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from 기타 등등 2010. 1. 13. 17:46




1.
EastRain의 포토다이어리를 기다리고 계신분(이 별로 없을 줄 알지만.. 킁)을 위해서

새로운 주제를 정하고 한편 또 써볼까 합니다.

이번에는 RF카메라와 SLR카메라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주절거리거나,

트리밍(혹은 크롭)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합니다.


2.
예전에 대학다니던 시절,

존경하던 선배 소설가가 툭하면 하던 말이 있었습니다.

'소설은 혼자 쓰는 게 아니야'

소설나부랭이 써보겠답시고 문창과 들어가서 여러 선배들에게 들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충고가 아니었던가 싶어요.

물론 창작의 순간은 오롯히 팬대를 들고 있는 본인의 몫입니다만,

혼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지요.

취미로 사진을 찍으면서도 그 말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3.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혼자이겠지만

그 이후는 사실 온전히 개인의 몫이라 말하기 힘들지요.

자신의 사진을 꼭꼭 싸안고 골방에서 혼자 볼 게 아니라면,

엄연히 타인의 몫입니다.

더불어 '혼자'의 몫이 아니라는 건 다른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바로 혼자 잘날 수 없다는 겁니다.


4.
다 같이 잘나야 한다는 겁니다.

포토다이어리를 쓰는 이유는 바로 그겁니다.

같이 고민하고 같이 좀 더 나은 사진을 찍어보자,

뭐 그런 의미로 시작한 작업입니다.

제가 쓴 글과 사진이 조금 모자라더라도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시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잘'난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뭐 그런 생각인 것이지요.


5.
취미삼아 사진을 시작한 덕에

딱히 누구에게 사사 받거나 혹은 정규교육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그저 유명한 작가분들의 사진집 몇권 읽고,

기술적으로 모르는 부분은 인터넷을 뒤져서 공부했을 뿐입니다.

아마 제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많은 분들이 그러실겁니다.


그런데, 요즘 사진을 취미로 하시는 많은 분들을 보며 조금 안타까울 때가 있었습니다.

사진 그 자체에 대한 고민보다 장비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찬 분들을 뵙게 될때,

자신의 사진이 왜 한발짝도 앞으로 못나가고 있을까 하는 고민의 답을 장비로만 해결하려고 할때,

이건 좀 아니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답은 다른 곳에 있는데 말이죠...


어느날 제 글이 작더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4번째 주제로 글을 쓸 차례가 왔네요.


6.
강호는 넓고,

고수는 넘쳐납니다.

하지만 취미생활을 하면서까지 상대방을 깎아 내리거나 경쟁상대로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우리는 충분히 그런 삶에 지쳐버렸잖아요.

그리고 그런 옹졸함을 쌩까기 위해서 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잖아요.


강호는 넓고,

고수는 넘쳐나고,

저는 그 넓은 강호에서 혼자 헛셔터 날리는 이름없는 찍사일 뿐입니다.

만약 저의 글과 사진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저는 그저 사심 없이 공유하고 싶어요.


7.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네요.

뭐 여튼 언제나 그랬듯이 예고하고 나서 한참 뒤에야 글이 올라가겠지만

그려러니 해주세요.

그래도 대놓고 이렇게 뭘 쓰겠다고 하면 쪽팔려서라도 쓰게 될거니까요;;;

안쓰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하하하.



2009/06/25 - [Review] - EastRain의 포토 다이어리 - 1 <반영사진의 매력>
2009/07/25 - [Review] - EastRain의 포토 다이어리 - 2 <얕은 심도, 깊은 감성>
2009/11/08 - [Review] - EastRain의 포토 다이어리 - 3 <깊고도 넓은 감성, 광각사진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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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주 오랜 시간,

제 필름들을 현상하고 스캔해주시던 분께서

작은 현상소를 하나 따로 차리셨습니다.

철학이 있고,

고집이 있는 현상소입니다.

딱 그렇게만 설명해도 감이 오시지 않나요?



2.
딴에는 친분이 있다고 생각했으면서

오픈하고 좀 되어서야 찾아갔더랬습니다.





그곳은 바로 포토마루(http://fotomaru.com)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겨울이 되어 컷수가 줄다보니

좀 모아서 가느라고 늦어졌습니다만,

어찌되었거나

저는 어제 좀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3.
이분,

정말 칼을 갈고 있었나봅니다.

내가 쓴 필름이 맞나 싶을 정도의 깜짝 놀랄 사진을 스캔해서 업로드 해주시더라구요.

이번에 오픈한 현상소에서만 보여주기 위해

칼을 갈고 계셨나봅니다. 슥슥.

조만간 여기서 스캔받은 사진들을 주욱 올릴 예정입니다.

맛보기로 몇컷 보여드릴께요.

참고로 아래의 사진들을 찍은 필름은 소위말하는 값 비싼 고급필름은 아닙니다.

Kodak HD 200, Kodak Profoto 100, Fuji X-TRA400. 이 세종류의 필름입니다.

HD200이야 단종되어서 구하지 못한다지만 나머지 필름은 시중에서 비교적 싼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는 필름이지요.

사진을 찍은 카메라와 렌즈도 아주 특출난 장비는 아닙니다.

토이카메라 Eximus,

Minolta Freedom Vista, Fuji Natura 같은 중저가 똑딱이 카메라,

Jupiter-3 같은 저가 러시아 렌즈,

그나마 값나가는 렌즈는 Pentax A50mm f1.2렌즈.

딱 그정도 입니다.

아래의 사진들은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을 거치지 않았고,

포토웍스에서 리사이즈하면서 샤픈만 줬습니다.





Eximus, Kodak Profoto100



Minolta Freedom Vista, Kodak Profoto100



Natura Black, Kodak HD200



Natura Black, Kodak HD200


PENTAX A50mm f1.2, Kodak HD200



Jupiter-3, Fuji X-TRA400


해상력이라던가 질감이던가 하는 부분은 기본적으로 렌즈와 필름의 종류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색을 잡아내는 것이죠.

아무리 좋은 카메라와 렌즈에 비싼 필름을 물려도 필름 스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색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말짱 도로묵이 되니까요.

필름 각각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제대로 된 색을 잡아내는 것은

오로지 스캐너를 다루는 오퍼레이터의 몫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필름 스캔은 필름 유저의 고민중에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FDI 스캐너의 천편일률적인 스캔이 싫어서 자가스캔의 길을 걷는 분도 있고

자가스캔에 들이는 시간과 여유가 없고 스캔의 노하우가 모자라 결국 다시 현상소의 FDI 스캔으로 돌아가시는 분도 계시고,

저처럼 운좋게 좋은 오퍼레이터를 알게되어 큰 고민이나 걱정없이 현상과 스캔을 모두 한방에 해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4.
나만 좋은 사진을 건지고 싶어하는 얌체같은 제 마음은 이 현상소를 알리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건 역시 소인배의 마인드.

그리고 그런 생각은 이처럼 멋진 현상소를 고사시키고(?)

결과적으로 저또한 이처럼 멋진 스캔결과물을 얻지 못하게 만들게 될 것이므로,

과감히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여기, EastRain의 블로그 이름을 걸고 멋진 현상소를 소개합니다.

사람이 있는 현상소,

그곳은 포토마루(http://fotomaru.com)입니다.

(참고로, 사람이 하는 현상소이니 가끔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의 주인장님은 사람으로서 최대한 지켜야 할 예의를 담아 그 사고에 응대하실 겁니다.
 제가 아는 이루님은 그런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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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from 기타 등등 2010. 1. 3. 12:22

1.
12월31일 늦음 밤, 귀가를 하며 있었던 일이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우르르 몰려서는 카운트 다운을 하고 있었다.

8, 7, 6, 5, 4, .....

어떤 녀석은 뭐가 그리 급한지 다른 친구들 보다 숫자를 빨리 세더라.

3, 2, 1! 땡!

환호하는 소리가 골목길 사이사이로 울려 퍼졌다.

나이 듦을 즐거워했던 때가 언제던가.



2.
나를 한살 더 먹는 다는 건, 사실 참 슬픈일이다.

숫자1의 무게가 가장 무거운 것이 바로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 무게를 겨우 버텨냈다 싶으면 또 한살을 더 먹는데 그때 밀려오는 느낌은

억울함과 답답함과 두려움과 아주 약간의 기대감?

그 약간의 기대감은 한살 더 먹었으니 뭔가 좀 더 철든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가당찮은 기대감?



3.
많은 친구들이 시집을 갔고 장가를 갔다.

내년 봄이면 또 몇몇이 결혼을 한다.

1, 2년 사이에 남은 사람이 부쩍 줄었다.

부모님, 죄송합니다.

철없는 아들은 정초부터 실연했습니다.



4.
주변의,

누군가는 해돋이를 구경하고,

누군가는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고,

누군가는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또 누군가는 꿈꿔온 일을 하기 위해 대전으로 발령이 나고,

또 누군가는 꿈을 이루기 위해 시험을 준비하고,

그러나 나는 뭔가 계속 정체되어 있고.



5.
이상은 비밀이 없는 것 만큼 서글픈 일이 없다 말했다.
 
그 친구 일찍 죽어서 그런 말을 했던 것일지도.

김해경 이친구야, 비밀이 없는 것 보다 나이를 먹는 게 더 서글픈 일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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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의 지름입니다.

대략 한 1년 반 전 부터 벼르고 있었던 아이템인데

이제야 질렀네요.


일단 렌즈부터 보실까요.

이름은 Carl Zeiss Jena Biometar 80mm f2.8 렌즈입니다.

요 렌즈는 중형 포맷의 Pentacon 6 용으로 나왔구요.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PENTAX LX에 물리기 위해 질렀습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요녀석의 마운트와 제가 쓸 카메라의 마운트가 다르기 때문에

둘을 이어줄 어댑터가 꼭 필요하지요.

그래서 어댑터도 같이 질렀습니다.


그런데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렌즈가 필요해서 어댑터를 지른 게 아니라,

저 어댑터를 쓰기 위해 렌즈를 질렀다는 겁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단순히 Pentacon 6 렌즈를 135 SLR에 쓸 수 있게 해주는 어댑터가 아니란 말이죠.

무려(!) Tilt 기능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어댑터입니다.








출처: http://photolog.blog.so-net.ne.jp/


이런 사진들 말이죠!

멀리 있는 풍경 사진을 찍었는데 심도가 표현이 되는,

소위 말하는 디오라마 사진을 찍은 것 같은,

그런 사진을 찍게 해주는 어댑터입니다.


그런데 왜 하고 많은 렌즈중에 Pentacon 6 렌즈냐구요?

사실 저도 그 이유가 좀 궁금했는데 답은 의외로 간단한 부분에 있었습니다.

바로 상이 맺히는 이미지 써클 때문인데요.

일반 135렌즈를 어댑터를 이용해 좌우, 상하로 경통을 움직이게 되면

새까만 비네팅이 생기게 됩니다.

원래 35mm 필름면에 상이 맺히도록 제작된 렌즈라

렌즈 경통이 기울어지게 되면 각도가 틀어지게 되고

그만큼 필름면에 아무것도 찍히지 않게 되는 거죠.


그러나 중형렌즈를 이용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중형렌즈는 120필름면에 꽉 차도록 이미지써클이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135카메라에서 틸트렌즈로 사용한다해도 비네팅이 생기지 않는 것이지요.


여튼,

이제 저도,

제대로 된 틸트 사진 찍을 수 있게 됐습니다.

으하하하!


참고로 드리는 말씀인데 저렇게 어댑터와 중형 렌즈를 지르는 게

35mm 카메라용으로 나온 Tilt렌즈를 사는 것 보다 돈이 적게 듭니다.

그나저나 이베이로 질렀는데

2주 정도 기다려야 할 것 같네요.

이 자리를 빌어 제 대신 이베이를 통해 구매를 해준 병동군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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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이자람밴드 - 4월24일>




<아마도이자람밴드 - 밥통>



미친듯이 눈이 내렸던 어제(27일) 아마도이자람밴드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공연시작 한시간 전 쯤부터 벨로주 카페에 가서 줄을 서서 기다린 결과

제일 앞자리에서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뜬금 없는 팬심. 하하하하하)

아이폰으로 찍은 동영상 두개를 일단 올려봅니다.
(세로로 찍은 동영상은 어떻게 올려야 할지 답이 안나와서 그냥 패스-)





사실 이자람씨의 노래를 처음 들은 건 사천가 판소리 공연에서였죠.

참 매력적인 양반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사천가'는 밴드 공연은 아니었지만

장르가 무엇이었던 간에 그녀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차고 넘는 공연이었지요.


그리고 1년도 더 지나고 나서야 아마도이자람밴드의 공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판소리 공연과는 확연히 다르긴 하지만,

그녀의 부드럽고 강인한 포스는 일관되게 느껴졌습니다.


밴드 맴버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뭐랄까,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랬습니다.

누이의 눈빛, 누이의 마음.


그런 마음이 느껴지는 공연을 봐서였을까요,

공연장을 나오는 눈덮힌 거리가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내년에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정규 앨범이 나온답니다.

아, 물론 저는 그날을 쏜꼽아 기다리고 있는 사람중에 한명입니다.





:: 공연에서 찍은 사진은 아직 현상도 맡기지 못한 상태라,
   일러도 내일이 되어야 블로그에 포스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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