 충분히 그런 삶에 지쳐버렸잖아요.

그리고 그런 옹졸함을 쌩까기 위해서 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잖아요.


강호는 넓고,

고수는 넘쳐나고,

저는 그 넓은 강호에서 혼자 헛셔터 날리는 이름없는 찍사일 뿐입니다.

만약 저의 글과 사진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저는 그저 사심 없이 공유하고 싶어요.


7.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네요.

뭐 여튼 언제나 그랬듯이 예고하고 나서 한참 뒤에야 글이 올라가겠지만

그려러니 해주세요.

그래도 대놓고 이렇게 뭘 쓰겠다고 하면 쪽팔려서라도 쓰게 될거니까요;;;

안쓰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하하하.



2009/06/25 - [Review] - EastRain의 포토 다이어리 - 1 <반영사진의 매력>
2009/07/25 - [Review] - EastRain의 포토 다이어리 - 2 <얕은 심도, 깊은 감성>
2009/11/08 - [Review] - EastRain의 포토 다이어리 - 3 <깊고도 넓은 감성, 광각사진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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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주 오랜 시간,

제 필름들을 현상하고 스캔해주시던 분께서

작은 현상소를 하나 따로 차리셨습니다.

철학이 있고,

고집이 있는 현상소입니다.

딱 그렇게만 설명해도 감이 오시지 않나요?



2.
딴에는 친분이 있다고 생각했으면서

오픈하고 좀 되어서야 찾아갔더랬습니다.





그곳은 바로 포토마루(http://fotomaru.com)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겨울이 되어 컷수가 줄다보니

좀 모아서 가느라고 늦어졌습니다만,

어찌되었거나

저는 어제 좀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3.
이분,

정말 칼을 갈고 있었나봅니다.

내가 쓴 필름이 맞나 싶을 정도의 깜짝 놀랄 사진을 스캔해서 업로드 해주시더라구요.

이번에 오픈한 현상소에서만 보여주기 위해

칼을 갈고 계셨나봅니다. 슥슥.

조만간 여기서 스캔받은 사진들을 주욱 올릴 예정입니다.

맛보기로 몇컷 보여드릴께요.

참고로 아래의 사진들을 찍은 필름은 소위말하는 값 비싼 고급필름은 아닙니다.

Kodak HD 200, Kodak Profoto 100, Fuji X-TRA400. 이 세종류의 필름입니다.

HD200이야 단종되어서 구하지 못한다지만 나머지 필름은 시중에서 비교적 싼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는 필름이지요.

사진을 찍은 카메라와 렌즈도 아주 특출난 장비는 아닙니다.

토이카메라 Eximus,

Minolta Freedom Vista, Fuji Natura 같은 중저가 똑딱이 카메라,

Jupiter-3 같은 저가 러시아 렌즈,

그나마 값나가는 렌즈는 Pentax A50mm f1.2렌즈.

딱 그정도 입니다.

아래의 사진들은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을 거치지 않았고,

포토웍스에서 리사이즈하면서 샤픈만 줬습니다.





Eximus, Kodak Profoto100



Minolta Freedom Vista, Kodak Profoto100



Natura Black, Kodak HD200



Natura Black, Kodak HD200


PENTAX A50mm f1.2, Kodak HD200



Jupiter-3, Fuji X-TRA400


해상력이라던가 질감이던가 하는 부분은 기본적으로 렌즈와 필름의 종류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색을 잡아내는 것이죠.

아무리 좋은 카메라와 렌즈에 비싼 필름을 물려도 필름 스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색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말짱 도로묵이 되니까요.

필름 각각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제대로 된 색을 잡아내는 것은

오로지 스캐너를 다루는 오퍼레이터의 몫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필름 스캔은 필름 유저의 고민중에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FDI 스캐너의 천편일률적인 스캔이 싫어서 자가스캔의 길을 걷는 분도 있고

자가스캔에 들이는 시간과 여유가 없고 스캔의 노하우가 모자라 결국 다시 현상소의 FDI 스캔으로 돌아가시는 분도 계시고,

저처럼 운좋게 좋은 오퍼레이터를 알게되어 큰 고민이나 걱정없이 현상과 스캔을 모두 한방에 해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4.
나만 좋은 사진을 건지고 싶어하는 얌체같은 제 마음은 이 현상소를 알리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건 역시 소인배의 마인드.

그리고 그런 생각은 이처럼 멋진 현상소를 고사시키고(?)

결과적으로 저또한 이처럼 멋진 스캔결과물을 얻지 못하게 만들게 될 것이므로,

과감히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여기, EastRain의 블로그 이름을 걸고 멋진 현상소를 소개합니다.

사람이 있는 현상소,

그곳은 포토마루(http://fotomaru.com)입니다.

(참고로, 사람이 하는 현상소이니 가끔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의 주인장님은 사람으로서 최대한 지켜야 할 예의를 담아 그 사고에 응대하실 겁니다.
 제가 아는 이루님은 그런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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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from 기타 등등 2010. 1. 3. 12:22

1.
12월31일 늦음 밤, 귀가를 하며 있었던 일이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우르르 몰려서는 카운트 다운을 하고 있었다.

8, 7, 6, 5, 4, .....

어떤 녀석은 뭐가 그리 급한지 다른 친구들 보다 숫자를 빨리 세더라.

3, 2, 1! 땡!

환호하는 소리가 골목길 사이사이로 울려 퍼졌다.

나이 듦을 즐거워했던 때가 언제던가.



2.
나를 한살 더 먹는 다는 건, 사실 참 슬픈일이다.

숫자1의 무게가 가장 무거운 것이 바로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 무게를 겨우 버텨냈다 싶으면 또 한살을 더 먹는데 그때 밀려오는 느낌은

억울함과 답답함과 두려움과 아주 약간의 기대감?

그 약간의 기대감은 한살 더 먹었으니 뭔가 좀 더 철든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가당찮은 기대감?



3.
많은 친구들이 시집을 갔고 장가를 갔다.

내년 봄이면 또 몇몇이 결혼을 한다.

1, 2년 사이에 남은 사람이 부쩍 줄었다.

부모님, 죄송합니다.

철없는 아들은 정초부터 실연했습니다.



4.
주변의,

누군가는 해돋이를 구경하고,

누군가는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고,

누군가는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또 누군가는 꿈꿔온 일을 하기 위해 대전으로 발령이 나고,

또 누군가는 꿈을 이루기 위해 시험을 준비하고,

그러나 나는 뭔가 계속 정체되어 있고.



5.
이상은 비밀이 없는 것 만큼 서글픈 일이 없다 말했다.
 
그 친구 일찍 죽어서 그런 말을 했던 것일지도.

김해경 이친구야, 비밀이 없는 것 보다 나이를 먹는 게 더 서글픈 일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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